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의왕시가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개발에 맞춰 도시의 교통 지도를 다시 그리는 철도망 확충에 나섰다. 위례~과천선의 의왕 연장을 중심축으로 삼고 국철 1호선 월암역과 동탄~인덕원선 왕곡역 신설, 의왕역 지하화 및 복합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의왕에서는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를 비롯해 오전·왕곡지구, 초평지구, 월암지구, 청계2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만 명의 인구가 새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철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때 확충되지 않으면 입주 초기부터 교통 혼잡과 대중교통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의왕시가 정부의 국가철도망 계획과 공공주택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 지역 철도사업을 조기에 반영하려는 이유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제2차관과 면담하고, 의왕의 미래를 좌우할 철도교통 현안을 직접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앞으로 수만 명의 새로운 시민이 의왕에 정착하게 되는 만큼 지금이 미래 교통체계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건의는 단순히 철도역 몇 곳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생활권별로 나뉜 도시 구조를 철도로 연결하고, 공공주택지구의 교통 수요를 감당하는 동시에 역세권을 새로운 산업·주거·상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도시공간 재편 전략이 담겨 있다.
의왕시가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위례~과천선의 의왕 연장이다. 시는 이 노선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가 제시한 의왕 연장 노선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출발해 과천지식정보타운역과 인덕원역을 거쳐 의왕의 내손2동역, 백운호수역, 오매기역, 의왕시청역, 의왕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이다. 의왕시청역에서는 동탄~인덕원선과, 의왕역에서는 GTX-C 및 국철 1호선과 연계하는 구조다.
이 노선이 실현되면 의왕 북부의 내손·청계지역부터 중앙부의 오전·고천지역, 남부의 부곡지역까지 하나의 철도축으로 연결된다. 그동안 산지와 기존 철도, 도로 등으로 생활권이 나뉘어 있던 의왕의 도시 구조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서울과 과천, 안양 등 인접 도시로 이동하는 시민들의 교통 편의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덕원역과 정부과천청사역 등 주요 환승 거점을 통해 수도권 광역철도망과 연결되면 의왕의 철도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대규모 공공주택지구에서 발생할 교통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는 약 597만㎡ 부지에 4만1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오전·왕곡 공공주택지구는 약 187만㎡에 1만40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두 지구만 합쳐도 공급 규모가 5만5000가구에 이른다.
입주 이후 한꺼번에 늘어날 교통 수요를 기존 도로와 버스만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의왕시의 설명이다. 철도시설을 주택 공급과 동시에 준비하지 못하면 교통대책이 개발 속도를 뒤따라가는 이른바 ‘선입주·후교통’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의왕시는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이 신규 택지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 동시에 기존 도심의 교통 여건을 개선할 노선이라는 점을 정부에 강조했다. 신규 입주민뿐 아니라 내손·청계, 오전·고천, 부곡지역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 노선의 수요와 사업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요구도 강하다. 의왕시는 지난해 시민 9만3650명의 뜻이 담긴 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한 데 이어 이번 면담에서도 사업 추진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다시 설명했다. 철도 노선의 국가계획 반영 여부가 도시 경쟁력과 정주 여건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 간 형평성, 다른 노선과의 중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업비 부담과 운영 방식, 관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의왕시로서는 예상 이용객과 환승 수요, 공공주택 개발에 따른 장래 인구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철 1호선 월암역 신설도 이번 건의의 핵심이다. 의왕역과 성균관대역 사이에 새로운 역을 설치해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와 월암 일대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의왕시가 제시한 월암역 예정 지점은 의왕역에서 약 1.6㎞, 성균관대역에서 약 1.3㎞ 떨어진 곳이다.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완료되면 철도 이용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역만으로는 수요를 충분히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월암역이 들어서면 새로 조성되는 주거지역의 주민들이 국철 1호선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버스와 승용차를 이용해 의왕역이나 성균관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수도권 주요 업무·상업지역으로 접근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역 신설의 효과는 교통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왕시는 월암역을 주변 도시지원시설과 연계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업무와 산업, 생활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족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과 함께 일자리와 교통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거 기능만 강조된 개발은 서울과 인접 도시로 출퇴근하는 인구를 늘려 광역교통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반면 철도역과 산업·업무시설을 연계하면 도시 내부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월암역 신설을 위해서는 열차 운행계획과 기존 역 사이의 거리, 예상 이용객, 열차 운행시간 증가 등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역사 건설비와 운영비를 누가 부담할지도 주요 쟁점이다. 의왕시는 공공주택지구의 개발계획 및 광역교통개선대책과 연계해 사업 추진의 논리를 보강해야 한다.
