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사이 정책 일관성 강조
[이코노미세계] 정부의 반도체 산업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싸고 '공론화 부족'을 지적했던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를 향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투자에는 왜 침묵하느냐"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시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론화를 주장하려면 모든 국가 정책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전 정부 정책에는 공론화를 요구하면서 현 정부 정책에는 침묵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국가 반도체 산업의 투자 원칙과 정책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산업 정책,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이다.
위원회는 용인 이동·남사읍 일대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 과정과 관련해 "지난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산업단지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현재 정부가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와 SK그룹 총수를 만나 반도체 투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사회대개혁위원회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시장이 강조하는 핵심은 정책 내용 자체보다 '정책 결정 원칙'이다.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주장하는 공론화 원칙이 타당하려면 현 정부의 반도체 투자 계획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규 반도체 투자 규모가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가 미래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정책이라면 더욱 투명한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공론화를 통해 투자의 타당성을 먼저 검토하고 이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위원회가 내놓아야 언행일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용인과 광주·전남의 지역 갈등 차원을 넘어 국가 반도체 산업의 투자 방향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인 만큼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용인 국가산업단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장기간의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반면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호남권 신규 투자 역시 국가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향후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은 사회대개혁위원회의 태도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전 정부가 오랜 검토와 평가를 거쳐 결정한 정책에는 공론화가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국민을 위한 독립적 기구라면 어느 정부의 정책이든 같은 원칙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정권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공론화라는 가치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쟁력이 직결되는 전략산업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신속한 투자 결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적 차원의 첨단산업 투자에서는 지역 형평성과 산업 경쟁력, 기업 투자 여건, 국가 안보까지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론화는 민주적 정책 결정의 중요한 절차이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번 이상일 시장의 문제 제기는 결국 "공론화 원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향후 정부와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국가 반도체 투자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