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인 경기 화성특례시가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과의 현장 소통을 확대하며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과 연구개발 과정에서 겪는 인재 확보와 전력 공급 문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점검하고, 경기도와 화성시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함께 동탄에 있는 ASM 코리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ASM 코리아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번 방문은 기업의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인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접 듣는 자리로 진행됐다. 정 시장과 추 지사는 이영석 ASM 코리아 대표의 안내로 주요 시설을 살펴본 뒤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반도체 산업 인프라 확충 필요성 등이 주요 현안으로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공장이나 연구시설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정 시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성장동력이자 화성특례시의 미래를 책임질 전략산업”이라며 “앞으로도 경기도와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모두가 행복한 화성특례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도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기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도와 화성시가 기업 현장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인력과 전력, 교통, 정주 환경 등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기반 확충에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 주목된다.
반도체 산업은 흔히 대규모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평가되지만, 실제 경쟁력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시설, 전문 인력, 전력과 용수, 물류망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완성된다. 특히 공정이 미세화되고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첨단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반도체 장비기업은 단순히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고객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공정 기술을 개선하고 생산 효율과 수율을 높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장비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기술 대응 속도가 반도체 제조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정 시장과 추 지사의 ASM 코리아 방문은 화성시의 반도체 정책이 제조시설뿐 아니라 장비와 연구개발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장비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추가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화성은 물론 경기도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인재 확보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고 운용하려면 공정·소재·기계·전기·전자·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경험과 기술을 갖춘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인재 문제는 기업 한 곳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지방정부가 교육과 채용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청년들이 교육을 마친 뒤 지역 기업에 취업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화성시가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면 산업정책과 도시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주거비와 출퇴근 부담이 크고 교육·문화·보육 환경이 부족하면 인재가 장기간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연구자와 기술 인력은 임금과 복지뿐 아니라 주거, 교통, 교육, 여가, 가족생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장을 선택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도로와 전력, 산업단지 확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화성시는 반도체 기업과 연구시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과 대중교통을 개선하고,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도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와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교육·의료·문화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역 대학 및 교육기관과 기업 간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직무와 기술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교육기관은 이를 반영한 현장 중심의 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 전환과 기술 고도화 교육도 병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산학협력 체계가 자리 잡으면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외부에서 유입된 인재가 화성에 거주하면서 소비와 문화생활에 참여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인들이 제기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문제도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은 많은 전력을 지속해서 사용하며, 전력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이 생산성과 직결된다.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나 공급 차질도 공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투자가 확대될수록 지역 내 전력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따라서 기업 유치와 산업시설 확충 계획을 세울 때는 필요한 전력 규모와 공급 시기, 송·배전망 구축 가능성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전력망 확충은 지방정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화성시, 전력 관련 기관, 기업이 중장기 수요를 공유하고 공급계획을 조율해야 한다. 전력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는 일도 중요하다.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에너지 절감 설비 도입과 공정 효율화를 지원하고, 산업단지 차원에서 전력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탄소 감축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에너지 정책과 산업정책을 연계해야 한다.
정 시장과 추 지사가 이번 방문에서 전력 문제를 직접 들은 만큼 향후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확정된 뒤 전력 공급 문제에 대응하는 사후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성장 속도와 수요를 예측해 기반시설을 먼저 준비하는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현장 방문의 또 다른 의미는 경기도와 화성시의 공동 대응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개발과 생산, 장비·소재 공급, 물류, 인력 이동이 여러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며 이뤄진다.
경기도는 광역 차원의 산업정책과 교통·전력·인재 양성 체계를 조정하고, 화성시는 기업의 인허가와 정주 환경, 지역 교통, 현장 애로 해소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다. 중앙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사업을 연결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협력의 성과는 선언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분야별로 정리하고, 담당 기관과 처리 일정, 진행 상황을 기업에 지속해서 알리는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도록 투자와 인허가, 인력, 전력, 교통 문제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규제와 애로사항은 개별 민원으로 처리하기보다 제도 개선 과제로 관리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의 목소리도 폭넓게 들어야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인재 채용과 연구개발 자금 확보, 시험·검증 장비 이용, 해외시장 진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장비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과 구매 상담, 공동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면 산업 생태계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지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품질 인증과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책도 요구된다.
반도체 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투자 확대에만 있지 않다. 산업 성장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와 세수, 기술 혁신의 성과가 지역사회와 시민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 유치와 연구시설 확대가 청년 일자리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교육·문화·복지 분야에서 협력하고, 시민들이 산업 성장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시설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혼잡과 주거비 상승, 지역 간 불균형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투자와 인구가 집중될 경우 기존 주민이 소외되거나 도시 기반시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교통과 주거, 생활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균형 잡힌 도시계획이 요구된다.
정 시장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모두가 행복한 화성특례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산업 성장과 시민의 삶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화성시 반도체 정책의 성과 역시 투자액이나 기업 수뿐 아니라 고용의 질, 지역 인재 채용, 정주 여건 개선, 시민 체감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번 ASM 코리아 방문을 통해 확인된 과제는 분명하다.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와 안정적인 전력, 충분한 산업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지방정부는 현장의 요구를 듣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화성시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 유치 경쟁을 넘어 ‘기업이 투자하고 인재가 정착하며 시민이 성장의 성과를 공유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정명근 시장과 추미애 지사의 이번 동행이 일회성 현장 방문에 머물지 않고, 경기도와 화성시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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