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남녀에 미치는 영향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
“교육청 살림살이 곳곳에 양성평등 가치 스며들어야”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교육청의 성인지 예산이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실제 교육 현장의 성별 격차를 개선하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경기도의회가 성평등 관점에서 교육재정을 편성·집행하고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핵심은 성인지 예산·결산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시 다음 회계연도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환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경옥 의원은 8월 20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교육청 예산담당관과 정담회를 열고 '경기도교육청 성인지 예산 운영 및 성과관리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조례 제정의 방향은 ‘성평등 관점이 온전히 반영되는 재정 운용 체계’를 만드는 데 맞춰졌다.
김 의원과 경기도교육청 예산담당관은 이날 성인지 예산·결산서가 단순히 예산서에 첨부되는 서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성인지 예산이 경기교육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질적인 성별 격차를 개선하는 재정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은 ‘얼마를 어디에 투입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성인지 예산의 핵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예산과 사업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데 있다.
김 의원이 추진하는 조례안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첨부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성인지 예산 운영 및 성과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다음 회계연도에 환류함으로써 교육재정의 성인지적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 결산을 각각 분리된 행정절차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성과관리’와 ‘환류’다. 성인지 예산을 편성하는 것만으로 정책 목표가 달성됐다고 평가하지 않고 실제 집행 결과를 확인한 뒤 그 성과와 한계를 다음 예산에 다시 반영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성인지 예산의 성패는 관련 서류를 얼마나 충실하게 작성했느냐보다 실제 교육재정 운용 과정에서 성평등이라는 정책 목표가 어느 정도 구현됐느냐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례 제정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김 의원과 교육청 예산담당관은 정담회에서 성인지 예산·결산서 작성이 단순한 서류 첨부에 그치지 않고 경기교육의 실질적인 성별 격차를 개선하는 재정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성인지 예산이 형식적인 행정절차로 굳어진다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예산은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정책 목표가 아무리 명확하더라도 필요한 재정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교육정책에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선언적인 정책 목표에 머물지 않고 예산 편성과 집행, 평가 과정에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번 조례안이 ‘성인지 예산 운영’과 함께 ‘성과관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예산을 분석하고 사업을 추진한 뒤 실제 효과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다시 차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성인지 예산은 단순한 행정문서를 넘어 정책의 방향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성평등을 특정 사업이나 일부 정책에 한정된 가치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양성평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터와 교육청 살림살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는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교육청 살림살이’라는 표현에는 성평등을 교육과정이나 개별 교육사업뿐 아니라 예산을 포함한 교육행정 전반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교육정책이 실제 학생과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산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런 점에서 성평등 관점이 예산의 편성 단계부터 집행, 결산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의원은 “집행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현장 의견을 꼼꼼히 수렴해 실효성 있고 완성도 높은 조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례를 만드는 것 자체보다 실제 집행 과정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조례안의 실효성을 가늠할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는 성인지 예산의 분석 결과를 다음 회계연도에 반영하는 환류 구조다. 성인지 관점에서 사업과 예산을 분석하더라도 결과가 일회성 평가로 끝난다면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집행 결과를 평가해 부족한 부분을 찾고 이를 다음 해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한다면 성인지 예산의 효과는 누적될 수 있다. 예산 편성→집행→결산→성과 분석→차년도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조례의 명칭에 ‘운영’뿐 아니라 ‘성과관리’를 명시했다는 점은 성인지 예산을 편성 단계에 국한하지 않고 결과까지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체계가 정착되려면 조례 제정 이후의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 어떤 사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살펴볼 것인지, 사업별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 것인지, 평가 결과를 차년도 예산과 정책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등이 실제 제도 운용 과정에서 구체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례 제정은 성인지 교육재정 체계를 완성하는 종착점이라기보다 새로운 재정 운용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김 의원 역시 조례의 실효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실제 교육청의 예산 편성·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제도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예산부서와 사업부서, 교육 현장이 성인지 관점을 공유하고 성과평가 결과가 다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된다면 조례의 영향은 교육행정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정담회에서 김 의원이 경기도교육청 예산담당관과 조례 제정 방향을 협의한 것도 실제 예산을 담당하는 집행부와 제도의 실행 가능성을 함께 살피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조례 제정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도 관건이다. 교육 현장은 학교와 교육지원청, 교육청 등 다양한 단위가 맞물려 움직인다. 성인지 예산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취지가 현장의 예산 집행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이 “현장 의견을 꼼꼼히 수렴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국 좋은 조례의 기준은 조문이 얼마나 정교한지에만 있지 않다. 정책 대상과 행정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조례안이 지향하는 방향을 압축하면 교육재정을 평가하는 질문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얼마나 편성했고 얼마나 집행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예산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성평등이라는 정책 목표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의 성과를 관리하고 그 결과를 다음 회계연도에 환류하겠다는 구상 역시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는 재정 운용의 책임성을 높이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예산의 영향을 분석하고 결과를 평가해 다음 예산에 반영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정책 담당자는 사업의 필요성뿐 아니라 실제 성과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성인지 예산이 형식적인 행정절차에서 실질적인 성과관리 체계로 전환될 수 있느냐는 결국 이 과정이 얼마나 충실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 추진을 ‘교육의 공정성과 균형’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손길이 고르게 닿는 따뜻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의정활동의 본령”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이 성평등 가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튼튼한 제도적 기반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조례안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성인지 예산을 ‘작성해야 하는 서류’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교육 현장의 격차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실질적인 재정정책 수단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례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앞으로는 제도의 선언적 의미보다 구체적인 실행 구조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예산의 성별 영향을 어떻게 분석하고,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며, 그 결과를 차년도 예산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조례의 실효성을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방대한 교육재정 속에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학생과 교육 현장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조례 제정과 집행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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