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도시의 미래는 철로 위에서 결정된다. 산업 구조가 변하고, 주거 축이 이동하고, 생활권이 재편될 때마다 철도는 도시의 혈관이 된다. 용인특례시가 추진 중인 도시철도 ‘동백신봉선’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올해 상반기 중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노선 신설 계획을 넘어 용인 도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플랫폼시티 개발, 반도체 산업단지 확장, 신규 연계 노선인 언남동천선 검토 등 굵직한 도시 변화와 맞물리면서 철도 정책의 전략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시민 청원이었다.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한 ‘동백신봉선 조기 추진’ 청원에 대해 시가 공식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 의지를 명확히 했다.
청원에는 세 가지 요구가 담겼다. △첫째, 동백신봉선 사전 타당성 조사 조속 착수. △둘째, 신규 검토 노선 ‘언남~동천선’과의 연계 검토. △셋째, 플랫폼시티 고밀도 지역 통과를 통한 경제성 확보다.
그리고 지방정부 철도 정책에서 시민 청원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철도 사업은 대규모 재정 투입과 장기 계획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정치적·사회적 정당성이 필수 조건이다. 이번 사례는 정책 추진 동력이 행정 내부가 아닌 시민 요구에서 형성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동백신봉선은 이미 제도적 관문을 통과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승인·고시를 통해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공식 반영된 노선이다.
이는 철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국가 및 광역 계획 반영은 사업 추진의 법적·정책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계획 반영이 곧 착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전 타당성 조사,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 재원 조달 등 복잡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이상일 시장이 강조한 ‘사전 타당성 조사’는 바로 이 실행 단계의 출발점이다. 사업 필요성과 경제성, 기술적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동백신봉선의 핵심 가치는 연결성이다. 수지구 신봉동에서 성복역(신분당선), 구성역(GTX-A·수인분당선), 동백역(경전철) 등 주요 환승 거점을 잇는 14.7㎞ 노선이다.
이 노선이 현실화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GTX-A, 신분당선, 경전철 등 기존 철도망과 결합되면서 용인의 교통 위계가 달라진다. 또, 수도권 중심부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된다. △둘째, 플랫폼시티는 소부장 기업, AI 기업, 호텔·컨벤션 시설 등이 집적되는 복합 경제 거점이다. 철도 접근성은 곧 기업 유치 경쟁력과 직결된다. △셋째, 수지·기흥·동백 생활권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며 도시 내부 공간 구조가 재편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신규 검토 노선 ‘언남동천선’이다. 시가 자체 검토한 결과, 동백신봉선 신설을 전제로 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23으로 나타났다.
B/C 값 1 이상은 경제성 확보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 수치 이상의 정책적 메시지를 담는다.
△첫째, 동백신봉선이 단독 노선이 아닌 ‘네트워크 중심축’ 역할을 할 가능성. △둘째, 연계 노선 확대 시 전체 철도망 효율이 상승할 여지. △셋째, 도시 개발과 철도 정책의 상호 의존성 강화다.
이상일 시장 역시 사전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플랫폼시티 및 변화된 도시 여건을 종합 고려해 연계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사업의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재원이다.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 산업단지 가동 등에 따른 세수 증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정 여건 변화를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정부 철도 정책의 전형적인 고민을 드러낸다. △초기 건설비 부담 △국가 재정 지원 확보 여부 △운영 적자 가능성 △장기 재정 안정성 등이다.
특히 철도는 ‘건설보다 운영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용 수요 예측과 운영 수익 구조 설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이상일 시장은 철도 사업의 본질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했다. 국가 계획 반영 이후에도 완공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철도는 임기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 분야다. 그럼에도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정책 연속성 확보 △중앙정부 협상력 △재원 조달 구조 설계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 결국 철도 정책은 기술이나 교통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략’의 문제로 귀결된다.
동백신봉선 추진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용인이 어떤 도시로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선언에 가깝다. △산업 중심 도시인가. △주거 중심 도시인가. △광역 거점 도시인가. 철도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답이다.
시민 청원에서 출발한 이번 속도전이 계획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행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용인의 도시철도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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