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 핵심은 ‘집적’
- 수백 협력기업·고급 인력 밀집 필요
- RE100 대응은 PPA·REC로 가능
- 입지 정책 현실성 재점검 요구
[이코노미세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19일 반도체 산업 입지 논쟁과 관련해 “전력과 용수는 산업을 따라가는 것이지, 산업이 전력과 용수를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팹 지방 이전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산지소(地産地消)와 RE100을 근거로 한 이전 주장에 대해 “산업 현실을 외면한 1차원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지산지소는 전기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소비돼야 한다는 개념이며,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자발적 국제 캠페인이다. 그리고 “지산지소가 산업 전반의 대원칙이라면 발전소 인근에 반도체 팹이 즐비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어디에도 그런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용인에 조성 중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에는 삼성전자 팹 6기,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에는 SK하이닉스 팹 4기 등 총 10기의 생산시설이 계획돼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새만금 등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본질을 ‘집적’과 ‘생태계’로 규정했다. 첨단 반도체 산업은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설계 기업, 연구기관, 그리고 수만 명의 고급 인력이 근접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나노, 2나노 등 초미세 공정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설계, 공정 개발, 양산, 장비 운용 인력이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른바 ‘집적의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 논리다.
이 시장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반도체 팹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산업의 복합적 조건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전력의 안정성과 품질, 초순수 용수 확보, 협력기업 접근성, 숙련 인력 수급 등 다층적 요소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RE100에 대해서도 “강제 규범이 아닌 자발적 캠페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제도적·금융적 수단을 통해 목표에 접근하고 있으며, 특정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도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제 흐름으로는 CF100(Carbon Free 100%)을 언급했다. CF100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무탄소 수소 발전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시장은 “탄소중립의 경로가 RE100 하나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에너지 정책의 다원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산업 이전 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도 경고했다. “앵커 기업 입장에서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지역으로 팹을 옮길 유인이 있겠느냐”며 “경쟁력 하락과 글로벌 시장 낙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 답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특정 산업 유치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산업 전략과 신규 투자 유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지역에 적합한 산업이 무엇인지, 어떤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발언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산업 정책의 방향성과 연결된다. 에너지 정책, 산업 입지, 국가 경쟁력이라는 세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은 한국 산업 전략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 지산지소와 RE100이라는 가치가 산업 현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그리고 집적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첨단 제조업 전략이 어떤 정책적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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