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 쉼숲’ 조성해 휴식·교육 두 마리 토끼, 도의회·교육지원청 협력
[이코노미세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은 교실만이 아니다. 수업과 수업 사이 잠시 숨을 돌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곳, 책을 읽거나 놀이를 즐길 곳, 자연을 접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역시 교육환경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학생 수가 빠르게 늘어난 학교에서는 이런 ‘쉼의 공간’이 가장 먼저 부족해진다. 교실과 특별실 확보가 우선되면서 학생들의 휴식과 놀이를 위한 공간은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복도와 계단에서 쉬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공간 부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남양주시 하랑초중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학생 휴식공간 ‘하랑 쉼숲’ 조성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유병수 의원은 20일 하랑초중학교를 찾아 ‘하랑 쉼숲’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현장에는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회 임원 등이 함께해 사업 추진 방향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일회성 현장 점검이 아니다. 유 의원은 앞서 지난 4일 하랑초중학교 학부모회와 간담회를 갖고 학생 휴식공간 부족 문제를 들었다. 이후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 실제 상황을 확인하고 교육환경조성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다시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와 학부모가 제기한 문제를 의회가 듣고, 다시 현장을 찾아 확인한 뒤 교육지원청 등 관계 기관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현장 방문은 지역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의정활동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랑초중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의 출발점은 학생 수 증가다. 하랑초중학교는 개교 이후 학생 수가 1100여 명까지 늘었다. 학생이 증가하면서 교실과 특별실뿐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까지 부족해졌다. 학교는 이러한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하랑 쉼숲’을 조성하고 놀이와 독서, 인성교육, 자연 체험 등 여러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복합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수 증가는 학교 운영에서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학교 시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교육환경 문제를 낳는다.
특히 휴식공간 부족은 학생들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다.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교실 밖으로 나오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복도와 계단 등이 사실상 휴게공간 역할을 하게 된다.
오승환 하랑초중학교 교장은 실제 학교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쉴 공간이 부족해 복도와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학생들의 쉼과 교육활동을 함께 지원할 공간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이 ‘하랑 쉼숲’을 단순한 휴게공간이 아니라 복합 교육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간 하나를 새로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쉬면서 책을 읽고, 놀이와 자연 체험을 하고,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까지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수업을 하는 곳’에서 ‘학생들이 생활하고 성장하는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쉼’도 교육환경이다 그동안 학교 시설 개선사업은 노후 교실이나 화장실 개선, 냉난방 시설 교체, 체육시설 정비 등 물리적 교육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려하면 휴식공간의 중요성 역시 작지 않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연령과 활동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은 단순히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고 다음 학습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학생 휴식공간은 교육과 분리된 부수적 시설이라기보다 학교생활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교육환경으로 볼 필요가 있다.
유병수 의원 역시 현장에서 학생들의 이용 실태와 쉼숲 조성 예정 공간을 직접 확인한 뒤 학생들이 편안하게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안전한 교육환경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랑 쉼숲이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랑 쉼숲 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도 여기에 있다. 쉼과 교육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결합하려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편하게 머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독서와 놀이, 인성교육과 자연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된다면 학교의 부족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학생 수가 빠르게 증가해 별도의 대규모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학교에서는 기존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또 하나의 과제가 생긴다.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생활하는 학교 안에서 공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사 과정에서 학생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시설공사는 일반적인 공공시설 공사와 다르다. 등하교 시간과 수업시간, 학생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해야 하고 공사 차량이나 자재 반입 과정에서도 학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라면 공사구역과 학생 생활구역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등 안전대책이 사업 추진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유 의원이 예산 확보와 함께 공사 과정의 안전 문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육환경조성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 확보를 꼼꼼히 챙기고, 공사 과정에서도 학생 안전이 최우선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하랑 쉼숲 사업의 성패는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충분히 반영하고,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며, 공사 기간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과정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학교와 학부모, 교육지원청, 지방의회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출발은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였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쉴 곳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간담회에서 제기됐고, 이후 도의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학교의 공간 여건과 학생들의 이용 실태를 확인했다. 여기에 학교와 교육지원청 관계자가 참여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논의로 이어졌다.
지역 교육 현안은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다. 학생 수와 학교 부지, 건물 구조, 주변 환경 등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교육환경 개선사업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실제 학생들에게 필요한 시설인지, 학생들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지, 교육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지를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살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하랑 쉼숲은 앞으로 공간의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 방식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밝힌 대로 놀이·독서·인성교육·자연 체험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공간으로 만들어지려면 공간을 이용할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을 설계와 운영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랑초중학교의 사례는 한 학교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학생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에서는 학교 시설이 학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다양한 교육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실 부족 문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지만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에는 교실 외에도 도서 공간, 놀이 공간, 체육 공간, 휴식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필요하다. 학생 수 증가에 대응해 교실을 우선 확보하다 보면 이러한 공간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생 수가 증가하는 학교의 교육환경을 점검할 때는 단순히 ‘교실이 부족한가’만 살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하루 생활을 기준으로 학교 공간 전반을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하랑초중학교의 ‘쉼숲’ 역시 이런 관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복도와 계단에서 쉬는 현실에서 출발한 사업이지만, 제대로 조성된다면 학생 휴식과 교육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는 새로운 학교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확인과 관계 기관 논의를 거쳤다고 해서 사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필요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학교 여건에 맞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공사가 시작되면 학생 이동 동선과 수업권을 보호하는 안전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완공 이후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문제도 남는다.
무엇보다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실제 공간에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유 의원은 앞으로도 학교와 학부모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공간의 기준은 결국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학생이어야 한다. 교실에서 수업을 잘 받을 수 있는 환경뿐 아니라 수업이 끝난 뒤 잠시 편안하게 앉아 쉴 수 있고, 친구와 이야기하며 책을 읽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남양주 하랑초중학교의 ‘하랑 쉼숲’은 작은 휴식공간 조성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학생 수 증가에 학교 시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환경에서 ‘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학교와 학부모·교육지원청·지방의회가 현장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라는 보다 큰 질문이 담겨 있다.
학생들이 복도와 계단 대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쉬는 학교. 하랑 쉼숲이 계획대로 조성된다면 학생들의 일상적인 불편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학생 중심의 학교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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