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마을 연결하고 지역 교육자원 공동 활용 모색
‘기관별 교육’ 넘어 지방정부·교육계 공동 협력체계 주목
[이코노미세계] 학교의 담장이 낮아지고 있다. 교육의 공간을 학교 안에만 가두지 않고 마을과 도시 전체로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이 각자의 영역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행정·문화·복지·산업 자원을 교육과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 서남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흥·안양·안산·과천·군포 등 경기 서남부 지역 시장들과 교육장 등이 함께한 사실을 알렸다. 임 시장은 이 자리가 협약을 앞두고 마련된 사전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여러 도시의 시장과 교육감, 교육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만남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단순한 기관 간 교류가 아니다. 원문에 따르면 안민석 교육감이 제안한 방향은 ‘마을과 학교의 벽’을 허물고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벽’을 넘어 교육의 대전환을 함께 이루자는 것이다.
교육을 교육청과 학교만의 업무로 바라보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까지 교육의 주체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지방행정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행정기관은 지역이라는 동일한 공간을 기반으로 움직이면서도 행정체계는 분리돼 있다.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도시계획과 복지, 문화, 체육, 청소년, 교통, 산업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담당한다. 반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학교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육행정을 담당한다.
문제는 시민의 실제 생활에서는 두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다는 점이다. 학생은 학교에서만 생활하지 않는다. 등하굣길과 도서관, 체육시설, 청소년시설, 공원, 문화공간 등 도시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한다. 진로·직업교육으로 범위를 넓히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도 중요한 교육자원이 될 수 있다.
교육정책과 지방행정이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자원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경기 서남부 지역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을과 학교의 벽을 허문다’는 표현에는 학교 밖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교육과 연결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벽을 넘는다’는 구상은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정책과 자원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간담회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도시 한 곳의 협력이 아니라 경기 서남부 여러 도시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임 시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시흥을 비롯해 안양·안산·과천·군포 등 경기 서남부 지역 시장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협약 체결을 앞두고 사전에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지역 단위 교육협력이 개별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간 협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활권이 인접한 도시들은 행정구역은 달라도 교통과 산업, 대학, 문화시설 등 상당한 자원을 공유한다. 한 도시가 보유하지 못한 교육자원을 인접 도시가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도시 간 협력이 구체화된다면 교육자원의 활용 범위를 개별 시·군에서 권역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진로·직업교육은 지역산업과 연계할 여지가 크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학교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 연구시설,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첨부된 원문에는 향후 협약에 어떤 세부 사업이 포함될지, 각 도시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협력의 범위와 사업 내용은 향후 협약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어 교육 대전환의 핵심은 교육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 전체를 교육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배움의 영역은 훨씬 넓어진다.
예컨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도서관과 문화시설, 체육시설, 청소년 공간 등은 학교 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자원이다. 지역사회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학교와 연결하면 학생들이 교과서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진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가진 도시·산업 정책과 교육행정이 연계될 경우 지역의 미래산업과 학생 진로교육을 연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협력이 일회성 체험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지역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과 역량을 제공할 것인지, 지방정부와 교육당국이 각각 무엇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 서남부 지역의 만남은 완성된 정책이라기보다 새로운 교육협력 모델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아울러 지역 교육을 둘러싼 현안은 갈수록 복합적이다. 학생의 학습뿐 아니라 돌봄과 안전, 문화, 체육, 진로, 교통 등 다양한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 한 기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와 교육당국 사이의 협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행정기관 간 ‘칸막이’를 줄이는 작업이 중요하다.
기관마다 비슷한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면 예산과 행정력이 분산될 수 있다. 반대로 각 기관이 가진 시설과 인력, 사업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면 같은 재원으로도 정책 효과를 높일 여지가 생긴다.
이번 간담회에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벽을 넘자’는 메시지가 나온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임 시장 역시 여러 도시의 시장과 교육감, 교육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두고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교육을 담당하느냐’보다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재설계할 수 있느냐다.
과제도 적지 않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기관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각 도시의 교육환경과 재정 여건, 학생 수, 지역 인프라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협력이 지속되려면 단체장이나 교육행정 책임자의 의지만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넘어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협약이 체결되더라도 구체적인 공동사업과 역할 분담,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징적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수나 행사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실제로 체감하는 교육환경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간 교육여건의 차이를 어떻게 줄일지도 관건이다. 권역 단위 교육협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한 도시의 우수한 교육자원을 인접 도시 학생들도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 가능해질 수 있다. 반면 지역 간 자원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향후 협약에서는 공동사업의 범위뿐 아니라 도시별 역할, 학생들의 참여 방식, 지속적인 협의체 운영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만남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여러 도시의 시장과 교육계 책임자들이 하나의 테이블에 앉았다는 점이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좋은 교육환경은 학생과 학부모의 삶의 질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교육경비 지원이나 학교시설 개선 등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펼쳐왔다면 앞으로의 협력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동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교육당국의 사업을 지원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도시와 교육기관이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시흥·안양·안산·과천·군포처럼 서로 인접한 도시들이 공동의 교육 의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향후 권역형 교육협력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 단계에서 그 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첨부된 자료에서도 구체적인 협약 내용이나 사업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도시의 지방행정과 교육행정 책임자들이 만나 ‘교육 대전환’을 공동 의제로 올렸다는 사실 자체는 향후 변화를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교육행정 혁신의 최종 목적은 행정기관 간 협력 자체가 아니다.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의 벽을 낮추는 것도 결국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자원을 넓히고 지역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임 시장은 이번 만남을 소개하면서 “우리 모두의 교육 대전환을 위해 함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경기 서남부 지방정부와 교육계가 시작한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협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방정부와 교육당국이 어떤 공동사업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변화가 학교와 학생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학교와 마을 사이의 담장을 낮추고, 지방행정과 교육행정 사이의 칸막이를 걷어내겠다는 경기 서남부의 새로운 실험이 첫발을 떼고 있다. 여러 도시의 시장과 교육계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앉은 ‘이례적인 만남’이 선언을 넘어 지역 교육의 구조를 바꾸는 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