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인구 110만 도시’ 용인특례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특례시 출범 이후에도 제한적 권한으로 인해 ‘광역시급 행정 수요를 가진 기초자치단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실질적인 자치 권한 확대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용인특례시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돼 오는 2027년 6월 3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특례시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신규 이양 사무 19건을 포함한 총 26개 사무 특례를 담고 있다.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행정 절차 개선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산업단지 개발, 공동주택 리모델링, 건축 허가, 광역교통, 옥외광고물 관리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2022년 특례시 출범 당시 용인·수원·고양·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특례시라는 명칭은 부여됐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광역자치단체에 집중돼 있었다. 도시 규모와 행정 수요는 광역시 수준으로 성장했음에도 주요 정책과 사업은 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특례시들은 지속적으로 권한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이번 특별법은 이러한 요구가 법률로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역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특례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사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지역 상황에 맞는 행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민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분야다.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및 변경’ 업무에서 경기도지사 승인 절차가 사라진다. 그동안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주민 공람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도지사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용인시가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노후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용인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2025년 기준 용인 지역 공동주택 614개 단지 가운데 452개 단지(73.61%)가 준공 후 15년 이상 경과한 단지다. 이들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단지는 수지초입마을아파트, 보원아파트, 동부아파트, 한국아파트, 성복역리버파크, 수지뜨리에체아파트 등 6곳이다. 향후 승인 절차가 간소화되면 사업 추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별법의 또 다른 핵심은 산업단지 개발 권한 확대다. 특례시는 지방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와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를 직접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산단 개발과 관련한 심의 및 행정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용인이 추진 중인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와 맞물려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가 600조 원을 투자하는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단지(NRD-K)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용인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연구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유치가 중요 과제로 꼽히는데, 이번 권한 확대는 관련 산업 기반 조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 절차 간소화는 곧 투자 속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산업단지 지정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병목 현상이 줄어들 경우 기업 투자 일정 역시 안정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건축 행정 분야도 크게 달라진다.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 허가 시 도지사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기존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경기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건축주는 관련 자료를 시에 제출하고, 시는 이를 다시 경기도에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최소 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별법 시행으로 이러한 절차가 대폭 축소되면서 행정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용인 플랫폼시티, 반도체 배후도시 개발, 복합개발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건축 심의와 도시계획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통 분야 변화도 눈에 띈다. 그동안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용인시는 경기도를 통해 의견을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특례시가 직접 계획 수립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광역교통 특별대책지구 지정 또는 해제를 요청할 권한도 확보했다. 이는 수도권 남부 최대 교통 수요 도시인 용인에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지하철 연장, 광역버스 노선 확대, BRT 구축 등 광역교통 정책 수립 과정에서 용인의 수요와 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 관리 권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광고물 허가와 신고는 시장 권한이었지만 기준을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용인시가 상업지역과 관광지, 관광단지 등을 특정 구역으로 지정해 지역 특성에 맞는 광고물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도시 경관 개선과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례시 지원 특별법은 용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권한 확대가 곧바로 도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확대된 권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용인의 경우 반도체 산업과 첨단산업 육성, 대규모 주거지 개발, 광역교통망 확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확대된 권한의 활용 여부가 도시 미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행정 권한 확대를 넘어 ‘대한민국 최대 특례시’ 용인이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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