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용인특례시가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용인 반도체 지도’를 공개하며, 국가 전략산업의 공간적·정책적 지형을 시민 앞에 드러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대규모 투자와 복잡한 사업 구조를 시각화해 시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외 기업의 투자 판단에도 활용될 수 있는 ‘산업 내비게이션’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용인특례시는 9일 시 누리집을 통해 ‘용인 반도체 지도’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성 현황과 기업 분포, 산업 연계 구조를 종합적으로 담아낸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홍보용 지도를 넘어, 용인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유기적 연결성과 국가적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지도 제작은 1월 2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시무식에서 던진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시장은 당시 “용인에서 추진되는 반도체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고,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민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국가 전략사업이 행정과 기업 중심으로만 논의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추진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실제로 용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1000조 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와 속도만큼이나 사업 구조는 복잡하고, 개별 사업의 연관성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반도체 지도’는 이러한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용인 반도체 지도’는 반도체 산업 주요 거점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연계 구조를 보여주는 ‘주제도(Index Map)’ 형식으로 제작됐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기흥 삼성미래연구단지 등 핵심 거점이 지도 위에 체계적으로 배치됐다.
사용자는 지도상 인덱스를 통해 기업 분포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구역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외관, 주소, 주요 생산 품목 등 상세 정보가 제공된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연구단지, 소부장 기업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단일 공장이나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제조·소재·장비·연구개발이 촘촘하게 얽힌 생태계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이 ‘국가 대 국가’의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용인이 어떤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용인특례시는 이 지도가 시민 소통용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업체들은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입지의 연계성, 주변 산업 인프라, 연구개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반도체 지도’는 이러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 제공함으로써, 용인의 산업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용인 반도체 지도’의 의미는 단순한 시각 자료 제작을 넘어선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전문성과 규모의 장벽으로 인해 시민에게는 다소 추상적인 국가 전략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도를 통해 사업의 위치와 연결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는 더 이상 ‘어딘가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 도시의 현재와 미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향후 도시 개발, 교통 인프라 확충, 주거 정책 등과도 맞물린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구조 변화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투명성과 정보 공개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시대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용인특례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행정·교육·주거·교통 전반을 아우르는 ‘반도체 수도’ 구상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반도체 지도’는 그 첫 화면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앞으로 지도에 담길 정보가 더욱 확장되고, 산업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면, 이는 단순한 안내도를 넘어 용인의 산업사를 기록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 전략산업의 성공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 경쟁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의 이해와 신뢰, 그리고 행정의 설계 능력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진다. 용인이 공개한 ‘반도체 지도’는 그 과정을 ‘보이게 만든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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