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수원이 다시 한 번 산업도시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를 핵심 축으로 한 첨단과학연구 중심도시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심에는 ‘수원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수원특례시는 최근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베넨든스쿨(Benenden School)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원 경제자유구역 예정지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레이첼 베일리 교장과 매튜 커맨더 국제전략이사는 협약에 앞서 탑동이노베이션밸리와 수원 R&D사이언스파크 등 경제자유구역 예정 부지를 직접 둘러보며 현장 실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한국전력공사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제자유구역 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수원시와 한전은 예상 전력 수요를 공동 조사하고, 경제자유구역 개발 단계에 맞춘 공급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유치의 핵심 조건인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수원시가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도시의 산업 구조 재편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원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기업도시였다. 삼성전자와 SK케미칼, 대한방직, 한일합섬 등 대기업이 지역경제를 견인했고, 양질의 일자리가 꾸준히 공급됐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와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주요 기업들이 이전하거나 축소되면서 도시 성장세도 둔화됐다.
수원시는 이러한 위기를 첨단과학연구도시 전략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를 조성하고, 대한민국 첨단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K-실리콘밸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실제 수원 경제자유구역에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전략산업 기능이 집중 배치될 예정이다. 핵심 거점인 ‘수원 R&D사이언스파크’와 ‘탑동이노베이션밸리’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탑동이노베이션밸리는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갔고, 수원 R&D사이언스파크는 보상 및 실시계획 인가 절차를 거쳐 내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수원시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총 33만 평 규모의 제1·2판교테크노밸리에는 1800개 이상의 기업과 약 8만 명의 종사자가 집적돼 있다. 수원시는 이를 벤치마킹해 경제자유구역 내 1500개 이상의 기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원은 첨단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재·연구 인프라·교통망 등 핵심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내 5개 대학에서는 매년 3600여 명의 이공계 인재가 배출된다. 삼성전자 본사와 델타플렉스, 한국나노기술원, 경기경제과학진흥원 등도 지역 내 연구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입지 경쟁력도 강점이다. 경제자유구역 후보지인 서수원 일대는 김포·인천공항까지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해 물류 경쟁력이 뛰어나며, 광역철도와 고속도로망도 잘 구축돼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수원시는 경제자유구역을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반의 혁신 구조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산업 거점인 광교테크노밸리와 델타플렉스를 비롯해 북수원테크노밸리, 수원 R&D사이언스파크, 탑동이노베이션밸리, 우만테크노밸리 등을 연결하는 ‘환상형(環狀形) 첨단과학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매탄·원천공업지역 혁신지구 리노베이션까지 더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연구·산업 네트워크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면 수원은 단순한 제조업 도시를 넘어 연구소와 첨단기업, 지원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융복합 창조도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특히 연구개발 성과가 전국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경기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후보지 공모에 선정되며 첫 관문은 넘었지만, 향후 투자 유치 가능성과 산업 경쟁력, 개발 실행력 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원시는 경제자유구역을 도시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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