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생활 보장 넘어 ‘더 나은 삶’ 지향하는 정책체계 구축
[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108만 시민의 삶을 지탱할 새로운 ‘복지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일부 계층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복지정책을 넘어 시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정책적 기준과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화성특례시 복지기준선’이 있다. 복지기준선은 시민의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돌봄과 소득, 주거, 건강, 교육, 교통 등 6개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특히 단순히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수준을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보다 안정적이고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정기준’까지 함께 마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제시한 ‘기본사회’ 역시 이 같은 복지기준선과 맞닿아 있다. 정 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사회를 “108만 화성특례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보편적 권리를 누리며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를 특정 계층에 대한 지원에 국한하지 않고 시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의 문제로 확장한 것이다.
화성특례시가 추진하는 복지기준선의 핵심은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있다. 기존 복지정책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 지원이 시급한 시민을 선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복지기준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성시민이라면 어느 정도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책의 출발점이 ‘지원 대상’에서 ‘시민의 삶’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정 시장이 기본사회를 설명하면서 ‘108만 시민 모두’, ‘차별 없이’, ‘보편적 권리’,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시민의 생활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복지에 대한 요구도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정책으로 모든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정부가 시민 생활의 주요 영역별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화성특례시가 복지기준선을 돌봄·소득·주거·건강·교육·교통 등 6개 생활영역으로 나눈 것도 시민의 삶을 개별 복지사업이 아니라 일상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민의 삶은 어느 한 분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더라도 주거가 불안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주거 환경이 안정돼 있어도 의료나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면 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교육과 교통 역시 시민의 생활기회와 직결되는 영역이다.
결국 복지기준선의 성패는 각각의 정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성특례시가 마련한 복지기준선은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6대 생활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첫 번째는 ‘돌봄’이다. 돌봄은 특정 연령이나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와 아동, 노인 등 생애주기에 따라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생활기반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화성시가 돌봄을 복지기준선의 주요 영역에 포함한 것은 시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중요한 복지의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소득’ 역시 시민의 안정적인 삶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주거·교육·건강 등 다른 생활영역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득 영역의 기준선은 시민의 생활안정을 바라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주거’는 시민의 삶이 시작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가족생활과 휴식, 교육 등이 이뤄지는 일상의 기반이다.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면 다른 생활영역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거를 독립적인 복지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공간적 기반까지 복지정책의 영역으로 바라보겠다는 접근이다.
‘건강’은 시민 삶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수 있다.
교육과 교통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과 미래의 기회를 좌우하고, 교통은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 각종 생활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특히 교통은 다른 복지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생활권과 밀접한 분야다.
이처럼 화성특례시가 6개 분야를 하나의 복지기준선 안에 담은 것은 복지를 개별 사업의 집합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체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복지기준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최저기준’과 함께 ‘적정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정 시장도 이 부분을 직접 강조했다. “특히 최저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적정기준’까지 함께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시민 여러분께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의 기준과 목표를 한 단계 높였다”고 밝혔다.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지향점에 차이가 있다. 최저기준이 시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최소 수준에 무게를 둔다면, 적정기준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민이 보다 안정적이고 질 높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복지정책의 목표가 단순히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복지사업의 개수나 지원 인원 등 투입과 실적 중심의 평가를 넘어 실제 시민의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삶을 정책의 최종 성과로 놓는다면 지방정부의 각종 사업도 복지기준선과 연결해 점검할 필요성이 커진다.
결국 복지기준선은 하나의 새로운 복지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화성특례시가 시행하는 다양한 정책이 시민 삶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책의 좌표’라는 데 의미가 있다.
화성특례시의 이번 복지기준선은 단기간에 마련된 정책이 아니다. 정 시장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부터 복지기준선 수립을 위한 연구와 준비를 진행해 왔다. 정 시장은 최근 열린 ‘화성특례시 복지기준선 수립 보고회’에 참석해 그동안의 준비 상황과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장기간의 연구와 준비를 거쳐 기준선을 마련한 것은 복지정책이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복지기준선은 한 번 설정했다고 끝나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도시는 계속 변한다. 인구구조와 가족 형태가 달라지고 시민의 생활수준과 정책 수요도 변화한다. 이에 따라 시민에게 필요한 돌봄의 수준, 적정한 주거환경, 교육과 교통에 대한 요구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준선을 실제 정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의 생활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점검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 역시 과제다. 복지기준선이 선언적 기준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향후 화성특례시의 각종 정책과 연결되고 행정 현장에서 실제 사업으로 구현돼야 한다. 돌봄·소득·주거·건강·교육·교통이라는 6개 영역별 기준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향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복지기준선은 정 시장이 강조해 온 ‘기본사회’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정책적 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 시장이 말하는 기본사회의 출발점은 ‘보편성’이다. 108만 시민을 특정한 조건에 따라 구분하기보다 화성특례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복지를 단순한 행정서비스가 아닌 시민의 권리로 바라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거 복지정책에서는 누가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얼마를 지원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기본사회 구상에서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더해진다.
‘시민이 살아가는 데 지방정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화성특례시 복지기준선은 이 질문에 대한 시 차원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돌봄부터 교통까지 시민의 생활을 구성하는 6개 분야에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 정책적으로 보완한다면 지방정부 복지정책의 체계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정 시장이 기본사회를 ‘제도적 기반’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회성 지원이나 특정 사업 하나로 기본사회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행정과 정책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화성특례시는 108만 시민이 살아가는 대도시다. 도시가 커진다는 것은 행정 규모만 확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민의 연령과 직업, 가족 형태, 생활권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정책 수요도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단순히 인구와 개발 규모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시민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는지, 필요한 돌봄과 의료·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주거와 이동의 어려움은 없는지 등 ‘삶의 질’이 도시 경쟁력을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화성특례시 복지기준선은 108만 대도시가 시민의 삶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선언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최저기준에서 적정기준으로 정책 목표를 확장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시민을 지원했는가’를 넘어 ‘전체 시민의 생활수준을 어디까지 높일 것인가’를 지방정부의 과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정책의 진정한 평가는 기준을 마련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기준선이 실제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6대 영역의 정책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설정된 기준이 구체적인 사업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시민들이 복지기준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의 목표와 추진 과정,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준과 현실 사이의 거리다. 아무리 높은 정책 목표를 세우더라도 시민의 실제 생활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준선의 의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복지기준선을 토대로 부족한 분야를 찾아내고 이를 예산과 사업, 행정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한다면 시민의 삶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정책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명근 시장이 복지기준선을 통해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시민 누구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화성특례시에 사는 것 자체가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시장은 “앞으로도 108만 시민 누구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화성특례시에 산다는 것이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기본사회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화성특례시 복지기준선의 핵심은 ‘숫자’보다 ‘삶’에 있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이 흔들리지는 않는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 마련돼 있는가. 건강과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고 필요한 생활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
화성특례시가 선택한 6대 영역은 모두 시민들이 매일 부딪치는 현실의 문제다. 그리고 그 현실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해야 한다’는 최저기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이라면 이 정도의 삶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적정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방향이다.
108만 대도시 화성이 이제 도시 성장의 다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얼마나 큰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넘어, 그 도시에서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준비해 온 복지기준선이 그 질문에 대한 화성특례시의 정책적 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돌봄·소득·주거·건강·교육·교통이라는 여섯 개의 기준이 시민들의 일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최저의 삶’을 보장하는 도시에서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정명근 시장이 내세운 기본사회 구상이 이제 108만 화성특례시민의 생활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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