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양시의 도시 정비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낡은 주거지와 침체된 상권, 정체된 재개발 사업이 맞물린 구도심의 현실 앞에서 ‘용적률 특례’라는 제도적 선택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월 5일 열린 안양시의회 제30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경숙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제는 왜 안 되는지를 묻는 행정에서,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역세권 중심의 정비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김 의원의 발언 핵심은 명확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6조는 역세권과 대중교통 중심 지역에 대해 용적률 완화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닌 도시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이다.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주거, 업무, 상업 기능을 집적시키는 것이 법의 본래 취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의 안양시는 이 법적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현재 안양시의 기준은 법이 허용한 범위보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이로 인해 역세권 정비 사업이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만안구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 역세권은 노후도 자체보다도 사업성 부족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재개발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양 구도심의 현실은 단순한 주거 환경 문제를 넘어선다.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용적률과 제한적인 개발 방식은 인구 유입을 가로막고, 이는 곧 상권 침체와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기업과 일자리가 빠져나가고, 청년과 신혼부부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결과적으로 도시는 점점 활력을 잃는 악순환에 빠진다.
김 의원은 이러한 흐름을 끊기 위한 해법으로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제시했다. 그는 “용적률 특례는 단순히 건물을 더 높이 짓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며 도시가 자생력을 회복하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인구와 기능을 집중시키는 것은 난개발을 막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행정의 태도다. 김 의원은 안양시 행정이 ‘불가’ 판단에 익숙해져 있다고 비판했다. 법이 허용한 제도적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적 판단이 정책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는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수도권 다수 지자체는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해 주거 공급 확대와 도시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인접 도시들이 교통 결절점을 중심으로 복합 개발에 나서는 동안, 안양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정비 필요성은 커졌지만 실행 동력은 점점 약화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둘러싼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리고 “법이 허용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특혜로 보는 시각 자체가 도시 정책의 본질을 흐린다”며, 이는 특정 사업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또, 역세권 정비는 단일 사업의 성패를 넘어, 안양시가 어떤 도시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직결된다. 분산된 저밀 개발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결합된 고밀·복합 도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이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의원은 5분 발언을 마무리하며 안양시에 정책적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왜 안 되느냐’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어디까지 가능하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역세권 정비와 용적률 특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요청했다.
한편, 안양시의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간 도시 구조를 좌우할 수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고밀 개발이 도시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 아니면 보수적 행정 기조 속에 정체의 시간이 더 길어질지는 이제 정책 결정의 몫으로 남았다. 분명한 것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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