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 발생부터 종료까지 교사와 일대일 동행
[이코노미세계]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를 사건 발생 초기부터 종료 시점까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 공개 모집에 18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50명을 뽑는 자리에 현직·퇴직 교원을 비롯해 변호사와 의사, 전·현직 경찰, 갈등 조정 전문가 등이 대거 지원하면서 36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순한 일자리 공모의 흥행으로만 보기 어려운 수치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전담관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보호 장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권 보호에 뜨거운 의지와 성원을 보내준 도민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교권보호전담관 공개 모집에 50명 모집 기준 총 1823명이 지원해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지원 규모와 높은 전문성을 확인했다”며 선발 인원 확대와 별도의 시민 참여형 교권 보호 체계 구축 가능성도 내비쳤다.
교권보호전담관 제도의 핵심은 중대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교사에게 전담 인력을 배정하는 것이다. 전담관은 아동학대 피신고, 악성 민원, 교육활동 침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를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료 시점까지 일대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의 교권 보호 정책이 사건 발생 이후 법률 상담이나 심리 치료, 행정적 지원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데 머물렀다면, 전담관 제도는 여러 지원 절차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해 교사가 교육청의 여러 부서를 직접 찾아다니거나, 복잡한 절차를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교권 침해 사건은 사실관계 확인과 학부모 민원 대응, 교육활동 침해 여부 판단,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률 대응 등 여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계속하면서 이런 절차까지 감당하려면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건 초기 대응은 이후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학교와 교육청이 초기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교사에게 필요한 안내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면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교사가 혼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교육 현장을 떠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전담 책임 지원 방식을 앞세운 것도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전담관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필요한 법률·행정·심리 지원을 연계하면 피해 교사가 느끼는 고립감과 절차상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공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원자의 규모뿐만 아니라 직업과 전문 분야의 다양성이다. 현직 및 퇴직 교원은 물론 변호사, 의사, 전·현직 경찰, 갈등 조정 전문가 등이 지원했다.
교권 침해 사안은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적 판단과 수사 절차에 대한 이해, 피해 교사의 심리 상태를 살피는 전문성,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전담관 공모에 지원한 것은 복합적인 교권 침해 문제에 대응할 인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823명이라는 지원 규모는 교육 현장의 교권 회복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보여준다. 안 교육감은 “50명을 선발하는 자리에 1823명이 지원한 것은 무너진 교권을 함께 바로 세우자는 도민들의 절실한 염원이 하나로 모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경쟁률과 다양한 경력만으로 제도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원자가 실제 학교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지, 민감한 개인정보와 사건 내용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등을 선발 과정에서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교권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만큼이나 갈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능력이 중요하다. 전담관이 학교나 교사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역할로 비치면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갈등 중재에만 무게를 두다가 피해 교사 보호가 늦어지면 제도의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면서도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함께 지키는 전문성이 전담관 선발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계획한 50명을 넘어 전담관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전문가가 지원한 만큼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권 보호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선발 인원을 늘리려면 담당 지역과 업무 범위, 예산, 지휘·감독 체계 등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인원만 확대하고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전담관과 기존 교육지원청 담당 부서, 학교 관리자 사이에 업무가 겹칠 수 있다.
전담관 한 명이 담당할 학교와 교사의 범위도 중요한 문제다. 경기도는 학교와 교원 수가 많은 데다 지역별 교육 여건도 크게 다르다. 도시 지역에서는 악성 민원과 법적 분쟁이 집중될 수 있고, 농촌 지역에서는 이동 거리와 전문 인력 접근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별 교권 침해 유형과 학교 규모를 고려한 인력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
전담관에게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부여할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상담과 지원 기관 연계에 머무를 것인지, 교육청 내부 부서와 학교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책임은 크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면 단순한 상담 창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교육청은 전담관의 역할과 사건 처리 절차, 지원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교육과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법령과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민원 응대, 갈등 조정, 개인정보 보호, 심리적 위기 대응 등에 관한 실무교육도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최종 선발되지 않은 지원자 가운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교육활동 보호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칭 ‘시민교권보호관’을 운영해 교권 보호 정책에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교권보호관이 도입되면 법률·의료·수사·상담 등 분야별 전문가가 필요한 사안에 자문하거나 지역 단위 교권 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담관만으로 모든 사건과 전문 영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인력망을 구축해 지원 체계를 보완하려는 구상이다.
경기도의회가 제안한 교권보호전담관 자문단 운영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자문단은 전담관이 복잡하거나 판단이 어려운 사건을 다룰 때 분야별 의견을 제공하고, 교권 보호 정책의 방향과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다만 시민교권보호관과 자문단을 운영하려면 위촉 기준과 활동 범위,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교권 침해 사건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개인정보는 물론 수사·소송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외부 전문가가 사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되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유되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
전담관과 시민교권보호관, 자문단 사이의 역할 구분도 과제다. 지원 창구가 많아지더라도 의사 결정 체계가 복잡해지면 오히려 신속한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 사건을 총괄하는 주체와 분야별 자문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학교 현장에서는 하나의 창구를 통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7월 31일로 예정했던 최종 선정 결과 발표일을 8월 10일로 연기했다. 지원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 지원자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심사 일정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안 교육감은 “보다 공정하고 완성도 높은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며 지원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발표 연기는 그만큼 심사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800명이 넘는 지원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제한된 기간 안에 검증하려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서류상의 경력뿐 아니라 실제 갈등 상황에서의 판단력과 의사소통 능력,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제도에 대한 현장 신뢰를 좌우할 첫 관문이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지원한 만큼 특정 분야나 경력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선발도 요구된다. 교육·법률·수사·상담·의료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이 서로 보완될 수 있도록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
전담관 선발 이후에도 과제는 남는다. 교사들이 제도의 존재와 이용 절차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긴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시 연결되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원 요청 이후 실제 조치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교사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됐는지 등을 점검하는 성과 평가도 필요하다.
교권보호전담관 제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교사만을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치고 학생이 안정적으로 배우며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교권이 약화하면 교사는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교실 질서와 학생의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교권 보호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 학교를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전담관 제도는 교사 보호와 함께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학교 구성원 간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반복되는 악성 민원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충분한 설명과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조기에 조정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안 교육감은 “교권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안이자 교육청의 책무”라며 “교권보호전담관 제도가 교육 현장에 깊이 뿌리내려 교사는 두려움 없이 가르치고, 학생은 마음 놓고 배우며,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는 교육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도록 책임지고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50명 모집에 1823명이 지원한 기록적인 경쟁률은 교권 회복을 바라는 사회적 열망을 확인시켰다. 이제 중요한 것은 높은 관심을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는 일이다. 공정한 선발과 전문적인 교육, 명확한 권한과 책임, 신속한 사건 대응 체계를 갖출 때 교권보호전담관은 일회성 대책을 넘어 경기도교육의 새로운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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