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 덕양구 동부권의 학군·통학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거지는 빠르게 확장됐지만, 교육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학군 민원을 넘어, 도시 성장 과정에서 교육·교통·주거 정책이 분절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고양특례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공식 제기됐다. 송규근 의원은 제301회 고양시의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덕양 동부권 학군 배정과 통학권 문제를 “도시 성장 과정에서 교육 인프라가 구조적으로 방치된 결과”로 규정하며, 고양시의 책임 있는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이 사안은 단순히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 차원이 아니라, 도시가 주거지를 확장하면서 교육 조건을 함께 설계하지 못한 행정 구조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덕양 동부권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생활권과 무관한 중·고등학교로 배정되면서 장거리 통학이 일상화돼 있다.
문제는 통학 거리만이 아니다. 직행 교통망이 부족해 여러 차례 환승을 거치거나, 보호자가 직접 차량으로 통학을 책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학교 간 과밀과 공동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비효율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도시는 확장됐지만, 아이들의 생활 반경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고양시는 그동안 학군과 학교 신설 문제를 교육청 소관 사안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송 의원은 이러한 접근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통학권은 교실 안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의 문제”라며, “교통·주거·생활권 설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고양시는 명백한 책임 주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고양시는 교육지원청과의 협의, 면담, 건의 등을 이어왔지만, 중기 학교설립계획에는 덕양 동부권 고등학교 신설 계획이 반영되지 않았다. 행정적 논의는 반복됐지만, 시민의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논란은 행정 신뢰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송 의원은 “이 지역 주민들은 LH 분양계획과 학교 공급 약속을 믿고 삶의 터전을 옮겼다”며, “그 기대가 ‘검토하겠다’는 말 속에서 수년째 유예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선택의 전제가 됐던 교육 인프라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시민과 행정 간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군 문제는 곧 부동산 가치, 지역 정주성, 공동체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에게 통학 여건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덕양 동부권 사례는 교육 인프라가 도시 정책의 후순위로 밀릴 경우 어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송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중기·장기의 3단계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통학 교통체계 개선, 안전한 통학로 확보, 환승 구조 개선 등 즉각적인 통학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당장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중기적으로는 생활권 기반 학군 구조 재정비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고양시가 교육지원청·경기도교육청의 학군 조정 과정에 도시계획, 인구 변화, 학생 수요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동 설계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신도시 및 대규모 주거지 개발 단계부터 교육·도시·교통계획이 통합되는 정책 설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교육청·경기도가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를 통해 학교 인프라 반영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발언 말미에 “도시는 성장했는데 아이들의 하루는 왜 더 멀어졌는가, 아파트는 늘었는데 왜 학교는 아직도 ‘검토’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덕양 동부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도시 확장의 이면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한계를 겨냥한 질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를 계기로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청 소관이라는 행정 구분을 넘어, 도시의 성장 단계에서 교육 인프라를 필수 기반 시설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덕양 동부권 학군 논란은 향후 수도권 도시 정책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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