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생태계 활성화로 혁신기업 육성과 지역경제 선순환 기대
[이코노미세계] '좋은 기업은 좋은 투자자를 만나야 성장한다.' 지역경제 경쟁력이 단순히 기업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지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최근에는 공장이나 연구소 유치보다 투자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고양산업진흥원이 투자 전문 플랫폼 'G-ROUND 877'을 중심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6월 19일 고양산업진흥원은 G-ROUND 877 파트너스로 선정된 6개 투자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한 곳은 심산벤처스코리아, 컴퍼니엑스, 스타에셋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탭엔젤파트너스, 아이엑스브이 등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이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관 간 업무협약을 넘어 투자사와 스타트업,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협약에 참여한 투자사 가운데 4개 기업이 고양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협약의 의미를 더욱 크게 만든다. 이는 투자기관이 직접 지역으로 들어와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성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창업지원 사업은 꾸준히 확대됐고 창업 공간도 전국 곳곳에 조성됐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들은 일정 수준까지 성장한 이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투자 유치를 꼽는다.
기술은 있지만 투자자를 만나기 어렵고, 투자자는 좋은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돼 왔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역 기반 스타트업은 서울 중심의 투자시장 접근성이 낮아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양시 역시 콘텐츠·바이오·ICT 분야 기업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투자 연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G-ROUND 877이다. 단순히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창업센터가 아니라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참여 투자사들은 단순 투자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고양시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장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투자 컨설팅, 기업 진단, 멘토링, 네트워킹 프로그램, IR(기업설명회), 투자 연계 프로그램 등 기업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창업 초기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자금만이 아니다. 사업모델 검증, 시장 진출 전략, 후속 투자 유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까지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이 직접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면 기업 성장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즉 G-ROUND 877은 단순한 창업 공간이 아니라 '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투자사의 고양 이전이다. 그동안 국내 벤처투자의 대부분은 서울 강남과 판교에 집중됐다. 투자사 역시 대부분 이 지역에 모여 있었다. 반면 지역 스타트업은 투자 상담을 위해 서울을 오가야 했고 지역 내 투자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하지만 투자사가 지역으로 직접 이전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기업은 투자자를 보다 쉽게 만날 수 있고 투자자는 지역의 우수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 결국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양시는 이를 통해 창업기업의 생존율과 투자 성공률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주요 혁신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기업보다 먼저 투자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창업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가 됐다.
국내에서도 판교가 대표 사례다. 기업과 투자기관, 연구기관이 한곳에 모이며 혁신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 고양시는 방송영상과 콘텐츠 산업, 바이오 산업, AI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육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공급이 필수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투자 기반을 지역 안에서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트업 한 곳의 성장은 단순히 기업 하나가 커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며 지역 소비도 늘어난다.
성장한 기업은 다시 지역에 투자하고 또 다른 기업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 청년 인재 역시 지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투자생태계 구축은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재 유출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 유치에 집중했다. 공장을 유치하거나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 지역에 있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와 기술, 네트워크를 연결해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G-ROUND 877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연결하며 성장까지 지원하는 전주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업 육성과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투자 기반까지 함께 구축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G-ROUND 877 모델은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투자 생태계 조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업을 키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투자다. 이번 협약이 단순한 업무협약에 머물지 않고 실제 투자와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면 G-ROUND 877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창업·투자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경제의 미래는 더 이상 기업 유치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고양시가 시작한 이번 실험이 지역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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