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시장 “변화를 따라가기보다 만들어가는 인재로”
[이코노미세계]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의 질서를 빠르게 바꾸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의 정보화 교육이 컴퓨터 활용법이나 코딩 기초를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오산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마련한 ‘2026 오산시-KAIST 주니어 AI·SW 캠프’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AI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구현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용호 오산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캠프에 참가하는 지역 학생들이 이날 아침 대전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KAIST 캠퍼스에서 AI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다뤄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드는 교육과정을 경험한다.
조 시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질문하고, 실컷 고민하고, 마음껏 실패해 봤으면 좋겠다”며 “그 시행착오가 결국 가장 큰 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가 지향하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여러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교육이다.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은 특정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판단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캠프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연령과 학습 수준을 고려해 구성됐다. 초등학생들은 ‘나만의 AI 히어로 캐릭터’를 만드는 활동에 참여한다. 자신이 상상한 인물의 특징과 역할을 정한 뒤 AI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캐릭터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캐릭터 만들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학습 과정이 포함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생각을 문장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AI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 표현을 바꾸거나 조건을 추가하면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AI가 무엇이든 알아서 해결해 주는 ‘정답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질문과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도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중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웹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 도전한다.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을 넘어 서비스의 목적과 이용자를 정하고, 필요한 기능과 화면을 구상해 실제 결과물로 연결하는 경험이다.
웹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기술적 지식만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어떤 불편을 해결할 것인지, 이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려면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한다.
초등학생 과정이 상상력과 표현력을 AI 기술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중학생 과정은 문제 해결과 서비스 설계 역량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연령에 따라 교육 방식은 다르지만, 학생이 수동적으로 설명을 듣는 대신 직접 만들고 수정하며 배우도록 했다는 점은 같다.
조 시장이 캠프를 소개하며 강조한 단어는 ‘질문’과 ‘고민’, 그리고 ‘실패’다. 이는 AI 시대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존 교육에서는 실패를 줄이고 정답을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됐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전에 없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실패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처음 세운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고, AI가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제시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고 다음 시도에 반영하는 능력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질문을 고쳐 보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설계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된다.
이런 경험은 AI 교육을 넘어 학생들의 생활과 진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낯선 문제 앞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태도,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는 습관을 함께 기를 수 있어서다.
특히 생성형 AI가 빠르게 보급되는 지금은 결과물의 완성도만 평가하기보다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을 함께 살펴보는 교육이 중요하다. AI가 만든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존중하는 윤리의식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AI 활용 능력은 이제 단순한 기술 교육의 범위를 넘어섰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제시된 답을 신뢰할 수 있는지,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초 소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이 오산을 떠나 대전의 KAIST 캠퍼스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점도 이번 캠프의 의미를 더한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교육환경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자극이 될 수 있다.
조 시장은 “KAIST 선배들과의 만남, 캠퍼스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아이들의 꿈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로교육에서 현장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학 캠퍼스를 직접 둘러보고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선배들과 만나면서 AI·소프트웨어 분야의 학업과 진로를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던 과학기술 교육기관을 직접 찾아가 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금 배우는 내용이 앞으로 어떤 연구와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한 차례의 캠프가 곧바로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거나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서 생긴 흥미가 학교와 지역사회의 후속 교육으로 이어질 때 사업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참가 학생들이 완성한 결과물을 공유하고, 학교 수업이나 지역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연계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지자체마다 AI·코딩·로봇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단기 체험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적인 학습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캠프에서 AI에 대한 관심을 키웠더라도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면 경험의 효과는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입문·기초·심화 과정으로 연결되는 단계별 교육과 학교 및 지역 교육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자리도 학습을 이어 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참여 기회의 형평성 역시 중요하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나 사교육 경험에 따라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공공교육이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AI 교육이 일부 학생만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 기회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하고 책임 있는 AI 활용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생성형 AI는 유용하지만 항상 정확한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만들거나 기존 저작물을 무분별하게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이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만큼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도록 교육해야 한다.
지역의 교원과 강사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학생 대상 캠프와 별개로 교사들이 AI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어야 일회성 교육을 넘어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오산시의 이번 캠프가 의미 있는 출발점으로 평가받으려면 참가 인원이나 결과물 수만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캠프 이후 관심과 학습이 어떻게 이어졌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지역 경쟁력은 기업 유치나 기반시설 확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역의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쉽게 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느냐도 도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수도권 안에서도 첨단 교육기관과 체험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지역과 가정환경에 따라 다르다. 지자체가 대학 및 전문기관과 협력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격차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의 AI 교육은 모든 학생을 개발자나 공학자로 만드는 데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AI 기술이 사회 전 분야에 스며들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기술을 연결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학생은 AI를 창작 도구로, 지역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은 공공서비스를 설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조 시장은 “AI가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결국 오산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더 많은 기회’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캠프 참가 경험을 학교와 지역 교육으로 확장하고, 학생들이 반복해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및 전문기관과의 협력도 단발성 방문을 넘어 교육과 멘토링, 진로 탐색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캠프에서 학생들이 만든 AI 캐릭터와 웹 서비스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 다시 질문하고, 계획을 고치며, 끝내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AI가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힘이다. 대전으로 향한 오산의 학생들이 배우게 될 가장 값진 내용도 특정 기술의 사용법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질문을 끝까지 발전시키는 태도일지 모른다. 오산시의 AI 교육 실험이 일회성 체험을 넘어 지역의 미래 인재를 키우는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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