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의왕도시공사의 신사옥 건립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청사 이전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의 역할과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는 문제라는 점에서다. 의왕시의회 한채훈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입장문은 의왕도시공사의 예산 집행 방식과 사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공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성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사업에 얼마나 책임 있게 나서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한채훈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의왕도시공사의 사옥 건립 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약 18억4,000만 원이 늘어난 295억3,951만 원으로 확대됐다. 지방공기업의 청사 건립 사업으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의왕도시공사는 그동안 여러 사업장을 분산 운영하면서 업무 효율성 제고와 조직 통합을 위해 독립 사옥 건립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공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 의원은 이 같은 논리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공사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용하던 기존 건물이 올해 1월 34억 원에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해당 건물을 직접 매입했다면 새 사옥 건립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새 청사를 짓는 대신 기존 건물을 매입했더라면 약 261억 원의 재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예산 차이를 넘어선다. 지방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정책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도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본연의 역할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도시공사는 단순한 시설 관리 기관이 아니다. 지역 개발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다.
한 의원은 특히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 개발 사업 참여 문제를 거론하며 도시공사의 사업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의왕도시공사는 해당 사업에 대해 재정 여력 부족과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출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사옥 건립에는 3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의왕·군포·안산 지역을 포함하는 개발 사업은 향후 수만 명 규모의 인구 유입과 도시 기반시설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지역 미래 성장 전략과 직결된다. 따라서 지역 도시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는 시민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반면 사옥 건립은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직접적인 공공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사옥이 필요하냐’가 아니라 ‘무엇이 더 우선이냐’에 있다.
한 의원은 입장문에서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핵심 공공개발 사업에는 돈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으면서 정작 공사 임원을 비롯한 구성원 일부가 사용할 사옥 건립에는 3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진짜 해야 할 일인 신도시 개발은 외면한 채 사옥 신축에만 안주하는 행태는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를 넘어 지방공기업이 지켜야 할 경영 원칙을 환기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최근 전국 지방공기업들은 재정 건전성과 공공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공기업이 자체 수익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우선순위와 사업 타당성 검토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세 수입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 투자 사업은 더욱 엄격한 검증이 요구된다.
한 의원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시민 신뢰의 문제로 규정했다. “비록 공사의 자체 자금이라 할지라도 도시공사의 자산과 예산은 결국 시민의 신뢰와 공공 재원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방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시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대규모 예산 투입 사업은 경제성뿐 아니라 공공성, 시급성, 정책 효과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
사옥 건립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청사가 노후화됐거나 업무 공간이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대체 가능한 방안이 존재했다면 왜 해당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공기업에 대한 시민 신뢰는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의왕도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지방공기업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개발사업 참여, 재정 건전성 확보, 조직 운영 효율화, 공공성 강화라는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곧 기관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채훈 의원은 그동안 도시공사의 경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왔다며 향후에도 예산 낭비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의왕도시공사의 대응에 쏠린다. 사옥 건립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지, 그리고 시민 주거 안정과 직결된 대형 개발 사업 참여 방안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결국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다. 공기업이 시민의 세금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사업에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은 의왕도시공사가 어떤 공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답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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