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 비용·기간 선제적으로 검토해 일정 차질 막아야”
[이코노미세계] 한류 콘텐츠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추진됐지만 장기간 표류해 온 고양 K-컬처밸리 개발사업이 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경기도가 2026년 민간사업자와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2027년 3월 아레나 공사를 재개한다는 일정을 제시하면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0년 10월 준공할 수 있지만, 공정률 17%에서 멈춘 아레나의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민간사업자와의 협상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사업 정상화를 기다려 온 고양시민에게 앞으로의 몇 달은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반복된 중단과 지연으로 사업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된 만큼, 경기도가 제시한 일정이 다시 선언에 그칠지, 실제 공사 재개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최규진 의원은 30일 경기도로부터 K-컬처밸리 개발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조속한 사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K-컬처밸리 사업은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도는 조속한 사업 정상화와 아레나 공사 재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에 대규모 문화·관광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핵심 시설은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 공연장인 아레나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 체험시설과 상업·숙박시설 등을 함께 조성해 공연 관람부터 관광, 쇼핑, 숙박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문화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기본 구상이다.
사업이 완성되면 수도권 서북부의 문화·관광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규모 공연을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국내외 관람객 유입에 따른 숙박·외식·유통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를 공연과 관광산업으로 연결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은 빠르게 커졌지만, 수만 명을 수용하면서도 음향과 무대 설치, 관람 편의성을 전문적으로 갖춘 공연장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대형 공연 수요를 국내 공연장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해외 투어와 비교해 공연 횟수나 관객 수용 규모가 제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K-컬처밸리의 아레나는 단순한 지역 공연장이 아니라 수도권 공연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시설로 평가받는다. 사업 정상화 여부가 고양시 개발사업을 넘어 경기도와 국내 공연산업 전반의 관심사가 된 배경이다.
최 의원도 이러한 사업의 상징성과 산업적 파급력에 주목했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만의 사업이 아니라 경기도가 대한민국 문화산업과 공연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 거점사업”이라며 “그동안 사업 중단과 지연으로 고양시민의 피로감과 불신이 큰 만큼 이제는 속도감 있는 사업 정상화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마련한 추진 일정의 핵심은 2026년 기본협약 체결과 2027년 3월 아레나 공사 재개다. 이후 약 3년 7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해 2030년 10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정된 일정을 지키려면 여러 절차가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 조건을 조율해 기본협약을 체결해야 하고, 기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필요한 보강 공사와 후속 절차도 마쳐야 한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협상이나 안전점검 가운데 어느 한 단계라도 늦어지면 전체 일정이 연쇄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은 아레나 구조물 안전점검이다. 현재 아레나 공사는 공정률 17%에서 중단된 상태다. 경기도는 이미 설치된 구조물과 공사 현장 전반을 대상으로 안전점검과 구조안전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 현장에서는 구조물의 안전 상태뿐 아니라 자재의 손상 여부, 노출된 시설물의 부식과 변형 가능성, 공사를 다시 시작할 때 필요한 보강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점검 결과에 따라 추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경기도는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보강 방안을 마련한 뒤 기본협약 체결과 공사 재개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안전성 확보와 일정 준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안전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되지만, 점검과 후속 협의가 사업을 다시 지연시키는 요인이 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성 확보는 사업 재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면서도 “안전점검과 후속 협의가 또 다른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 과정에서 발견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와 보강 필요성, 추가 공사기간과 비용까지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전체 공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경기도가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복수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보강 규모별 예상 사업비와 공사기간을 미리 산출하고, 사업 조건 변경이 필요한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와 즉시 협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와의 협상도 사업 정상화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K-컬처밸리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이다. 라이브네이션이 보유한 세계 공연시장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K-컬처밸리 운영에 어떻게 접목할지가 주목된다.
대형 아레나의 경쟁력은 건물을 완성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개장 이후 세계적인 가수와 공연 콘텐츠를 꾸준히 유치하고, 시설 가동률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관광·상업시설과 연계해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운영 전략이 요구된다.
최 의원은 라이브네이션의 국제적인 공연 기획 경험이 K-컬처밸리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공연기획사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K-컬처밸리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라이브네이션이 책임 있고 상생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협약에는 사업 추진 일정과 재원 조달, 공사 책임, 시설 운영, 위험 분담 등 사업 전반의 기준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가 한 차례 중단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일정 지연이나 사업비 증가 등에 대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협상 속도만을 앞세워 불명확한 조건을 남길 경우 준공 이후 운영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세부 조건을 둘러싼 협의가 장기화하면 2027년 3월로 예정된 공사 재개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경기도와 컨소시엄이 신속성과 사업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5만 석 규모의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최 의원은 K-컬처밸리 정상화와 별도로 정부의 돔구장도 경기도에 유치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K-컬처밸리는 예정된 일정에 따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5만 석 규모의 돔구장 역시 경기도에 유치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두 시설이 모두 경기도에 조성된다면 공연 규모와 성격에 따른 역할 분담이 가능할 수 있다. K-컬처밸리 아레나는 전문 공연장으로서 음향과 무대 연출, 관람 편의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5만 석 돔구장은 초대형 공연과 스포츠 행사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규모 시설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수요 중복과 운영 효율, 접근 교통망, 인근 상권과의 연계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시설 유치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두 시설이 서로의 수요를 잠식하지 않고 경기도 문화산업의 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만 명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대형 공연시설은 철도·도로·주차장 등 광역교통 대책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공연 전후 혼잡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연계와 안전관리 방안도 사업계획 단계부터 함께 검토해야 한다.
K-컬처밸리의 정상화는 행정적인 사업 재개를 넘어 무너진 주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계획 발표보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다.
경기도가 제시한 2026년 기본협약 체결과 2027년 3월 공사 재개, 2030년 10월 준공 일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계별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안전점검 결과와 보강 범위, 협상 진행 상황, 공사 재개 조건 등을 주민과 도의회에 설명해야 불필요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생기면 그 원인과 대응책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과거의 사업 지연이 불신을 키운 만큼, 앞으로는 진행 상황을 숨김없이 알리고 약속한 절차를 하나씩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의원은 “지금은 K-컬처밸리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라며 “경기도는 K-컬처밸리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정부 돔구장까지 경기도로 가져올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유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K-컬처밸리의 청사진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실제 공사 재개와 예측 가능한 사업 관리다. 안전점검과 민간사업자 협상을 얼마나 신속하고 치밀하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2030년 준공 목표의 현실성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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