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약 40% 높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정부가 직접 ‘가격 구조’ 개선에 나섰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최근 생리용품 제조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물류·유통 구조 간소화를 통한 이른바 ‘공공 생리대’ 모델 도입 가능성을 논의했다. 정 시장은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복지 확대 차원을 넘어, 생활 필수재 가격 안정이라는 민생 의제로 읽힌다. 생리용품은 선택재가 아닌 필수재 성격이 강하지만, 가격 결정 구조는 시장 논리에 맡겨져 왔다. 중앙정부 차원의 가격 문제 제기가 나오자 지방정부가 정책 실험에 나선 모양새다.
화성특례시는 현재 11~18세 여성청소년 전원에게 생리용품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비교적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지원 대상 외에도 실제 생리용품을 사용하는 시민 규모가 약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생리용품은 매월 반복 구매가 불가피한 구조지만, 소비자 체감 부담은 여전히 크다. 특히 저소득층, 청소년, 취약계층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 시장은 간담회에서 “생리용품은 전형적인 생활 필수재로, 가격 안정성과 접근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핵심 화두는 ‘개당 100원대 생리용품’ 공급 가능성이었다. 이는 생산 단가 인하보다는 물류, 유통, 마케팅 구조 간소화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접근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생리용품 가격 형성 과정에서 ▲복잡한 유통 단계 ▲브랜드 마케팅 비용 ▲소매 유통 마진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한다. 공공 모델은 이 가운데 비필수 비용 요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방정부가 직접 구매 또는 공동 조달 방식으로 대량 확보하고, 공공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 시장은 “가격을 낮추되 품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함께 모색하자”고 밝혔다.
공공 생리대 모델은 긍정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정책이다.
찬성 측은 필수재 가격 안정 효과를 강조한다. 공공 영역이 일정 부분 가격 기준점을 제시하면 시장 전체의 가격 합리화 압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취약계층 접근성 개선, 여성 건강권 강화 측면에서 정책 명분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공공 개입이 민간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가격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는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정부 역시 이 같은 논점을 의식하고 있다. 화성특례시는 “시장 대체가 아닌 보완 모델로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즉, 공공 모델은 가격 안정 장치이자 선택지 확대 성격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의는 지방정부 복지정책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기존 정책이 무상 지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격 구조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삼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는 재정 부담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시민 체감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행정 전문가들은 “무상 지원은 즉각적 효과가 있지만, 지속 가능성 문제가 뒤따른다”며 “가격 안정 모델은 보다 구조적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성공 여부는 ▲품질 확보 ▲재정 효율성 ▲민간 시장과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 시장은 기업 간담회 이후 나래울 종합복지관 내 ‘그냥드림’ 사업장을 점검했다. 해당 공간은 시민 참여 기반 복지 플랫폼 성격을 띤다. 카페 형태의 편안한 공간 구성, 시민 기부와 참여로 조성된 ‘희망 나무’ 등이 특징이다.
이 방문은 단순한 현장 일정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다. 가격 안정 논의와 공동체 복지 모델을 하나의 정책 축으로 연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즉, 생리용품 정책이 단순 물품 지원이 아닌 ‘생활 복지’의 확장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다.
정 시장은 “앞으로도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정부 단독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민생 의제를 국가 정책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생활 필수재 가격 문제는 개별 지자체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
공공 생리대 모델의 성패는 결국 시민 신뢰에 달려 있다. 가격만 낮춘 제품이 아닌, 품질과 안전성까지 확보된 모델이어야 정책 설득력이 생긴다.
특히 생리용품은 건강과 직결되는 품목이다. 원재료 안전성, 피부 자극 테스트, 위생 기준 등 엄격한 관리 체계가 필수다. 행정당국 역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모델을 최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생리대 가격 문제는 단순 소비재 논쟁이 아니다. 생활 필수재, 여성 건강권, 복지 재정, 산업 구조가 교차하는 복합 정책 영역이다. 화성특례시의 이번 논의는 하나의 지방 정책 실험이자, 필수재 가격 안정이라는 보다 큰 정책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민들이 체감할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