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는 이륜자동차 이용자들의 불편 해소에 나섰다. 그동안 자연휴양림을 찾은 오토바이 이용객들은 휴양림 주차장 진입이 제한돼 외부에 차량을 세워야 하는 불편을 겪어 왔는데, 경기도 도민권익위원회가 이를 ‘과도한 권리 제한’으로 판단하고 관련 조례 정비를 권고하면서 제도 개선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오토바이 주차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가 도민의 권리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공시설 이용의 형평성과 안전관리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사건의 발단은 자연휴양림을 찾은 이륜자동차 이용자들의 고충 민원이었다. 최근 캠핑과 차박, 야영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자연휴양림을 방문하는 이용객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연휴양림에서는 이륜자동차라는 이유만으로 주차장 진입을 제한하거나 외부 주차를 요구해 이용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실제로 경기도 도민권익위원회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연휴양림 출입을 제한받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정례회를 열고 자연휴양림 내 이륜자동차 입장을 제한하는 조례 규정의 적정성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단순한 민원 처리에 그치지 않고 해당 규정의 법적 근거와 상위법 충돌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문제의 핵심은 ‘경기도 자연휴양림 관리 및 운영 조례’였다. 현행 조례는 이륜자동차 이용자의 자연휴양림 입장 제한과 퇴장 명령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이 조례를 근거로 휴양림 내 이륜자동차 주차를 제한해 왔다.
하지만 도민권익위원회의 검토 결과, 해당 조례는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주차장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차장 이용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역시 자연휴양림 내 숲길 진입 제한 규정은 두고 있지만, 휴양림 부설주차장 이용 자체를 제한할 명확한 근거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
즉, 숲길과 산책로 보호를 위해 이륜자동차의 산림 내부 운행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주차장까지의 이동마저 막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상위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도민권익위원회는 조례가 주차장법상 보장된 이륜자동차의 주차 권리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자연휴양림 내 지정된 부설주차장까지의 이륜자동차 통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도록 조례를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개방이 아니라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보완장치도 함께 제시했다.
위원회는 조례 시행규칙에 이륜자동차 운행 가능 구간과 속도 제한, 이용자 준수사항 등 허용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륜자동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오토바이가 단순 배달 수단이나 이동수단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레저와 관광, 캠핑 문화의 확산으로 장거리 여행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연을 찾아 떠나는 ‘라이딩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휴양림, 국립공원 인근 캠핑장, 관광지 등을 방문하는 이륜자동차 이용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일부 공공시설이 자동차와 이륜자동차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어져 왔다. 도민권익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행정이 제도적으로 반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자연휴양림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우려도 존재한다. 휴양림은 일반 도로와 달리 어린이와 노약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산림 생태계 보호와 소음 문제, 보행자 안전 확보 등을 이유로 이륜자동차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따라서 향후 조례 개정 과정에서는 단순히 출입 허용 여부를 넘어 이용객 안전 확보와 생태환경 보호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이번 조치가 국민주권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석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자치법규가 도민의 정당한 권익을 제한하는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번 개선안을 도출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조항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가 시민의 기본권과 충돌하지 않는지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권고가 실제 조례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도 자연휴양림을 찾는 이륜자동차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공공시설 운영 과정에서 권리 보장과 안전 관리라는 두 가지 가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행정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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