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대학·기업 연결하는 양자산업 협력 생태계 조성
첨단기술 실증부터 산업화까지 지원하는 국가 핵심 거점 구축
[이코노미세계] "AI 다음은 양자컴퓨팅이다." 전 세계 산업계가 차세대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성남시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인 양자컴퓨팅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성남시는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2026년도 제2차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공모에서 '산업 데이터 양자컴퓨팅 전환·활용 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이 최종 선정돼 국비 100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국비 확보를 넘어 대한민국 양자산업의 중심축을 판교로 끌어들이는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총 169억6000만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비 100억원에 성남시 예산 15억원, 참여기관 현물 54억6000만원이 더해져 양자컴퓨팅 기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최근 전 세계 정보기술 산업은 인공지능(AI)에 이어 양자컴퓨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신약 개발, 반도체 설계, 금융 최적화, 물류, 기후 예측,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구축 비용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고 전문 운영인력 확보도 쉽지 않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남시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들이 고가의 장비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양자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기업들은 고성능 컴퓨터(HPC)와 다양한 양자처리장치(QPU)를 원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국가 연구기관만 가능했던 첨단 연산 환경이 중소·중견기업에도 개방되는 셈이다.
특히 기업들은 기존 연구개발 환경과 양자컴퓨팅을 동시에 활용하는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도체 설계 최적화,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탐색, 금융 리스크 분석, 물류 최적화 등 산업 현장의 다양한 문제 해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남이 양자산업 거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핀테크, 모빌리티 등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고성능 연산 수요가 매우 높은 산업군이다. 양자컴퓨팅 플랫폼이 구축되면 연구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신기술 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별도의 하드웨어 구축 부담 없이 첨단 연구개발 환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사업에는 국내 대표 연구기관과 대학이 함께 참여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주관기관을 맡고, 국립부경대학교와 한림대학교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성남시는 사업 운영과 행정 지원을 담당하며 시비 15억원을 투입한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뿐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의 핵심은 산업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주요 사업은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다양한 양자처리장치(QPU) 연동 ▲산업 데이터 기반 양자 활용 플랫폼 개발 ▲양자 알고리즘 최적화 체계 구축 ▲산업 현장 활용 사례 10종 발굴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서비스 관리 서버와 고성능 연산 서버, GPU 서버, 다중 양자처리장치 서버, 통합 저장장치 등 첨단 인프라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단순한 장비 구축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성남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이 함께 활용하는 국내 대표 양자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업들은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컴퓨팅 환경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투자 유치와 신규 기업 창업, 전문인력 양성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 중인 양자과학기술 전략과 양자클러스터 조성 정책과도 맞물려 성남의 국가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플랫폼 구축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할 전문인력 양성과 기업들의 실제 활용 확대, 지속적인 기술 지원 체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양자컴퓨팅을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사업 확대도 필요하다. 플랫폼 운영 이후에도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기술 고도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성남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국내 양자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양자컴퓨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 이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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