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채 발행과 부채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공공주택 공급과 신도시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지만, 사업 일정이 겹치거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토지 매각과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재무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GH의 202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약 260%에 이르는 가운데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보상비 약 4조원을 조달하기 위한 공사채 발행까지 추진되면서, 단순한 법정 기준 충족을 넘어 사업별 자금 투입과 회수 계획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이혜원 부위원장은 6일 경기도의회 양평상담소에서 GH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공사채 발행 승인 절차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업무보고의 핵심은 공공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와 재무 위험을 도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공사채는 지방공기업이 공공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대규모 보상비와 공사비를 한꺼번에 투입해야 하는 도시개발사업에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재원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자체 자금만으로 수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공사채를 통해 먼저 재원을 확보하고 이후 토지 매각과 주택 분양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문제는 공사채 발행 승인을 받는 시점과 실제 사업비를 집행하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절차와 보상 일정, 사업계획 변경,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승인 이후 실제 자금 사용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회계와 재무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도민의 눈에는 공사채 발행 승인액 전체가 곧바로 부채로 투입되는 것처럼 보이거나, 반대로 승인을 받았는데도 사업이 지연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공사채 발행 규모뿐 아니라 승인 시기, 실제 차입 시기, 집행 대상 사업과 상환 재원까지 단계별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위원장은 “도민 입장에서는 승인 시기와 실제 자금 사용 시점이 달라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재무운영 구조와 부채 관리 방식을 도민의 눈높이에 맞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선 요구다. 공사채가 어느 사업에 투입되는지, 집행이 지연될 경우 이자 부담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사업 완료 후 어떤 수입으로 상환할 것인지 등을 도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GH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다. 이 사업의 보상비 조달 규모만 약 4조원으로 거론된다. 보상 절차가 본격화하면 짧은 기간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은 구조적으로 초기 부채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 건설공사에는 먼저 돈이 들어가지만 자금 회수는 토지 매각과 주택 분양이 이뤄진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의 부채비율 상승만으로 재무 부실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초기 부채가 이후의 수입으로 안정적으로 상환된다는 전제는 사업 일정과 시장 상황이 계획대로 진행될 때 성립한다. 토지 매각이 늦어지거나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경우 자금 회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 보상비와 공사비가 예상보다 늘어나면 전체 사업비도 증가한다. 여기에 여러 대규모 사업의 자금 투입 시기가 겹치면 단기간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부채비율의 높고 낮음만 따질 것이 아니라 부채의 성격과 만기 구조, 사업별 회수 가능성, 연도별 현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공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에 적정하게 배분됐는지, 자금 회수가 지연돼도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이 부위원장은 “개발사업 특성상 초기에는 보상비와 사업비 투입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후 토지 매각과 분양대금 회수를 통해 안정화되는 구조”라며 “사업 추진 시기와 시장 여건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현실적인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GH의 202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약 260%라는 점도 이날 점검 과정에서 거론됐다. 이 수치가 곧바로 재무 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대규모 사업비가 추가로 투입되는 상황에서는 부채 증가 속도와 상환 능력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채 발행은 관련 법령과 정부의 승인 절차, 지방공기업의 재무관리 기준 등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법정 한도 안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재무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계획은 부동산 경기, 금리, 공사비, 보상 협의, 인허가 절차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나의 사업에서 자금 회수가 늦어지는 동안 다른 사업의 보상과 공사가 시작되면 예정에 없던 자금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는 낙관적인 기본 전망뿐 아니라 토지 매각과 분양이 늦어지는 경우, 사업비가 증가하는 경우, 여러 사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 경우 등을 가정한 대응 방안이 담겨야 한다. 이른바 ‘위기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부채비율과 현금 흐름의 변화를 사전에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공사채는 공공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 조달 수단인 만큼 단순히 법정 한도나 관리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사업 일정의 중첩과 자금 회수 지연 가능성까지 고려해 재무 안정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별 재무 상태를 세분화해 공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체 부채비율만으로는 어떤 사업에서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지, 어느 사업이 안정적인 수입을 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별 총사업비와 공사채 발행액, 연도별 집행 계획, 예상 회수액, 상환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면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사업 지연이나 시장 변화가 발생했을 때 전체 재무계획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GH에 공사채 발행 목적과 집행계획, 향후 부채비율 전망을 투명하고 알기 쉽게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내부 경영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민의 부담과 공공사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GH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개발과 주거복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 주거 취약계층 지원, 지역 균형개발 등 공사의 본래 역할도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부채 감축만을 앞세워 필요한 공공투자를 지나치게 줄이면 주택 공급과 기반시설 확충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사채 발행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업에는 적기에 자금을 투입하되 상환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에 들어간 자금은 당장 회수되지 않지만, 사업이 완료되면 주택 공급과 지역경제 활성화,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기대효과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재무 위험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사업의 공공성과 재무 건전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안정적인 재무 기반이 있어야 공공성이 지속될 수 있다. 향후 GH의 재무관리 수준은 공사채를 얼마나 발행하느냐보다,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투입하고 어떤 방식으로 회수·상환하느냐에 따라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공사채와 부채 문제뿐 아니라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다시 논의됐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제기했던 전세임대주택 입주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정해진 기간 안에 조건에 맞는 주택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가 직접 주택을 물색하면 공공기관이 집주인과 계약한 뒤 입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이다. 입주자가 원하는 지역과 생활권에서 주택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보증금 기준과 주택 상태, 권리관계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하거나 임대인이 공공기관과의 계약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면 대상자가 상당한 기간 주택을 찾아다니고도 계약하지 못할 수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장 문제가 입주자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 부위원장은 “입주 대상자가 시장 여건 등으로 충분히 주택을 물색했음에도 정해진 기간 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렵게 얻은 입주 기회가 헛되지 않도록 필요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유예 등 유연한 제도 운영과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GH에 요청했다. 단순히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주 가능 주택 정보 제공, 임대인 대상 제도 안내, 계약 과정의 행정 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공주거 정책은 공급 물량이나 선정 인원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이 실제 주택을 구하고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비로소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 제도의 문턱은 넘었지만 시장의 벽에 막혀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는 것이 주거복지의 실효성을 높이는 과제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점검도 이어졌다. 이 부위원장은 양평 행복주택과 양동산업단지 등 GH가 추진하는 사업의 진행 상황을 지속해서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개발사업은 계획 수립과 행정절차, 보상, 착공,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사업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일정이 왜 늦어지는지,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사업 추진 주체가 진행 상황과 향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기대가 불신으로 바뀔 수도 있다.
양평 행복주택은 지역의 주거 안정과 연결되고, 양동산업단지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닿아 있다. 각각의 사업이 계획된 목적을 달성하려면 공정률과 예산 집행률을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주민이 실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 부위원장은 주민들이 추진 상황과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당 사업들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차원의 점검이 사업 지연 원인을 확인하고, GH와 관계기관의 협력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GH는 앞으로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과 주거복지 확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수조원대 공사채를 발행해 사업 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세임대 입주자의 계약 문제처럼 시민 한 사람의 생활과 맞닿은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투명성과 실행력이다. 공사채 발행 목적과 집행·상환 계획을 도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제도 밖으로 밀려날 위험에 놓인 주거 취약계층을 끝까지 지원하고 지역개발의 성과가 주민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공공개발의 규모가 커질수록 재무 위험에 대한 감시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GH가 대규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도민이 체감하는 주거복지와 지역 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경기도의회와 도민의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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