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같은 마을인데도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달라. 분당신도시 한솔마을 주민들의 오랜 요구가 마침내 제도적 해법을 찾았다.
성남시가 분당 한솔마을 4·5·6단지 특별정비예정구역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한솔4단지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단순한 구역계 변경을 넘어 주민 재산권 보호와 노후계획도시 정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분당신도시 재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대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솔마을은 같은 생활권이지만 정비 방식은 서로 달랐다. 한솔5단지와 6단지는 리모델링을 선택했고, 한솔4단지는 재건축을 희망했다.
문제는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예정구역 지정 과정에서 세 단지가 하나의 통합구역으로 묶였다는 점이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사업 추진 방식과 절차, 사업성, 주민 동의 구조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통합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려던 한솔4단지는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고, 주민들은 장기간 불편을 호소해 왔다. 사업을 원하는 주민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행정구역이 오히려 정비사업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성남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5 성남시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26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법적 절차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변경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이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한솔5·6단지를 특별정비예정구역에서 제외하고, 한솔4단지를 단독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솔4단지는 재건축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정비방식이 다른 단지를 억지로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발생했던 행정적 비효율도 함께 해소될 전망이다.
이번 사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행정 속도에 있다. 원칙적으로 특별정비예정구역 변경은 기본계획 수립 이후 5년이 지나야 타당성 검토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와 시급성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선택했다. 특히 한솔4단지가 2026년 예정된 '2차 특별정비구역 지정 제안'에 참여하려면 기본계획 변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남시는 주민공람과 시의회 의견청취, 국토교통부 협의, 경기도 승인 등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행정절차를 약 3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행정절차를 절반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행정의 신속성이 사업 추진 여부를 좌우하는 재건축사업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조정은 단순히 구역을 나누는 행정행위가 아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건축사업은 사업 추진 시기에 따라 자산 가치와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통합구역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주민들에게 이번 변경은 재산권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중 기본계획 변경안이 고시되면 한솔4단지는 법적 근거를 확보해 2차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분당 재건축의 대표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분당신도시는 준공 후 30년을 넘기면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마다 주민 의견과 사업성, 정비 방식이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이번 한솔마을 사례는 획일적인 행정보다는 실제 사업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정비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여론도 노후계획도시 정비 과정에서 이 같은 유연한 행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번 구역계 조정은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반영해 실질적인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고 사업 실현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주민 중심의 신속한 정비사업을 통해 분당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전국 신도시 정비의 성공 모델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을 넘어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주민 중심으로 전환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또 주민 요구를 적극 반영한 유연한 행정, 신속한 의사결정, 현실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결합될 때 노후 신도시 정비사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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