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와 용인특례시가 행정 경계를 넘어선 교통 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두 도시는 26일 화성 동탄출장소 대회의실에서 ‘화성–용인 연계교통 상생발전 실무협의회’ 킥오프 회의를 열고, 도로·철도 분야 주요 현안을 공동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공동선언 이후 약 4개월 만에 실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번 협의회는 단순한 실무 회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반도체 산업 확장, 신도시 개발, 광역 생활권 형성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두 특례시가 교통 문제를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첫 공식 테이블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21일 화성·용인 양 특례시가 발표한 ‘연계교통 상생발전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다. 당시 공동선언은 상징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실질 협력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 이번 실무협의회는 선언에 담긴 협력 과제를 구체적인 정책 실행 단계로 옮기기 위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회의에는 김기두 화성특례시 안전건설국장과 도로과·철도전략과 관계자, 김경주 용인특례시 건설국장과 건설정책과·도시철도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양 시는 도로와 철도 분야의 주요 현안을 공유하며, 단기·중장기 협력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의 핵심 안건 가운데 하나는 (가칭) 신동 남사터널 신설을 포함한 연계 도로망 확충이다. 남사터널은 화성 신동과 용인 남사를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개통 시 두 지역 간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구간은 생활권은 맞닿아 있지만 도로 연결성이 떨어져 출퇴근·물류 이동에 불편이 컸다.
이와 함께 국지도 84호선(중리~천리), 국지도 82호선(장지~남사) 등 주요 간선도로 사업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이들 도로는 화성과 용인을 잇는 핵심 축이자 경기 남부 산업·주거 벨트를 관통하는 기반 시설로, 완공 시 지역 간 접근성과 물류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특례시는 남사터널 추진을 위해 이미 2024년 3월과 11월, 경기도에 제4차 경기도 도로건설계획(2026~2030) 반영을 공식 건의했으며, 2025년 6월부터는 경기도와 용인특례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행정 절차와 주민 의견 수렴을 동시에 진행하며 사업의 현실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철도 분야에서는 경기남부 동서횡단선, 이른바 ‘반도체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노선은 반도체 산업 벨트를 가로지르는 전략적 철도망으로,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여부가 향후 추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 시는 단독 건의보다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노선의 필요성과 경제성, 산업적 파급 효과를 공동 논리로 정리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에 설득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구 증가, 통근 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를 근거로 제시해 국가계획 반영 가능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어 대형 교통 사업의 성패는 행정 논리뿐 아니라 주민 공감대에 달려 있다. 화성특례시는 지난해 8월 신동 주민들이 참석한 ‘신주거문화타운’ 간담회를 열어 남사터널 신설 필요성과 추진 의지를 직접 설명했다. 단순한 도로 하나가 아니라, 생활권을 연결하고 지역 가치를 높이는 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용인특례시 역시 남사·이동 일대 개발과 연계한 교통 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화성과의 연계교통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두 도시는 향후 정기적인 실무협의체 운영을 통해 쟁점별 논의를 이어가며, 주민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단계별 추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양 시는 실무협의회를 정례화하는 한편, 향후 ‘화성–용인 특례시 연계교통 상생발전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단순 정보 공유를 넘어 공동 대응, 공동 건의, 공동 홍보까지 포함하는 구조다.
김기두 화성특례시 안전건설국장은 “이번 실무협의회는 양 특례시가 연계 교통 현안을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실행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리”라며 “도로와 철도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용인특례시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화성과 용인의 이번 협력은 특례시 체제 이후 지방자치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된다. 행정 경계 중심의 교통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의 생활권과 산업 구조를 기준으로 한 광역적 접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사터널과 국지도, 반도체선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될 경우, 화성과 용인은 단순한 인접 도시를 넘어 ‘공동 생활·산업권’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실무협의회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도로와 철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경기 남부 교통 지형을 바꿀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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