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회가 응급·중증·분만·외상·소아 등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재정지원기금 설치에 나섰다. 단년도 예산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필수의료 분야에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경자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인 ‘경기도 지역필수의료 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은 최근 입법예고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발의 단계에 들어갔다.
이번 조례안은 단순한 지방재정 확대를 넘어, 수도권 내부에서도 심화하고 있는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이지만, 지역별 의료 인프라 편차 역시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형 상급종합병원이 밀집한 남부권과 달리 북부·농촌지역은 응급·분만·소아 진료 공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의료계 집단행동과 지방의료 인력난이 장기화되면서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례안의 핵심은 경기도 차원의 ‘지역필수의료 지원기금’을 설치하는 데 있다. 기금 재원은 경기도 출연금과 기금 운용 수익금, 국가 및 공공기관의 출연금·보조금, 기타 수입금 등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지원 대상도 비교적 폭넓게 설정됐다.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 의료기관 기능 유지, 공공의료원 비용 부담 완화, 중증·응급 전달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필수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방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낮은 수익성과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필수의료 분야 운영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 의원 역시 “필수의료는 필요할 때만 예산을 세워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응급, 중증, 분만, 외상 등은 의료인력 확보와 기관 기능 유지, 진료협력체계 구축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례안이 단기 처방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의료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조례안 추진 배경에는 올해 제정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도 자리하고 있다. 해당 특별법은 국가 차원의 필수의료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비 사업이 본격 집행되기까지 발생하는 재정 공백과 지방비 부담, 지역별 긴급 의료공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병원 운영 역시 재정 압박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가 지원만으로는 현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번 기금은 국가 특별회계나 국고보조사업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재정지원이 실제 현장에 닿기 전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경기도형 보완 재정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앙정부 중심의 의료정책만으로는 지역 현실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방정부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경기도처럼 인구 규모와 생활권이 복합적인 지역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별도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도는 인구 약 1400만 명 규모의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다. 그러나 의료 접근성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수원·성남·용인·고양 등 대도시권에는 대형병원과 민간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지만, 북부 접경지역이나 일부 농촌지역은 응급·분만·소아 진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야간 응급진료 공백이나 산부인과 폐쇄 문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의료 불균형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생명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응급환자 이송 지연이나 분만 가능 병원 부족 문제는 지방의료의 대표적 구조 문제로 꼽힌다.
정 의원은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남부와 북부, 신도시와 구도심 간 의료 접근성 격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필수의료는 거주지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생명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례안은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의료정책은 대부분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돼 왔지만,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화하면서 지방정부의 직접 개입 필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지자체인 만큼 정책 실험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기금 운영 성과에 따라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재정 지속 가능성과 중복 지원 문제는 과제로 꼽힌다. 지방재정 부담이 커질 경우 장기적 운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국가사업과의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고려해 조례안은 기금 존속기한을 2030년 12월 31일까지로 설정했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정책 효과와 재정 운용 성과를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기금 제도 역시 설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 기간만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5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조례안의 성패는 단순한 기금 설치를 넘어 실제 의료현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응급실 공백, 분만 취약지, 소아진료 축소 등 도민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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