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오는 13~14일 이틀간 고양특례시 행주산성 역사공원과 행주산성 일대에서 열리는 ‘제38회 고양행주문화제’가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역사와 문화, 첨단기술, 관광산업이 결합된 복합 문화콘텐츠 축제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올해 축제는 ‘일상과 꿈을 이을 쐐기돌, 행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행주대첩의 승전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행주문화제는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행주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고양시 대표 축제다. 특히 최근에는 역사교육과 문화관광,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역사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역시 드론불꽃쇼, 전국 박 터트리기 대회, 창작뮤지컬, 역사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축제 모델을 제시할 전망이다.
행주산성은 1593년 권율 장군이 2,300여 명의 병력으로 3만여 왜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현장이다. 조선군과 의병, 승병, 부녀자들까지 힘을 합쳐 나라를 지켜낸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는다.
고양시는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체험하는 문화콘텐츠로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고양행주문화제는 7년 연속 경기대표관광축제로 선정되며 경기도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최근 지역 축제들이 단순한 공연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과 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주문화제의 진화는 주목할 만하다. 행주대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현함으로써 역사 교육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행주문화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행주대첩 투석전 전국 박 터트리기 대회’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행주대첩 당시 조선군이 활용했던 투석 전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시민 참여형 경기다. 참가자들은 왜군을 상징하는 대형 박을 돌 모형으로 먼저 터뜨리는 방식으로 경쟁한다.
행주대첩 당시 권율 장군은 화포와 활뿐 아니라 돌을 이용한 투석전으로 왜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특히 부녀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며 전투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는 일반부 22개 팀과 가족부 40개 팀 등 총 62개 팀, 약 600여 명이 참가한다. 모집 시작 3일 만에 전 리그가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전국 단위의 참여형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사전 신청 기회를 놓친 시민들을 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경기장도 운영된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체험 경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행주 드론불꽃쇼’다. 행주산성의 밤하늘을 수놓을 이번 공연에는 연화 장치를 장착한 약 800대의 드론이 투입된다. 드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상과 한강 수상 불꽃놀이가 결합해 행주대첩의 전투 장면과 조선의 화기 기술을 현대적 시각효과로 재현할 예정이다.
드론은 단순한 조명 장치를 넘어 첨단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최근 전국 주요 축제들이 드론쇼를 핵심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지만, 행주문화제는 이를 역사 스토리텔링과 접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행주대첩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신기전과 비격진천뢰 등의 전략 무기를 드론과 불꽃 연출로 구현함으로써 역사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공연은 양일 모두 오후 8시 35분부터 진행된다.
관광업계에서는 야간 콘텐츠가 지역 관광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드론불꽃쇼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야간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올해 축제는 공연 콘텐츠 역시 대폭 강화했다. 개막식에서는 조선팝 장르를 개척한 서도밴드가 무대에 올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공연을 선보인다. 이어 폐막 특별공연으로는 민·관·군이 함께 승리를 이뤄낸 행주대첩의 서사를 담은 창작뮤지컬 ‘행주대첩’이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와 함께 마당극, 전통예술 공연, 거리예술 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젊은 층까지 폭넓게 아우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행주맨돌마을’이다. 권율 장군과 의병장, 밥할머니 등 행주대첩의 역사적 인물을 캐릭터화해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한다. 한국민속촌 출신 배우들이 참여해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역사 속 인물들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행주문화제의 강점은 체험형 역사교육 프로그램에 있다. ‘역사미션 게임-행주를 지켜라!’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대표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행주산성과 행주대첩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올해는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장군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는 특별 체험도 제공된다.
이는 최근 교육 분야에서 강조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한 설명 중심 교육보다 놀이와 체험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기전 만들기, 목판인쇄 체험, 연꽃무늬 부채 만들기, 도자 체험, 캐리커처 및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고양행주문화제는 문화행사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축제 기간 운영되는 먹거리 장터와 수공예 마켓은 지역 소상공인과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공한다. 또한 축제 화폐인 ‘행주엽전’을 활용해 행사장 인근 상점에서 할인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상권과의 연계 효과를 높였다.
올해 고양행주문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일상과 꿈을 이을 쐐기돌, 행주’다. 쐐기돌은 건축물의 구조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핵심 요소를 의미한다.
행주문화제가 지향하는 가치 역시 여기에 담겨 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역사와 미래를 이어주며, 시민과 관광객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의미다.
행주대첩의 승전 정신은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공동체의 힘과 연대의 가치를 상징한다. 올해 행주문화제가 첨단 기술과 문화예술, 역사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축제 모델을 통해 그 정신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지 관심이 모인다.
오는 주말 행주산성에서 울려 퍼질 함성은 단순한 축제의 열기를 넘어, 역사문화도시 고양의 미래 경쟁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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