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명지병원·한국항공대 연구 기반도 강점
국회·지방의회·대학·병원·시민까지 ‘원팀’ 구축
[이코노미세계] 인공지능(AI)이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미래와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 고양특례시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제회의 인프라와 수도권 광역교통망, 의료·바이오·교육·연구 기반을 하나로 묶어 고양을 대한민국의 AI 산업 거점이자 국제 AI 규범을 논의하는 중심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회관에서 ‘고양시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 선언식’을 열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한 고양시의 새로운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고 밝혔다.
고양시가 유치에 나선 UN 글로벌 AI 허브는 AI의 안전하고 공정한 활용을 위한 국제협력 플랫폼을 지향한다. AI 국제규범과 표준 마련뿐 아니라 교육과 공동연구, 의료·환경·재난 분야의 AI 활용 등 국제적인 협력을 이끄는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양시의 구상이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국제기구를 하나 더 유치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도시의 산업·경제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치가 성사될 경우 국제회의와 연구·교육, 기업 활동이 연계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고양시가 내세우는 청사진이다.
세계 각국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술개발 경쟁뿐 아니라 AI를 어떻게 안전하고 공정하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AI 기술은 산업 생산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인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공정성, 안전성, 책임 소재 등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AI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수준만으로 결정되기보다 국제적 규범과 표준, 연구·교육, 산업 현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고양시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고양이 가진 도시 인프라를 국제 AI 협력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연결해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고양시는 특히 국제회의 시설과 교통, 산업, 의료, 교육·연구기관이 한 지역에 집적돼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양에는 국내 대표적인 국제전시·컨벤션 시설인 킨텍스가 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 접근성과 GTX-A 등 광역교통망, 일산테크노밸리와 AI·데이터센터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국립암센터와 명지병원, 한국항공대학교 등 바이오·의료·교육·연구 인프라도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에서 고양시가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이처럼 ‘도시 전체가 하나의 AI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양시의 첫 번째 강점은 국제교류 인프라다. 국제기구나 글로벌 협력기관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회의와 전시, 국제행사 개최 능력이 필수적이다. 해외 관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과 숙박·업무·생활 환경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킨텍스는 고양시가 가진 대표적인 자산이다. 고양시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에 성공할 경우 킨텍스를 중심으로 국제 AI 콘퍼런스와 포럼, 전시회, 기업·연구기관 교류 행사 등을 연계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 국제 AI 규범과 표준은 어느 한 국가나 기업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정부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지속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 국제회의를 상시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시설은 그 자체로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교통 경쟁력도 고양시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되는 접근성에 GTX-A를 비롯한 수도권 광역교통망을 더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과의 연계성이 높아진다.
국제기구 유치는 건물 하나를 확보한다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해외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오가야 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정부·기업·대학·연구기관과도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시는 이런 지리적·교통적 장점을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고양시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또 다른 축은 산업이다. UN 글로벌 AI 허브를 국제회의와 정책 논의에만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산업과 연구, 실증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일산테크노밸리와 AI·데이터센터 기반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산업은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 인력, 기업, 실증 공간이 긴밀하게 연결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이 의료와 바이오, 모빌리티, 재난·안전,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도시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적용하는 실증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양시는 국제협력 플랫폼과 산업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국제기구와 기업, 연구기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AI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가 실제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구체적인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지원, 전문인력 확보, 창업 생태계 구축 등 후속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국제기구 유치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이를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고양시의 AI 도시 전략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의 또 다른 차별점은 의료·바이오 분야다. 국립암센터와 명지병원 등 의료기관이 자리 잡고 있어 AI 기술과 의료 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의료는 AI 기술 활용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분야다. 영상 판독과 질병 진단 보조, 환자 데이터 분석, 신약개발, 의료서비스 효율화 등 AI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 넓다. 동시에 환자 개인정보와 데이터 활용, AI 판단의 책임성 등 국제적인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제 AI 규범을 연구·논의하는 플랫폼과 실제 의료 현장이 가까이 존재한다는 점은 고양시가 강조할 수 있는 특징이다. 한국항공대학교를 비롯한 교육·연구기관도 인재 양성과 공동연구 측면에서 중요한 기반이다.
