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그동안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노동감독 행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에도 노동감독관이 도입되면서 지역의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노동감독이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경기도의회가 제도 시행에 앞서 지방노동감독관의 교육과 독립성, 신변 보호, 관계기관 협력까지 포괄하는 별도의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 배경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한영수 의원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노동감독관의 운영과 지원체계를 별도 조례로 제도화하는 내용의 '경기도 지방노동감독관 운영 및 지원 조례안'을 대표발의하고 19일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이번 조례안은 단순히 지방노동감독관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노동현장에서 감독관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제도적 안전망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노동행정의 무게중심 일부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도는 수많은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라는 점에서 향후 제도 운영 결과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노동감독 체계 구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례 제정이 추진된 직접적인 배경은 오는 12월 8일 시행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다. 경기도에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는 만큼 현장에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4월 제정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은 노동감독관을 고용노동부 소속 ‘중앙노동감독관’과 시·도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으로 구분했다. 특히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의 일부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노동감독 행정의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 노동감독 업무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앞으로는 일정 범위에서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노동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지방정부가 노동감독에 참여하게 되면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노동관계 법령이나 행정지원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소규모 사업장을 지방노동감독관이 담당할 경우 현장 중심의 노동행정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감독권을 지방에 부여하는 것만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감독은 사업장의 근로조건과 노동관계 법령 준수 여부 등을 살피는 업무인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고, 감독 과정에서 사업주나 이해관계자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감독관이 외부의 압력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
경기도의회가 법 시행에 앞서 별도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영수 의원은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인력 배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직무교육뿐 아니라 감독관의 독립성 보장과 보호, 관계기관 간 협력 등 운영 전반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안의 핵심도 지방노동감독관이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데 맞춰졌다.
조례안에는 우선 지방노동감독관에 대한 직무교육계획 수립·시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 관련 법령과 감독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직무독립성 보장도 명문화했다. 지방노동감독관이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부당한 영향이나 압력 등에 흔들리지 않고 관련 법령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감독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도 담겼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호와 지원 근거를 조례에 포함했다. 노동감독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마주해야 하는 감독관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와 지방고용노동관서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감독 업무에 필요한 사무공간과 시설·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감독 권한’만 지방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감독관이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사람과 조직, 교육, 시설, 보호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조례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는 전문성이다.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비롯해 근로계약, 휴일·휴가 등 다양한 노동관계 법령과 맞물려 있다. 각각의 사업장이 처한 상황도 다르다.
특히 지방노동감독관이 담당할 수 있는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특성이 있다. 제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감독관이 관련 법령과 감독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무교육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독립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지방노동감독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감독 기능이 조직 내부 또는 외부의 이해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안에서 직무교육과 직무독립성을 별도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의원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노동감독관의 운영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제도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인력 배치에 머무르지 않고 감독관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방노동감독관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다. 노동감독 업무는 사업장의 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이해관계자와 마찰이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독 과정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례안은 이 같은 위험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대신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방노동감독관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법률적 피해를 입거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겪을 경우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독관 보호체계가 제대로 구축될 경우 적극적인 감독 행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감독관 개인이 직무 수행에 따른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적극적인 업무 수행에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노동감독관의 권한과 함께 보호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노동감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의미도 갖는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도 중요하다. 법률상 중앙노동감독관과 지방노동감독관으로 감독체계가 나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범위와 책임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장 규모나 사안에 따라 중앙과 지방의 업무가 연결될 수 있어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례안이 고용노동부와 지방고용노동관서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경기도 차원의 지방노동감독과 기존 고용노동부의 노동감독 체계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지방노동감독관 제도의 성공 여부는 ‘중앙이 하던 일을 지방이 대신한다’는 단순한 업무 이전보다 중앙과 지방이 각각의 장점을 살린 협업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례안이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국 최초’라는 상징성이다. 경기도가 지방노동감독관의 운영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별도 조례로 제도화하면 향후 지방노동감독관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참고할 수 있는 선행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직무교육과 독립성 보장, 감독관 보호, 관계기관 협력, 시설·장비 지원 등을 하나의 제도적 틀로 구축하고 실제 운영 성과까지 만들어낸다면 지방노동행정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을 여지도 있다.
한 의원도 경기도의 제도를 ‘지방노동감독의 모범적인 운영모델’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경기도의 제도가 지방노동감독의 모범적인 운영모델로 자리 잡아 노동 관계 법령 위반을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정과 시행 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정착하면 노동행정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법 위반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업장의 특성과 노동환경을 파악해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는 예방 중심 행정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조례안은 앞으로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이후 9월 1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393회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경제노동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조례안이 도의회 문턱을 넘어 실제 시행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도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의 본격 도입에 앞서 운영·지원체계를 갖추게 된다.
관건은 조례 제정 이후다. 직무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감독관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지, 법률·신체·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호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할지 등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세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앙노동감독관과 지방노동감독관의 역할을 현장에서 명확히 구분하고 고용노동부 및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신속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오는 12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 시행은 노동감독 행정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노동현장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는 만큼 행정의 신속성과 현장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의 성패는 지방노동감독관을 몇 명 배치하느냐보다 이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운영·지원 조례 제정에 나선 경기도의 선택이 단순한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노동감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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