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의존 세입구조 개선하고 소방재정 안정화, “지방재원 있어야 지방주도 성장”
[이코노미세계] 겉으로 보면 40조 원이 넘는 거대 예산이다. 전국 최대 규모 지방정부인 경기도의 살림살이다. 하지만 예산의 외형과 실제 재정 체력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진단이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복지·행정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세입은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취득세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 같은 지방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3대 재정개혁 카드’를 정부에 제시했다.
핵심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대폭 높이고, 국세인 법인세 가운데 일정 부분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몰 예정인 담배 부과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안정적인 소방재원을 마련하자는 방안도 포함됐다.
단순히 경기도의 세입을 늘려 달라는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 권한을 지방으로 보다 폭넓게 이전하고, 지방정부가 자체 재원을 토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문제 제기다. 추 지사가 강조한 것은 결국 ‘재정분권 없는 지방주도 성장은 어렵다’는 명제다.
추 지사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지방주도 성장 성공전략’을 발표하고 지방재정 구조 개편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회의에는 의장인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시·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민선 9기 중앙·지방 협력 방안과 지방주도 성장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추 지사가 이날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경기도의 재정 문제였다. 경기도의 예산 규모만 보면 지방재정 가운데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지만, 추 지사는 실제 내부 사정은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도정을 맡은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매우 엄중한 경기도의 재정 위기였다”며 “겉으로는 40조 원을 넘는 예산 규모로 재정이 넉넉해 보이지만 실제 재정 여건은 수년째 1~2조 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돼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지목한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세입 구조다. 인구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복지와 행정 등 각종 재정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도 세입은 취득세 의존도가 높다.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와 경기 상황에 따라 세수 변동 폭이 커 안정적인 세입원으로 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경기도의 판단이다.
복지 등 지출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세입은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면 지방정부의 중장기 재정운용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추 지사는 이를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불안정한 세입 구조가 맞물리며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가 단기적인 재정지원이나 특정 사업에 대한 국비 확대가 아니라 지방세 체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추 지사가 내놓은 첫 번째 해법은 지방소비세율의 대폭 인상이다. 현행 25.3%인 지방소비세율을 40%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지방소비세는 소비를 과세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래에 민감한 취득세와 성격이 다르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지방소비세 비중을 높일 경우 부동산 경기에 따른 세수 변동 위험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기도의 문제 제기는 지방정부가 정책을 스스로 설계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자체 재원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의 상황과 수요에 맞춰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추 지사는 지방소비세율 40% 인상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하는 국정과제와 연결했다. 지방소비세 확대를 단순한 경기도 세수 확충 방안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세입 배분구조를 재편하는 재정분권 과제로 제시한 셈이다.
추 지사는 “지방재원이 확보돼야 실질적인 지방주도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방주도 성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얼마나 많은 사업을 맡느냐만이 아니라 이를 실행할 재정적 권한과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제안은 더욱 직접적이다. 국세인 법인세 가운데 일정 부분, 구체적으로 5%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 제안의 배경으로 첨단산업 육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세수의 불균형’을 들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성장하면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경기도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세수 증대 효과는 국가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반면 산업단지 조성과 광역 인프라 확충 등에는 광역단체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광역교통과 기반시설 등에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데, 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 배분 과정에서는 광역단체의 기여와 부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다.
특히 경기도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대규모 산업시설 하나가 들어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교통망, 산업 기반시설 등 주변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산업 육성에 필요한 광역 차원의 재정 부담과 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 배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제안의 논리적 토대다.
법인세 일부를 광역단체에 배분하자는 제안은 향후 지방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원 배분 문제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의 주장은 명확하다. 지역에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각종 지원을 담당했다면, 산업 성장에 따라 늘어난 세수 역시 그 역할과 부담을 고려해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카드는 소방재정이다. 일몰 예정인 담배에 부과되는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경기도가 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소방공무원의 신분과 재정부담 사이의 괴리가 자리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경기도에 따르면 소방 인건비에 대한 국가 지원인 소방안전교부세 비중은 여전히 6~9%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상당 부분을 도 일반회계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직 전환이라는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일몰되는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면 보다 안정적인 소방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방재정의 안정성은 단순한 회계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소방인력과 장비, 시설 등에 투입되는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 여부가 결국 지역별 소방서비스의 기반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추 지사가 “안정적인 소방재정 확충을 통해 균등한 소방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이번 3대 제안의 공통점은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데 있다. 지방소비세율을 높이면 소비 기반의 지방세입이 확대되고, 법인세 일부가 광역단체에 배분되면 산업 육성 과정에서 광역정부가 부담한 재정과 세수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다.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지방정부가 감당하는 소방재정 부담을 보다 안정적인 세원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세 가지 제도는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지만 하나의 문제로 모인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성장을 책임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재정 기반도 지방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분권 논의에서는 중앙정부의 사무를 지방정부로 넘기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무와 책임만 늘고 이를 수행할 안정적인 재원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분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추 지사가 이번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주도 성장과 지방재정 문제를 하나의 틀로 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산업·복지·교통·안전 정책을 주도하려면 단순히 권한을 넘겨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관건은 경기도가 제안한 세제 개편 방안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논의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하느냐다.
지방소비세율을 25.3%에서 40%로 높이는 문제나 국세인 법인세 일부를 광역단체에 배분하는 문제는 중앙과 지방의 세수 배분구조 자체와 연결된다. 담배에 부과되는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관련 재정 구조의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경기도의 제안이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후속 논의가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제안은 향후 지방주도 성장 논의에서 ‘재정’이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이 스스로 성장전략을 만들라고 요구하면서 재원은 중앙에 집중된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정책 권한과 함께 재정 권한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경기도의 재정 문제 역시 단순히 한 지방정부의 살림살이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추 지사의 주장이다. 인구와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입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비슷한 문제는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40조 원이 넘는 예산에도 ‘재정 위기’를 말하는 경기도가 지방소비세율 40%, 법인세 5% 광역 배분, 소방재원 개편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 지사가 강조한 “지방재원이 확보돼야 실질적인 지방주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중앙과 지방의 재정관계를 바꾸는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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