AI 산업은 결국 인재 경쟁이다. 글로벌 AI 허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연구자와 기업, 대학생과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연구 프로그램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고양시가 대학과 병원, 연구기관을 유치 전략의 주요 축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고양시가 이번 유치 선언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사람과 네트워크’다. 민 시장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선언식에는 한준호·이기헌·김영환 국회의원과 김미수 의장, 경기도의원들을 비롯해 한국항공대·명지병원·국립암센터 관계자와 시민대표 등이 참여했다. 김성회 의원도 영상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제기구 유치가 지방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협력 구조는 의미가 있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은 물론 외교·산업·과학기술 분야의 협력과 국제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고양시는 국회와 정부,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시민이 하나의 ‘원팀’이 돼 유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관건은 이 같은 지지와 협력을 실질적인 유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제기구 유치에는 장기간에 걸친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 도시의 입지 조건과 시설뿐 아니라 운영계획, 재정적 지원, 국제적 접근성, 인력 확보,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시가 유치전을 본격화한다면 중앙정부와의 협력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양시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 시장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는 단순한 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고양을 대한민국 AI 산업과 국제 AI 규범의 중심도시로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고양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제기구 유치가 도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직접적인 고용 창출에 그치지 않는다. 관련 국제회의와 행사가 늘어나면 숙박과 관광, 외식, 교통 등 지역 서비스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된다면 전문직 일자리와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고양시는 킨텍스라는 대형 전시·컨벤션 인프라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AI 국제협력 플랫폼과 기존 마이스(MICE) 산업을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 AI 포럼과 전시·콘퍼런스, 기업 투자설명회,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등이 연계된다면 킨텍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양의 산업 브랜드를 강화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여기에 일산테크노밸리와 의료·바이오 분야, 데이터센터 등의 기반을 연결하면 국제행사 개최→기업·연구기관 교류→투자와 기업 유치→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고양시가 향후 검토할 수 있는 방향이다.
이번 유치전은 고양시의 도시 정체성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시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주거도시이면서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전시·컨벤션 도시로 성장해왔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는 여기에 ‘첨단산업·국제협력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더하겠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AI 산업의 특징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다. AI 자체만으로 독립적인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료·바이오, 모빌리티, 콘텐츠, 환경, 안전, 행정 등 기존 산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고양시가 가진 의료·전시·연구 인프라와 AI가 결합할 경우 도시의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고양시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 등이 집적될 경우 고급 연구·전문인력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취업·창업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는 유치만으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기구와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국내외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 전략, 대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고양시의 도전은 이제 첫발을 뗐다. 민 시장 역시 “고양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며 “세계가 주목하는 AI 도시, 고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는 선언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UN 글로벌 AI 허브의 역할과 기능을 고양시가 보유한 산업·연구 인프라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 경기도와의 협력 구조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국제기구 유치라는 특성상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 확보 역시 중요하다. 국내에서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AI 전문가와 연구기관, 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고양이 국제 AI 논의를 이끌 수 있는 도시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기구 유치가 시민들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일자리와 지역경제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와 비용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성공 여부는 고양이 가진 기존 인프라를 하나의 전략 아래 얼마나 효과적으로 묶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킨텍스와 인천국제공항 접근성, GTX-A 등 교통망, 일산테크노밸리와 AI·데이터센터 기반, 국립암센터·명지병원·한국항공대 등 의료·교육·연구 인프라는 고양시가 내세우는 자산이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 기업, 대학·연구기관, 시민이 참여하는 협력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 기술 경쟁이 국가와 도시의 미래를 가르는 시대다. 고양시의 이번 도전은 국제기구 유치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넘어 고양이 앞으로 어떤 산업으로 먹고살 것인지, 어떤 도시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맞닿아 있다.
‘서울과 가까운 주거도시’에서 국제회의와 첨단산업, 의료·연구, AI 국제협력이 집적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 시장이 표현한 ‘고양 대전환’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투자, 연구개발,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고양의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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