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광명시가 지역화폐 사용처를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 대해선 예외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 가맹점 기준 조정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존 연 매출 12억 원 이하였던 사용처 기준은 15억 원 이하로 상향된다.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연 매출 30억 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번 조치는 지역경제 정책의 전통적인 딜레마를 반영한다. 지역화폐는 본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핵심 목표로 설계됐다. 대형 매장으로의 소비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 내 자금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현실에선 시민 불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의료기관, 약국, 교육시설 등 생활 필수 업종에서 지역화폐 사용 제한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시민 입장에선 가장 자주 이용하는 소비 영역이지만, 매출 기준에 걸려 사용이 불가능한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광명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사용처 기준을 무조건 완화하는 대신, 업종별 차등 적용 방식을 도입했다.
시는 소상공인과 골목경제 보호를 위해 기본 기준을 연 매출 15억 원 이하로 유지했다. 동시에 병원, 약국, 학원, 동물병원, 한의원, 사회연대경제기업, 비영리 법인 등은 연 매출 30억 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시민 생활 필수 영역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한 조치다.
정책 설계 과정 또한 주목된다. 박 시장은 “소상공인연합회와 전문가들을 모시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협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순 행정 결정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협의 기반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목은 지역화폐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사용처 확대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협의 과정은 이러한 충돌 지점을 조정하는 핵심 절차다.
초기 지역화폐 정책은 명확했다. 대형 유통 채널을 배제하고 소규모 점포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제한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 체감 효과와 정책 실효성 문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사용 편의성이 낮으면 정책 참여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지역화폐 유통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소상공인 보호 효과 자체도 약화될 수 있다.
광명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정책 진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민 소비 현실을 반영하되, 골목상권 보호라는 기본 축은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지역화폐 정책의 핵심은 ‘사용처 제한’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 자금 순환 구조’에 있다. 시민이 자주 사용하는 영역에서 배제될 경우, 지역화폐는 실생활 결제 수단이 아닌 제한적 정책 도구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생활 밀착 업종에서 사용이 가능해지면 유통량 증가, 사용 빈도 확대, 정책 체감도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향후 소비 흐름 변화와 가맹점 분포 구조 분석을 통해 가늠될 전망이다. 사용처 확대가 실제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지, 특정 업종 또는 중대형 매장으로 소비가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 기반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명시는 정책 메시지에서도 균형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모두를 위한 경제, 광명시는 늘 깊게 고민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경제 정책의 본질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소상공인 보호, 시민 편의, 지역 자금 순환, 정책 지속 가능성이라는 복합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화폐 정책은 단순 소비 지원 수단을 넘어 지역경제 구조 설계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
광명시의 이번 사용처 확대 결정은 지역경제 정책이 ‘제한’에서 ‘조정’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성공 여부는 결국 시민 선택과 시장 반응, 그리고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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