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행정의 성패는 거대한 개발사업이나 굵직한 정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이 매일 걷는 길의 가로등이 제대로 켜지는지, 하천 주변의 쓰레기가 치워졌는지, 공공화장실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행정에 대한 신뢰를 좌우한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이 최근 거의 매일 아침 집 주변 하천길과 자전거도로를 걸으며 시민 생활과 밀접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별도의 공식 일정이나 대규모 수행 인력을 동반한 행보가 아니다. 출근 전 약 한 시간 동안 직접 걸으면서 시설물과 주변 환경을 살피고, 문제가 발견되면 사진과 기록을 남겨 담당 부서에 점검과 개선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최 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일상을 공개했다. 특히 장마철 이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하천의 배수 상태와 범람 가능성, 시설물 파손 여부 등을 이전보다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아침 산책길에서 살피는 항목은 적지 않다. 물이 원활하게 빠지는지, 하천이 넘칠 위험은 없는지, 무너지거나 깨진 시설물은 없는지, 쓰레기가 방치된 곳은 없는지를 하나씩 확인한다. 눈에 띄는 문제는 현장에서 기록하고 사진을 찍은 뒤 출근해 담당 부서가 다시 살펴보도록 요청한다.
평범한 아침 산책이 사실상 ‘생활 현장 점검’이 된 셈이다.
하천은 집중호우 때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현장이다. 평소에는 산책과 운동,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시설물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배수로와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하천 주변에 쌓인 쓰레기가 물의 흐름을 막으면 피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최 시장이 장마철 이후 하천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난 대응은 비가 내리는 순간에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배수시설과 구조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판단이다.
현장 점검 범위도 단순히 하천 수위나 제방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도로와 산책로의 파손 여부, 쓰레기 방치 상태, 가로등과 안전시설의 이상 유무 등 시민의 보행 안전과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함께 살핀다.
최 시장은 “배수는 잘되는지, 범람의 위험은 없는지, 무너지거나 깨진 곳은 없는지, 쓰레기가 방치된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며 “기록하고 사진을 찍은 뒤 출근해 담당 부서에 살펴보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검은 집중호우로 인한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이 민원을 제기한 뒤 움직이는 사후 대응을 넘어, 행정이 먼저 현장을 찾아 문제를 파악하는 예방적 관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이날 아침에도 평내동 호만천을 따라 평내호평역을 지나 마치터널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더미와 한곳에 쌓인 담배꽁초, 무성하게 자란 잡초 등을 발견했다.
악취가 나는 공공화장실과 조도가 낮은 마치터널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개별 사안만 놓고 보면 도시 전체를 뒤흔들 만한 대형 현안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도시의 관리 수준을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보행로 주변에 방치된 쓰레기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무성한 잡초는 통행을 불편하게 한다. 청결하게 관리되지 않은 공공화장실은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터널 조명이 어두우면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 시장은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일일이 기록했다. 시장 한 사람이 시내 모든 지역을 직접 점검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시장의 반복적인 현장 확인이 관련 부서의 책임감과 점검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시내 모든 곳을 제가 직접 살펴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담당자들이 스스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살펴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시장의 현장 점검이 일회성 행보에 그치지 않으려면 발견된 문제를 담당 부서가 신속하게 확인하고, 처리 결과를 다시 관리하는 체계로 이어져야 한다. 현장 확인과 기록, 부서 전달, 개선 조치, 사후 점검이 하나의 행정 과정으로 정착될 때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도 커질 수 있다.
최 시장은 자신의 현장 관찰 습관을 ‘직업병’이라고 표현했다. 중앙부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경기도청과 남양주시청에서 25년 넘게 근무했다고 밝혔다. 퇴직 후 정치에 입문해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9년 만에 다시 공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랜 행정 경험은 거리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 시민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구조물과 시설물을 보면 설치 이유와 관리 상태부터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저 구조물은 저렇게 서 있을까. 이 벤치는 왜 여기에 있을까. 가로등 조명이 꺼져 있네. 볼라드가 넘어져 있네. 왜 이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을까.”
현장에서 이어지는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죽은 채 방치된 가로수와 청결하지 않은 화장실, 관리되지 않은 빗물받이도 최 시장의 눈에 들어온다. 의문이 생기면 곧바로 기록하고 개선 조치로 연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시장은 이를 두고 거리와 현장의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본다”고 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기보다 시설물이 제자리에 제대로 설치됐는지, 시민이 불편하지 않은지, 행정의 관리가 느슨해진 부분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공직자의 시선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시행정은 수많은 시설과 공간을 관리하는 일이다. 벤치 하나와 볼라드 하나, 가로등 하나에도 설치 목적과 관리 책임이 따른다. 작은 이상을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보행 불편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방치된 시설물이 늘어나면 행정 전반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
최 시장의 현장 점검은 이러한 생활 속 문제를 조기에 찾아내 담당 부서의 조치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서류와 보고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장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정례적인 보고 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른 아침 현장 점검에서는 시민과의 자연스러운 만남도 이어진다. 최 시장은 하천길에서 운동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활 이야기와 지역 현안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간담회나 주민설명회에서는 발언 순서와 의제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산책로나 자전거도로에서 우연히 이뤄지는 만남에서는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과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비교적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다.
시민들은 시장이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살피는 모습에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 시장은 주민들로부터 “사진보다 젊다”거나 “일을 잘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도 듣는다고 전했다.
가벼운 인사와 덕담으로 시작된 대화라도 그 안에는 지역 주민이 느끼는 불편과 행정에 대한 기대가 담길 수 있다. 도로와 교통, 환경, 안전, 편의시설 등 시민이 실제 생활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현장의 대화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 소통의 진정한 성과는 만남 자체보다 이후의 처리 과정에서 결정된다. 시민의 의견이 담당 부서에 정확하게 전달되고, 검토 결과와 개선 여부가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현장 소통이 행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 시장이 강조한 핵심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행정’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교통망 확충과 같은 굵직한 현안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행정에 불만을 갖게 되는 출발점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불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작은 일도 못하는데 큰일을 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시청에 대해 갖는 불만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진단했다.
가로등이 꺼져 있는데도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거나, 쓰레기가 반복적으로 쌓이고 공공화장실의 악취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민은 행정이 생활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작은 불편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경험이 쌓이면 시정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생활행정은 화려한 성과를 내세우기 어렵다. 잡초를 제거하고, 빗물받이를 청소하며, 쓰러진 볼라드를 세우고, 고장 난 조명을 교체하는 일은 대형 사업처럼 눈에 띄는 실적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에게는 매일 이용하는 공간이 안전하고 깨끗하게 유지되는지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 시장은 큰 사업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지역 정치인들이 함께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 속 작은 문제를 챙기는 일과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현안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관건은 지속성이다. 시장의 새벽 점검이 담당 부서의 일상적인 자체 점검으로 확산되고, 발견된 문제의 처리 결과가 축적·관리돼야 한다. 특정인의 관심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 관리가 행정 조직의 상시 시스템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양주시의 아침은 하천길을 걷는 시장의 질문에서 시작되고 있다. “왜 이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을까”, “이 조명은 왜 어두울까”, “이 시설은 시민에게 안전할까”라는 작은 의문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때 현장행정의 가치는 증명된다.
거대한 도시 비전도 시민의 일상을 세심하게 돌보는 행정 위에서 힘을 얻는다. 최 시장이 강조한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시정’이 일회성 점검을 넘어 남양주시 행정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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