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역 구도심 복합개발·도시재생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
공공지원 민간임대 확대 등 새로운 주거모델도 추진
[이코노미세계] 남양주시가 수도권 동북부의 ‘베드타운’ 이미지를 넘어 주거와 교통, 산업과 도시재생이 결합된 자족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도시 개발에만 의존했던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신도시와 구도심을 연결하면서 일자리와 산업 기반까지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주택·도시정책과 남양주시의 지역 현안을 연계해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남양주의 오랜 교통 숙원사업들이 정부 절차에서 잇따라 진전을 보인 가운데 도심역 일대 미니신도시와 왕숙2지구, 덕소역 구도심 개발 등이 새로운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28일 남양주를 찾아 주요 개발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현덕 남양시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차관이 전날 오후 남양주를 방문해 최근 발표된 도심역 인근 미니신도시 후보지를 둘러보고 왕숙신도시 2지구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현장 방문에 이어 남양주시청을 찾아 시의 주요 정책 건의를 들은 뒤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정부의 주택정책’을 주제로 특강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현장 시찰을 넘어 남양주시의 교통·주거·도시개발 현안을 중앙정부와 공유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양주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는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에 걸맞은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규모 택지와 신도시 개발로 주거지역은 빠르게 확대됐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져 왔다.
최 시장이 취임 이후 정부를 상대로 교통과 주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가장 먼저 만난 정부 인사가 김 차관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남양주의 교통과 주거 현안을 설명하고 정부 차원의 검토와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최 시장과 김 차관은 행정고시 36회 동기다. 최 시장이 옛 행정자치부에서 정부혁신 업무를 담당할 당시 김 차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혁신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오랜 기간 정책 현안을 놓고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시장은 김 차관이 관련 부서와 남양주 현안을 검토하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예산처 등 중앙부처와 협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최근 남양주의 주요 교통 현안에서 나타난 변화는 이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최근 국지도 86호선 월문리~화도읍 구간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지하철 8호선 별내역~별내별가람역 구간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을 발표하면서 남양주시의 교통 숙원사업이 한 단계 진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지도 86호선은 최초 건의 이후 예타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사업이다. 최 시장은 발표 이후 여러 주민으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다며 교통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전했다.
남양주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개별 도로나 철도 사업 하나를 추진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도시와 신도시, 서울과 남양주, 남양주 내부 생활권을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김 차관의 방문에서 관심이 집중된 곳은 도심역 인근 미니신도시 후보지다. 남양주시는 이 지역 개발을 단순한 주택 공급사업이 아니라 교통과 산업, 도시재생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적인 도시개발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 시장은 현장 점검 과정에서 지하철 3호선 연장과 왕숙2지구 연결도로 구축을 주요 현안으로 강조했다. 도심역 일대 개발의 성공 여부가 주택 공급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느냐에 달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철 3호선 연장은 남양주의 서울 접근성과 도시 공간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교통 현안으로 꼽힌다.
여기에 왕숙2지구와 연결되는 도로망이 갖춰질 경우 신도시와 기존 생활권 간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내 단절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 시장이 덕소역 구도심 복합개발과 도시재생을 함께 강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도시 건설이 새로운 도시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라면 구도심 재생은 기존 도시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사업이다. 신도시 개발만 계속될 경우 구도심의 공동화와 상권 침체, 지역 간 생활환경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양주시는 덕소역 일대를 비롯한 기존 도시 공간에 주거와 상업, 생활 편의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배치하는 도시재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주택정책과 남양주의 도시재생 전략이 어떻게 결합될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도심역 일대 개발 구상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농생명 바이오 클러스터’다. 최 시장은 김 차관에게 자족성을 높이기 위한 농생명 바이오 클러스터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남양주의 도시개발 방향을 주택 공급 중심에서 산업과 일자리가 결합된 자족도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주거 기능과 일자리의 불균형이다. 주택 공급은 크게 늘지만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결국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증가한다.
교통망 확충만으로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남양주시가 농생명 바이오 클러스터를 강조하는 이유도 지역 내 산업 기반을 확보해 ‘직주근접’ 도시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데 있다.
향후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사업 규모와 입지, 기업 유치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하지만 남양주가 주거도시에서 산업·일자리 도시로 전환하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도심역 미니신도시의 성패도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하느냐’보다 교통과 산업, 생활 인프라를 얼마나 균형 있게 배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 차관은 도심역 일대에 이어 왕숙2지구 공사 현장도 점검했다. 남양주시가 왕숙2지구에서 강조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주변 도시와의 연결이다.
최 시장은 김 차관에게 왕숙2지구와 인접한 다산신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신도시를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기존 도시와 교통·생활권을 공유하는 하나의 도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 문제도 제기됐다. 대규모 도시개발 과정에서는 개발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환경과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난개발을 막고 훼손지역을 정비하면서 도시 전체의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주거정책에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확대가 제시됐다. 최 시장은 별내위스테이와 같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정책을 분양주택 공급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남양주시의 이 같은 구상이 정부 정책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왕숙2지구 개발을 계기로 남양주의 주거정책이 한 단계 확장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번 김 차관 방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는 ‘도시재생’이었다. 김 차관이 남양주시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택정책 특강에서도 도시재생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구도심을 복합개발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소개됐다. 최 시장은 김 차관이 오랜 기간 국토교통부에서 도시·주택 업무를 담당하며 쌓은 경험이 강의에 담겼다며 직원들에게도 상당한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남양주 입장에서 도시재생은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도시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에 가깝다.
대규모 신도시가 계속 들어서면 새로운 상권과 생활 인프라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반대로 기존 도심은 인구와 상권이 빠져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재생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도시 내부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덕소역 구도심 복합개발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생활 기능을 재편하고 대중교통과 연계해 새로운 생활권을 만드는 방식은 구도심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남양주시가 도심역 미니신도시와 왕숙2지구 같은 신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덕소역을 비롯한 기존 도심 재생을 함께 강조하는 것은 이런 도시 내부의 균형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양주는 지금 도시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국지도 86호선과 지하철 8호선 연장 등 오랜 교통 현안이 정부 절차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고, 왕숙신도시와 도심역 인근 미니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철도와 도로를 확충해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첫 단계다. 신도시와 기존 도심을 연결하고, 지역 내에서 일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오래된 도심에는 다시 사람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양주시가 이번 김 차관 방문에서 제시한 지하철 3호선 연장, 왕숙2지구 연결도로, 덕소역 구도심 복합개발과 도시재생, 농생명 바이오 클러스터, 공공지원 민간임대 확대 등의 정책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주택만 늘어나는 도시’가 아니라 교통과 일자리, 주거와 생활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앞으로도 남양주가 이재명 정부 국토교통과 주택도시 정책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남양주의 도시 경쟁력을 결정할 시간도 이제부터다. 정부의 주택·교통정책과 남양주의 도시개발 구상이 얼마나 긴밀하게 맞물릴지, 각종 교통사업이 계획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 신도시 개발의 성과가 기존 도심까지 확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남양주가 추진하는 교통망 확충과 신도시 건설, 구도심 재생, 자족기능 확보가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완성된다면 수도권 동북부의 도시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양주가 서울의 주거 수요를 받아내는 도시를 넘어 ‘살고, 일하고, 이동하기 편리한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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