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상장에서 시작된 꿈, 인재육성 정책이 만든 감동 서사
[이코노미세계] 올림픽은 언제나 개인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집단의 서사다. 선수는 빙판 위에서 혼자 달리지만, 그 이름은 수많은 사람과 공간, 시간의 결합체로 완성된다. 황대헌의 이름 앞에 ‘안양’이 자연스럽게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황대헌이 만들어낸 금빛 감동은 단순한 메달 이상의 상징성을 남겼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저력, 끈질긴 레이스 운영,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그 모든 요소가 집약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그는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최대호 시장의 표현처럼, 이는 ‘또 해낸’ 결과였다. 스포츠 세계에서 반복되는 성공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한 번의 정상은 재능으로 가능하지만, 두 번째 정상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환경의 산물이다.
안양의 빙상장은 수많은 선수들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모든 출발이 같은 도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린 황대헌 역시 여느 유소년 선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새벽 훈련, 반복되는 낙상, 끝없이 이어지는 기본기 연습.
빙판 위의 성장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몇 바퀴를 더 돌았는지, 몇 초를 단축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넘어짐 이후의 태도다. 지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쇼트트랙은 ‘넘어지는 스포츠’라고한다.
황대헌의 경력 역시 수많은 낙상의 기록 위에 세워졌다. 몸의 상처보다 더 아픈 것은 심리적 부담이다. 기대와 경쟁, 부상 위험, 성적 압박. 이 모든 요소가 어린 선수의 어깨 위에 얹힌다.
최대호 시장은 황대헌의 성장 과정에서 안양시 인재육성재단을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후원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유망 인재를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다.
장학금은 흔히 ‘지원’으로 이해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시간의 구매’에 가깝다. 선수에게 장학금은 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 여유, 장비를 교체할 수 있는 선택권, 심리적 안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제공한다.
특히 엘리트 스포츠에서 경제적 안정은 결정적 변수다. 훈련의 질, 회복 관리, 전문 코칭 접근성, 국제 경험. 모든 것이 비용 구조와 맞물린다.
황대헌 사례는 지방정부 인재육성 정책의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지 한 명의 스타를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 기반 스포츠 시스템이 어떻게 국가 경쟁력으로 확장되는지를 설명하는 사례다.
올림픽 시상대에는 한 명의 선수만 오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는 훨씬 많다. 지도자, 트레이너, 가족, 동료 선수, 지역사회. 황대헌의 성공 역시 수많은 관계의 축적이다. 최대호 시장의 메시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안양’과 ‘응원’이다.
지역사회 응원은 추상적 감정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에너지다. 시민의 관심, 미디어 노출, 정책적 투자, 스포츠 문화 형성. 도시가 한 선수를 응원하는 순간, 그 도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구성한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늘 공격적이면서 계산적이었다. 단순한 스피드 경쟁이 아닌, 공간 창출과 순간 판단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경기 스타일은 종종 그의 성격과 연결되어 해석된다. 끈질김, 침착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최대호 시장이 강조한 ‘열정과 도전정신’은 스포츠 영역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된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청년 세대에게 스포츠 스타는 하나의 거울이 된다. 넘어짐 이후 다시 일어서는 모습.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도전. 긴 시간을 견디는 집중력.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감동 소비를 넘어 현실적 공감으로 이어진다.
지방정부의 스포츠 정책은 최근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시설 확충과 대회 유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도시 브랜드 전략과 결합되는 양상이다. 스타 선수는 도시의 상징 자산이 된다. 이는 관광, 이미지, 정책 홍보, 시민 결속에 영향을 미친다.
‘안양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도시와 개인의 관계를 정의하는 언어다. 황대헌의 성공은 곧 안양의 서사가 되고, 안양의 이름은 다시 국가적 무대에서 반복 호명된다.
스포츠는 가장 강력한 도시 홍보 매체다. 비용 대비 효과라는 관점에서도 그렇다. 메달 하나가 만들어내는 미디어 노출 가치는 수백억 원의 광고 효과를 능가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모든 승리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존재한다. 최대호 시장의 메시지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시간.” 스포츠 성공 서사는 종종 결과 중심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진정한 심층은 과정에 있다.
부상 관리, 슬럼프 극복, 심리적 압박, 세대 교체 경쟁. 정상급 선수의 커리어는 끊임없는 위기의 연속이다. 황대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경력에는 굴곡과 시련, 그리고 회복의 기록이 함께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최대호 시장이 ‘축하’와 함께 ‘감사’를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의 축하 메시지에서 감사는 흔치 않은 표현이다. 이는 선수 개인의 성취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언어다.
스포츠 스타는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다. 그는 감정의 생산자다. 국민에게 희망을 제공하고, 청년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지역사회에 자긍심을 안긴다.
또, 올림픽 메달은 종착점이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이다. 선수에게는 다음 시즌, 다음 대회, 다음 목표가 기다린다. 그리고 도시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남는다. 어떻게 이 성공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가. 어떻게 또 다른 황대헌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는 지방정부 스포츠 정책의 핵심 질문이 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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