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 전통문화와 K-클래식 공연을 선보여온 이천문화재단 문화사절단 ‘이천통신사’가 이번에는 미국 서부를 무대로 한국 전통문화의 흥과 멋을 알렸다. 학교 공연과 도심 버스킹, 메이저리그 구장 공연은 물론 실리콘밸리 거리공연과 기업 특별공연, 우호협력도시 교류까지 이어지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민간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번 미국 일정은 그동안 유럽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천통신사의 활동 무대를 북미로 확장한 첫 공식 행보다. 대한민국 대표 도자문화도시이자 유네스코 창의도시인 이천시의 전통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역문화의 세계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공연의 첫 무대는 현지시간 7일 열린 로웰하이스쿨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현지 교민과 미국 시민 3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은 국가무형유산인 이천거북놀이로 시작됐고 이어 경기민요와 판소리, K-클래식 무대가 차례로 펼쳐졌다. 바리톤 이응광과 연희자 원재연 등 출연진은 한국 전통예술 특유의 흥과 서정을 전하며 현지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공연 직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광장에서 거리 버스킹이 이어졌다. 사물놀이 장단이 도심 한복판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공연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일부 관람객은 즉석에서 어깨춤을 추며 장단을 맞췄고, 휴대전화로 공연 장면을 촬영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전통 풍물과 현대 도시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이었다.
이튿날인 8일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 메인 공연팀으로 참여했다. 경기 시작 전 정문 광장에서 펼쳐진 이천거북놀이와 전통연희는 수백 명의 현지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인 관람객들은 “한국 전통문화가 이렇게 역동적이고 흥겨운 줄 몰랐다”며 환호했고, 공연 장면을 촬영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행사장에서는 K팝 댄스와 전통무용 공연도 함께 열리며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선보였다. 경기 후 이어진 불꽃놀이는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베이아레아 한인회와 김진덕·정경식 재단은 경기 티켓과 도시락 등을 후원하며 한국 문화 알리기에 힘을 보탰다. 현지 한인사회와 문화예술단체, 기업 후원이 어우러지며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가 더욱 확장됐다는 평가다.
이천통신사의 발걸음은 실리콘밸리 중심가인 산타나로우에서도 이어졌다. 현지시간 10일 열린 거리공연에는 시민과 관광객 200여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관람했다. 꽹과리와 장구,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었고, 거북놀이보존회의 역동적인 풍물놀이는 실리콘밸리 한복판을 한국 전통문화 무대로 바꿔 놓았다.
현지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민들은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일부 관람객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K팝 중심으로 알려진 한국 문화에 대해 전통예술의 매력과 공동체적 흥을 새롭게 경험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지시간 11일에는 SK하이닉스 실리콘밸리 현지법인을 방문해 특별공연을 진행했다. 해외 근무 중인 임직원들은 고국의 전통 가락에 큰 박수를 보냈고, 현지 참석자들 역시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예술성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단순 공연을 넘어 기업과 지역사회, 문화예술이 함께 연결되는 새로운 문화교류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미주법인장은 “수준 높은 한국문화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천통신사는 공연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외교 활동도 병행했다. 산타클라라 시청을 방문해 리사 길모어 시장과 시의원들을 만나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민간외교 활동을 진행했고,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도 시의원들과 면담하며 한미 문화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공연단이 단순 문화사절단 역할을 넘어 도시 간 우호협력의 가교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리사 길모어 산타클라라 시장은 “이천시와의 우호협력 관계를 앞으로 자매결연으로 발전시켜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순회공연은 K컬처 확산이 대중문화 중심에서 전통예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K팝과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풍물놀이와 판소리, 경기민요 같은 전통 콘텐츠로 이어지며 새로운 문화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지 거리와 공공광장, 야구장 등 시민 생활공간에서 진행된 공연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며 참여형 문화교류의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천시가 보유한 도자문화와 전통예술 자산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지역문화가 단순 지역 축제 수준을 넘어 세계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외교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방정부 문화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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