의왕시는 동탄~인덕원선에 왕곡역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오전·왕곡 공공주택지구에 약 1만4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현재 계획된 철도시설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왕곡역 신설을 지구계획과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공주택지구 계획 단계에서 역사 위치와 환승체계, 접근 도로 등을 함께 설계해야 입주 이후 교통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왕곡역이 신설되면 오전·왕곡지구 주민들의 동탄~인덕원선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의왕시청역 등 인근 정거장에 집중될 수 있는 이용 수요를 분산하고, 주거지역과 철도역을 연결하는 버스·도로망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전·왕곡 공공주택지구 발표 당시 GTX-C와 동탄~인덕원선 등 주변 철도망과의 연계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의왕시는 이를 근거로 왕곡역 신설이 정부의 광역교통 정책 방향과 부합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신규 역사는 주민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크지만 정거장이 추가되면 전체 열차 운행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공사비 증가와 노선 운영의 효율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예상 승하차 인원과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 수요를 객관적으로 산정해 추가 정거장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중장기 사업으로는 의왕역 지하화와 복합개발이 제시됐다. 의왕역 일대 철도부지를 데크로 덮어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고, 인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이다.
철도는 의왕의 산업과 물류 발전을 이끈 핵심 기반시설이지만 도시 공간을 동서로 나누는 요인으로도 작용해 왔다. 선로 주변의 소음과 진동, 지역 간 이동 불편, 역세권 토지 활용의 제약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철도부지 데크화와 복합개발이 추진되면 선로로 나뉜 생활권을 연결하고, 의왕역 주변에 주거·상업·업무·문화 기능을 갖춘 새로운 중심지를 조성할 수 있다. GTX-C와 국철 1호선이 만나는 의왕역의 광역교통 기능을 도시개발과 결합하면 부곡지역을 비롯한 의왕 남부권의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의왕ICD와의 연계는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주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철도 지하화와 데크 개발은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데다 철도 운행을 유지하며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고난도 사업이다. 개발 수익으로 사업비를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 물류 기능과 주거환경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의왕시는 해당 사업이 정부의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의할 방침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국가계획 반영과 사업성 검토, 개발 구상 수립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의왕시가 제시한 철도 구상은 각각 독립된 사업처럼 보이지만 도시 전체를 놓고 보면 하나의 연결망을 이룬다.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은 세 생활권을 잇는 동서·남북축 역할을 하고, 월암역과 왕곡역은 대규모 공공주택지구의 철도 접근성을 보완한다. 의왕역 지하화와 복합개발은 광역교통망을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성패는 개발과 교통의 시간표를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에 달렸다. 주택 입주가 시작된 뒤 철도사업을 추진하면 주민들이 장기간 교통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계획 단계부터 교통 수요를 예측하고 철도·버스·도로망을 함께 설계하면 신도시의 조기 정착과 기존 도심의 균형 발전을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도 운영기관, 인접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철도 건설에는 막대한 재정과 장기간의 행정절차가 필요한 만큼 의왕시의 의지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렵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광역교통개선대책 등 상위 계획에 사업을 반영하고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김 시장은 “도시는 준비하는 만큼 발전한다”며 “의왕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들이 더욱 편리하고 살기 좋은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도시의 양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교통과 산업, 일자리가 어우러진 질적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왕시가 내놓은 ‘4대 철도 구상’이 정부 계획에 반영돼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면 의왕의 생활권과 도시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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