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예산은 숫자로 편성되지만, 그 결과는 주민의 삶에서 나타난다. 행정기관의 회의실에서 타당해 보였던 사업도 현장에 가면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가 추가경정예산안 조정 과정에서 직접 현장을 찾은 이유다.
전 군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자정까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1차 조정 작업을 진행했다”며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직접 현장을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른 아침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책상 위에서 보는 것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며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더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군수가 이날 공개한 군정 일정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조정을 비롯해 주민 소통, 환경정책, 규제 개선, 농업, 복지 등이 폭넓게 담겼다. 개별 사업을 각각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예산과 중장기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평군이 당면한 중첩규제와 인구 유출, 농업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단기 사업과 장기 전략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중심 군정’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 편성 이후 새롭게 발생한 재정 수요를 반영하거나 기존 사업비를 조정하기 위해 편성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이 포함되는 만큼 사업의 시급성과 효과, 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서류에 적힌 사업 목적과 예산 규모만으로는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나 현장의 긴급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같은 금액의 예산이라도 어느 지역, 어떤 사업에 우선 투입하느냐에 따라 주민 체감도는 크게 달라진다.
전 군수가 추경안 조정 과정에서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것도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다시 살피고, 제한된 재원을 군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분야에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편성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업 수를 늘리거나 재정 투입 규모를 확대하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적절한 시기에 예산을 투입하고, 사업이 계획대로 집행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현장 점검이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예산 편성과 집행, 성과 평가로 이어지는 행정 체계로 정착하는지가 향후 관건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점이 추경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조정된 예산이 어떤 생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전 군수는 매주 목요일 운영하는 ‘소통하는 군수실’도 확대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매력이음 소통의 장’을 열고, 오후에는 기존 방식대로 ‘소통하는 군수실’을 운영한다.
‘매력이음 소통의 장’은 그동안 군정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관·단체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소통 창구가 개별 민원과 주민 건의를 듣는 자리였다면, 새로 마련되는 소통의 장은 다양한 기관·단체가 지역 현안을 제안하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창구가 될 전망이다.
오후에 열리는 ‘소통하는 군수실’에서는 군민 개개인의 의견을 직접 듣는다. 주민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부터 마을 단위의 숙원사업, 군정 전반에 대한 제안까지 폭넓게 청취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의 소통은 단순히 주민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접수된 건의를 소관 부서에 전달하고, 검토 결과와 처리 과정을 주민에게 알려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추진이 힘든 이유와 대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평처럼 읍·면별 생활 여건과 정책 수요가 다른 지역에서는 정례적인 소통 창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주민이 행정기관을 찾아오는 방식뿐 아니라 군수와 공무원이 마을과 사업 현장을 방문해 의견을 듣는 쌍방향 구조가 마련돼야 지역별 행정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전 군수는 양평군 환경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도 참석해 2040년까지 추진할 미래 환경정책을 점검했다. 이번 환경계획은 양평군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주민 생활과 지역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평은 지난 50여 년 동안 수도권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상수원 보호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풍부한 자연환경은 양평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주민들은 그 이면에서 각종 개발 제한과 중첩규제를 감내해야 했다.
규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지역 발전 속도가 더뎠고 기업 유치와 기반시설 확충에도 제약이 따랐다는 것이 양평군의 판단이다. 일자리와 교육·문화 기반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면서 청년층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환경 보전은 양평만의 이해관계를 넘어 수도권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반면 보전에 따른 비용과 불편을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부담하게 해서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기 어렵다. 국가와 수도권이 상수원 보호의 혜택을 공유한다면, 규제에 따른 부담 역시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양평군의 2040 환경계획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환경 보전과 주민의 생존권, 지역 발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를 일률적으로 완화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주민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친환경 농업과 생태관광, 저탄소 교통체계, 자원순환, 분산형 에너지 등 양평의 환경적 특성을 활용한 사업도 검토할 수 있다. 장기계획이 선언적인 목표에 머물지 않으려면 사업별 재원 조달 방안과 추진 일정, 성과 지표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 군수는 지난달 22일 열린 경기도 시장·군수 간담회에서도 경기 동부권 중첩규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가 더 이상 개별 시·군만의 현안이 아니라며 경기도와 팔당 상수원 권역 시·군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당 상수원 권역의 규제는 여러 법령과 제도가 중복 적용되는 구조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건의만으로는 제도 개선을 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인접 시·군이 공동으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경기도가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대응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동 대응체계가 마련되면 시·군별 규제 현황과 경제적 손실, 주민 불편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불합리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을 선별하고, 환경 보전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 개선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객관적인 자료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상수원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규제 완화에 따른 개발 이익이 일부 사업자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전문가,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도 필요하다.
전 군수는 민선 9기 공약으로 제시한 취수지역 이전 검토와 관련 규제 개선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의 희생에 걸맞은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취수지역 이전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수지역 이전은 주민 생활과 지역 개발, 수도권 식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경제성뿐 아니라 수질과 환경, 기술적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도 필수적이다. 양평군이 앞으로 구체적인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며 공론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전 군수는 이날 ‘함께 만드는 미래농정’ 소통 간담회도 열었다. 농협과 농업 관련 기관·단체, 농업인들과 민선 9기 농정 방향을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양평에서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지역 환경과 공동체, 관광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특히 친환경 농업은 상수원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평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 생산비 상승, 판로 불안 등 농업 현장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 농업인 유입과 농산물 가공·유통 확대, 안정적인 판로 확보, 농촌 생활 기반 개선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전 군수는 “농업은 양평의 근간이자 미래”라며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농정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이 향후 예산과 사업계획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되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의 수보다 실효성을 우선해야 한다. 농가가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품목과 지역, 경영 규모별로 세분화하고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전 군수는 지평면 코스모스 파종 현장을 비롯해 경기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역대회와 장애인 가족 스포츠캠프도 찾았다. 예산과 환경, 농정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취약계층 복지까지 다양한 현장을 살핀 것이다.
코스모스 파종과 같은 경관 조성 사업은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객 방문을 유도할 수 있지만, 주민 참여와 사후 관리가 뒷받침돼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발굴하고 민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 가족 스포츠캠프 역시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돌봄 부담을 안고 있는 가족에게 휴식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현안의 공통점은 정책 수요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행정,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행정, 주민과 직접 만나는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전 군수는 “군민의 삶 가까이에서 듣고, 현장에서 확인하며, 함께 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들은 의견을 정책과 예산으로 구체화하고 그 결과를 다시 주민에게 공개하는 일이다.
현장 방문이 보여주기식 일정에 그치지 않고 정책 결정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지속적인 점검과 환류가 뒤따라야 한다. 주민 제안의 접수와 검토, 예산 반영, 사업 추진, 결과 공개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야 ‘소통’이 행정의 성과로 증명될 수 있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해 온 양평이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농업과 복지 정책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민선 9기 양평군정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찾은 답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교하게 정책으로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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