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운영과 시민 편의 향상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기대
[이코노미세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소비 환경 속에서 시민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불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차'다.
차를 몰고 시장을 찾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불법주차 단속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결국 주차 문제는 상권 침체와 직결되는 지역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고양특례시의회는 19일 열린 제30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양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번 개정은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 상권 밀집지역의 도로에 시간대별 주차운영구간을 우선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차는 도시 교통정책의 일부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에게 주차장은 생존의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제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처럼 상권 이용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잠시 차량을 세울 공간조차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존 고양시 조례 역시 시간대별 주차구획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과 표지판 설치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처럼 시간대별 주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별도로 운영구간을 설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지역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주차정책을 시행하는 데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용어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시간대별 주차구획'을 '시간대별 주차운영구간'으로 통일하면서 제도의 목적과 운영 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
특히 우선 설치 대상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대상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통시장 ▲상점가 ▲골목형상점가 ▲문화관광형시장 ▲상권활성화구역 ▲지역상생구역 ▲자율상권구역 등이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과 주차정책을 연계했다는 점에서 정책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조례의 또 다른 특징은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주차운영구간을 설치하기 전 요일별·시간대별 주차수요 조사와 교통량 분석, 보행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민원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교통 흐름과 보행 안전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차량 이용 편의와 시민 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지역 여론에 따르면 도시 교통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상권마다 방문 시간과 이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시간대별 탄력적인 운영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례는 현장에서 시작된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수진 의원은 평소 지역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주차 문제를 청취했고,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북부지회 정기총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도 입법 과정에 반영했다.
지역경제 정책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례는 생활정치와 민생정치의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지역 상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박승래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북부지회 일산구지부장은 "의회가 상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준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도은 고양특례시 일산서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상인들은 주차 문제가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꾸준히 호소해 왔다.
소비자는 접근성이 좋은 대형 상업시설로 이동하는 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접근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김수진 의원은 "주차 문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찾는 시민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불편 가운데 하나"라며 "지역 상권의 특성과 시간대별 주차 수요를 반영한 운영을 통해 시민 편의와 상권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단순히 구역을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차수요와 교통량에 대한 타당성 조사까지 병행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도록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조례 제정만으로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역마다 교통 여건이 다르고 상권 규모도 다른 만큼 세밀한 운영계획과 지속적인 효과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불법주차 증가나 교통 혼잡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상권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운영 매뉴얼 마련도 필요하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주차정책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이 편리하게 시장을 찾고, 상인은 매출을 높이며,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주차 한 칸의 변화가 침체된 골목경제를 되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정책 운영 성과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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