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정보 기반 지원사업 자동 안내
창업부터 재기까지 생애주기별 연계
[이코노미세계]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정책은 부족하지 않다. 중앙정부부터 경기도, 시·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여러 기관이 자금·경영·창업·판로·재기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소상공인에게는 “어떤 사업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원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찾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책의 숫자는 늘었지만 이를 이용하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지원기관마다 사업 공고와 신청 창구가 나뉘면서 정보 탐색부터 대상 여부 확인, 신청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루 영업시간 대부분을 생업에 쏟아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이러한 ‘정보 탐색 비용’ 자체가 정책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회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소상공인이 정책을 찾아가는 방식’을 ‘행정이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정책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최혜경 의원은 19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과 정담회를 갖고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현장 체감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담회에서는 경기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시·군 등이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별 담당기관과 신청 창구가 분산돼 소상공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정책을 찾아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핵심 과제로 제기됐다.
최 의원이 주목한 것은 지원사업의 ‘양’보다 정책이 실제 수요자에게 도달하는 ‘전달체계’다. 소상공인 정책은 금융지원과 보증, 경영 컨설팅, 판로 개척, 온라인 전환, 시설 개선 등 사업 목적과 지원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된다. 사업 자체가 다양해질수록 개별 소상공인이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사업을 직접 찾아내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창업 초기 사업자와 성장 단계에 있는 사업자, 매출 감소로 경영위기를 겪는 사업자, 폐업 이후 재기를 준비하는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정책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모든 소상공인에게 동일한 정보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현장에서는 어떤 사업이 있는지, 내가 지원 대상인지,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기관별로 흩어진 정책을 소상공인이 일일이 찾아다니게 할 것이 아니라 행정이 먼저 필요한 정책을 찾아주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는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방향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행정기관이 사업을 만들어 공고하고 신청자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핵심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소상공인 맞춤형 원스톱 지원 플랫폼’이다. 최 의원은 사업자등록번호와 업종, 지역, 사업단계 등 기본정보를 기반으로 개별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여기에 단순한 사업 검색 기능을 넘어 공고 확인부터 신청까지 한 번에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자는 구상이다.
이 같은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소상공인은 여러 기관의 홈페이지와 공고문을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자신의 기본적인 사업정보를 토대로 지원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안내받는 방식으로 정책에 접근할 수 있다.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이 어디인지부터 찾아야 하는 현재의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가령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자라면 창업교육이나 경영 컨설팅, 금융·보증, 판로개척 관련 정책을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일정 기간 영업을 이어온 사업자에게는 시설개선이나 디지털 전환, 마케팅 등의 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경영 지원을 연결하고, 폐업이나 재창업 단계에서는 재기 관련 정책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핵심은 소상공인이 수많은 사업 가운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책을 직접 찾아내는 수고를 줄이는 데 있다.
최 의원의 제안은 단순히 여러 지원사업을 하나의 홈페이지에 모으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원사업 참여 이력과 상권·매출 관련 데이터를 연계해 개별 소상공인이 자신의 지원 이력을 직접 확인하고, 과거에 받은 지원과 현재의 경영상황을 토대로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사업을 안내받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소상공인 지원은 기관과 사업별로 각각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 사업의 지원이 종료된 뒤 다음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할 수 있다.
원스톱 플랫폼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 목록 제공’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개별 사업자의 지원 이력을 축적하고 그동안 어떤 정책을 이용했는지, 현재 어떤 단계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해 다음 지원으로 연결하는 정책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성과를 분석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단순히 특정 사업에 몇 명이 참여했고 얼마의 예산을 집행했는지를 넘어 지원을 받은 사업자가 이후 어떤 경영상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한 번 지원하고 종료하는 사업’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성장 과정과 함께 움직이는 연속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최 의원은 이러한 데이터 연계가 궁극적으로 소상공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창업·성장·위기·재기 등 단계별 사업을 각각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소상공인의 경영단계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정착된다면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접근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공고하면 해당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정보를 접한 소상공인이 신청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는 사업자는 여러 정책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자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신청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맞춤형 지원체계에서는 사업자의 상황이 정책 연결의 출발점이 된다. 사업자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업종을 운영하고 있는지, 창업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는지, 이전에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현재 필요한 사업을 선별해 제시하는 구조다. 결국 정책 전달의 중심을 ‘사업’에서 ‘사람과 사업체’로 옮기는 것이다.
소상공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지원사업을 만드는가뿐만 아니라 실제 필요한 사람이 제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면 이용할 수 없다. 지원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면 정책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별도의 행정·회계 인력을 두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는 대표자가 영업과 매입·매출 관리, 세무, 직원 관리 등을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책 정보를 검색하고 수십 쪽에 이르는 공고문에서 신청 자격을 확인한 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원스톱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원사업을 한곳에 모아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자가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면 지원 가능 사업을 선별하고, 신청 요건과 절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제 신청 단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안내와 신청 시스템이 별도로 운영될 경우 이용자가 다시 각각의 기관 홈페이지를 찾아야 해 원스톱 플랫폼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고도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각 기관이 보유한 지원 이력과 상권·매출 관련 데이터를 연계하려면 기관 간 협업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관마다 운영하는 시스템과 사업 기준이 다른 만큼 정보의 표준화와 연계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정보와 사업자 정보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 역시 중요해진다.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사업자가 자신의 정보 활용 범위를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플랫폼 구축 자체가 목표가 돼서도 안 된다. 현장에서는 복잡한 행정용어보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을 위한 상담과 오프라인 연계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술은 수단이고 목표는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이번 제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기존 방식이 지원사업을 마련한 뒤 신청을 받는 ‘신청주의’에 가까웠다면, 맞춤형 플랫폼은 행정이 보유한 정보를 토대로 수요자에게 필요한 사업을 연결하는 적극적인 정책 전달체계를 지향한다.
이런 방식이 현실화된다면 소상공인 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만들었는가’에서 ‘얼마나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는가’로 평가 기준이 이동할 수 있다.
지원사업의 개수와 예산 규모만큼 실제 이용률과 정책 간 연계성, 지원 이후의 경영상 변화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특히 창업·성장·위기·재기 단계가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연결된다면 소상공인 지원은 단기적인 처방에서 지속적인 경영 안전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최 의원은 “행정에서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상공인에게 각각의 사업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되기 어렵다”며 “흩어진 지원 정책을 소상공인 개인이 처한 상황과 필요에 맞게 연결하는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지원사업만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정책을 제때 찾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며, 한 번의 지원이 다음 단계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구조 역시 중요하다.
정책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에서 정책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으로, 소상공인이 행정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행정이 소상공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경기도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체감도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