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왜 기초지자체가 투자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저는 그 질문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7일 개인 SNS를 통해 밝힌 이 발언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둘러싼 기존 인식을 정면으로 흔든다. 행정은 지원하고, 투자는 민간의 영역이라는 오랜 구분선에 대해 고양시는 다른 선택을 했다.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성장 과정 전반에 공공이 함께 책임지는 ‘투자 파트너’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세제 혜택과 부지 제공, 인허가 간소화까지 동원해 기업을 끌어오는 데 성공해도 문제는 그 이후다. 정착에 실패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기업 유치는 ‘성과’로 남지만, 지역 경제에 남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양시가 내린 진단은 명확하다. 이제 도시는 단순히 기업을 데려오는 공간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고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환 시장은 “도시는 더 이상 유치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역할을 ‘지원자’에 머물게 둘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책임을 함께 지는 주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판단의 결과물이 2024년 문을 연 고양투자청이다. 기초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투자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고양투자청의 핵심 역할은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초기 단계부터 성장 과정 전반을 함께하는 것이다.
공공이 직접 나서 투자 리스크의 일부를 감당하면, 민간 자본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계산이다. 공공의 신뢰가 일종의 ‘마중물’이 돼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고양시는 이 선순환 고리를 행정이 설계해야 할 새로운 도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고양투자청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조직 하나를 신설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지방행정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행정은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고양시는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공공이 투자에 나설 경우 실패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지는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안전장치는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동환 시장 역시 이러한 문제 제기를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시의 미래는 준비된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양시가 그리고 있는 미래상은 분명하다. 기업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도전하고 성장하며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도시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구조를 중시하는 접근이다. 행정의 틀을 넓히는 선택이 당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동환 시장은 “고양시가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도전하고 성장하는 도시가 되도록 계속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고양투자청을 둘러싼 실험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이 모델이 지방행정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하나의 과감한 시도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왜 기초지자체가 투자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이제, ‘어떻게 투자해야 도시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고양시의 선택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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