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범죄수익 환수 문제가 다시 법정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남시가 민간업자들의 자산을 대상으로 추가 가압류와 가처분을 잇달아 추진하는 동시에 배당결의 무효확인 소송까지 병행하며 ‘환수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분양수익금 등 대장동 사업과 직접 연결된 신탁 수익까지 추적 범위를 확대하면서, 향후 형사 재판 결과와 맞물린 민사 환수전이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11일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민간업자들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추가 가압류·가처분과 배당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병행하며 환수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 민관 합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대형 개발 비리 사건이다. 이후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범죄수익 환수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성남시는 일부 예금 채권에서 이른바 ‘깡통계좌’가 확인되는 등 환수에 어려움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적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환수 대상 자산은 단순 예금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증권, 전세보증금, 상가 임대료, 아파트 분양수익금 신탁계좌 등으로 범위를 넓혀 민간업자들의 재산을 전방위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부 계좌에서 잔액이 없는 상황이 확인됐지만 환수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계속 추적하며 추가 보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남시는 올해 들어서만 총 10건의 추가 가압류·가처분 신청을 진행했고,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대상은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의 자산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영학 측 부동산 3건, 김만배 측 채권 2건, 남욱 측 부동산 및 채권 5건 등이다. 법원의 인용 결정은 성남시가 추진하는 환수 전략이 일정 부분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민사 환수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 보전”이라며 “가압류가 인용됐다는 것은 향후 손해배상이나 환수 판결이 나올 경우 실제 집행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번 추가 조치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관련된 신탁 수익 가압류다. 성남시는 김만배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아파트 분양수익금에 대해 하나자산신탁의 수익금 교부청구권을 가압류했다. 이는 대장동 사업의 구조와 직접 연결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남시는 검찰 수사보고서를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사업 구조가 형성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자산신탁 → 사업 시행자, 화천대유 → 위탁자 및 수익자 즉, 분양 수익이 신탁 구조를 통해 화천대유로 연결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신탁 계좌에는 2022년 12월 기준 약 828억 원 규모의 미정산 수익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이 자금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으며, 현재 실제 지급 여부와 잔존 채권 규모는 제3채무자 진술 최고 절차를 통해 확인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하나자산신탁의 회신 내용이 향후 환수 절차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관련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자산 압류와 함께 배당결의 무효확인 소송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민간업자들에게 지급한 막대한 배당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4천억 원 규모의 배당이 정관과 상법 등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첫 변론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러한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관련 위반 조항을 사안별로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대장동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이 사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형사 재판 선고 이후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4월 21일로 지정됐다.
성남시는 형사 재판 결과가 민사 환수 절차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사건 항소심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오는 13일 항소심 첫 정식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월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재판부 질문에 “의견 없다”는 취지로만 답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남시는 형사 재판에서 범죄수익 구조가 명확히 규명돼야 민사 환수 절차 역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민간업자 측이 형사 재판에서 범죄수익의 성격, 배임 구조 자체 등을 적극적으로 다툴 경우 민사 소송 역시 그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검찰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신 시장은 “검찰은 지난해 항소 포기 논란에 이어 공판 준비 과정에서도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대장동 범죄수익의 실체와 환수 필요성을 누구보다 무겁게 다뤄야 할 기관이 검찰인 만큼 책임 있는 공소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형사 재판과 민사 환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사건이라는 점에서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형사 재판 결과, 신탁 수익금 규모, 배당 구조의 위법성 등이 얽혀 있어 법적 판단이 단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환수 절차를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다시 가열되는 가운데, 범죄수익 환수 여부가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 책임과 공공 환수 정책의 중요한 선례가 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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