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 지방자치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와 역할을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는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방자치가 단순한 행정 분권을 넘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하고 책임지는 구조로 발전하려면 지방의회에 독립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 광역의회를 대표하는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강조하면서 향후 입법 논의가 어떤 속도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남 의장은 지방의회 부활 35주년인 지금이 지방의회의 법적 위상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 의장은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회의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 전국 시·도지사, 지방자치 관련 협의체 대표 등 중앙과 지방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남 의장은 전국 16개 시·도의회를 대표해 광역의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독립된 법률로 규정하는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이 중앙·지방 협력의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지방자치가 지방정부 중심의 분권에서 벗어나 의회까지 포함하는 제도적 분권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의 본질은 지방의회의 권한을 단순히 확대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남 의장은 이날 자유토론에서 민선 9기 중앙·지방 협력 방안에 ‘지방의회 책임성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이 포함된 것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과 정부에서 지방의회 위상 정립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 추진 방향을 제시해 주신 것에 깊이 공감하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회의 지위와 역할을 독립된 법률로 명확하게 정립한다면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를 움직이는 두 축이다. 집행기관이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면 지방의회는 조례 제정과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이를 견제하고 주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확대될수록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책임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의 확대와 지방의회의 제도적 기반 강화가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남 의장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균형을 이루고 각자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독립된 법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올해 지방의회 부활 35주년이라는 점도 지방의회법 논의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남 의장은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한 이후 35년이 흐른 지금을 지방의회의 법적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시점으로 규정했다.
지난 35년 동안 지방의회의 역할과 지방행정의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지방에서 다뤄야 할 정책 영역 역시 복지·산업·교통·환경·도시개발 등 주민 생활 전반으로 넓어졌다.
그만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도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대됐다. 지역의 예산과 정책을 감시하고 조례를 만드는 전통적인 역할뿐 아니라 중앙정부 정책과 지역 현안을 연결하고, 지역의 미래 성장전략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지방의회법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함께 검토돼야 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 의장 역시 단순한 권한 확대보다는 ‘책임이 담긴 법안’을 강조했다. 또 “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전국 광역의회의 뜻을 모아 필요한 내용을 충실히 제안하고, 지방의회의 책임이 담긴 좋은 법안이 제정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독립성을 확보하는 만큼 주민에 대한 책임과 의정활동의 투명성도 함께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지방의회법이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관한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국무총리와 중앙부처 장관, 시·도지사, 지방자치 관련 협의체 대표 등이 참여한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도 지방 측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이 논의됐다는 것은 지방의회의 법적 위상 문제가 개별 지방의회 차원의 요구를 넘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논의하는 지방자치 제도개선 과제로 부상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방분권 논의는 중앙정부가 가진 행정·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얼마나 이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만으로 지방자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역량과 책임성이 동시에 강화돼야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의회법 제정 문제는 ‘지방의회에 무엇을 더 줄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기본 정신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하 관계가 아니라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에서 국가의 주요 지방정책을 논의한다는 데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지방의회의 법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 역시 지방분권의 또 다른 과제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 배분뿐 아니라 지방 내부에서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권한과 책임도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산업정책, 교통 인프라, 복지사업처럼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정책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 늘어날수록 지방의회의 감시와 검증 기능은 중요해진다.
지방정부가 보다 많은 자율성을 갖는다면 지방의회 역시 집행부의 정책을 검증하고 주민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독립성 강화가 곧바로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가 확대된 역할에 걸맞은 책임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역시 지방의회법 논의 과정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 남 의장이 지방의회의 ‘독립성’뿐 아니라 ‘책임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남 의장의 행보는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 하루 전부터 이어졌다. 25일 국회를 찾아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건의안’과 경기도의회가 마련한 자체 제정안을 전달하고 지방의회법의 연내 제정을 요청했다.
전국 광역의회의 입장을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전달하는 동시에 실제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도 자체안을 제시하면서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지방의회법에 어떤 내용과 원칙을 담을 것인지다.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지방의원의 책임, 의정활동의 투명성, 전문성 확보 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의회법이 지방의회 조직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방의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방의회가 주민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지방자치의 최종 목적은 중앙이나 지방정부, 지방의회 어느 한 기관의 권한 확대가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는 향후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분권 논의가 이어져 왔다면 이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사이의 균형,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책임성까지 포함하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 규모와 정책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지방분권 확대가 오히려 집행기관으로 권한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방의회에 독립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책임성과 투명성까지 강화한다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하고 협력하는 지방자치 구조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지방의회법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권한을 지방의회에 부여했느냐’보다 ‘주민을 위한 견제와 책임의 구조를 얼마나 제대로 만들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 의장이 지방의회 부활 35주년을 ‘법적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시점’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다뤄지고 전국 광역의회를 대표하는 협의회가 입법 지원 의지를 밝힌 데 이어 국회에 자체 제정안까지 전달되면서 지방의회법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방의회 부활 35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그 결과가 주민에게 돌아가는 지방자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단순한 ‘의회의 권한 확대’를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다음 35년을 설계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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