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독서·청소년 소통, 도시의 미래 화두로
[이코노미세계] 배우고 감동할 것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20일 자신의 SNS에 남긴 짧은 문장은 강연 후기라기보다, 지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시흥시청 대강당 늠내홀에서 열린 시민아카데미 강연을 직접 찾아 조용히 자리를 지킨 뒤 남긴 소회였다.
해당 강연에는 서울대학교 나민애 교수가 강사로 나섰고, 강의의 화두는 국어의 중요성과 독서, 그리고 청소년 자녀와의 소통이었다. 임 시장은 이를 두고 “긴 여운이 남는다”고 표현했다.
강연장에 앉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장면이 주목받는 이유는 ‘참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교육, 독서, 언어, 그리고 세대 간 소통.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오늘날 지역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고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늠내홀 강연장은 이날 평소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시민 대상 강연 특유의 자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임 시장은 특별한 의전 없이 객석에 앉아 강의를 경청했다. 강연은 국어 교육의 본질, 독서의 사회적 의미, 그리고 부모와 청소년 자녀 간 대화의 방식으로 이어졌다.
지방정부 수장이 교육 관련 강연에 직접 참석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를 단순한 의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책으로만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듣고 고민하는 느낌이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시대, 행정 책임자의 역할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담론 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시민의 관심사를 함께 경험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강연의 핵심 주제였던 ‘국어’와 ‘독서’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넘어선다. 언어는 사고의 틀이고, 독서는 사회적 자본이다.
최근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미래 산업, 첨단 기술,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기초 문해력과 독서 문화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격차, 정보 격차, 문화 격차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읽기’ 능력은 개인의 경쟁력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역량으로 평가된다.
시흥시 역시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을 주요 정책 축으로 삼아왔다. 시민아카데미 프로그램은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 강연은 행정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시민의 생활 고민이 맞닿는 접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강연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대목은 청소년 자녀와의 소통이었다. 입시, 스마트폰, 디지털 환경, 가치관 변화. 부모 세대와 청소년 세대 간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정 내 대화 단절은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청소년 문제의 상당 부분이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성적, 진로, 생활 태도 이전에 대화 구조가 무너진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청소년 정책은 복지나 교육 지원을 넘어 관계 회복과 심리 지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상담센터, 부모 교육, 학교 연계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번 시민아카데미 강연이 의미를 갖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정책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 즉 가정 내 관계와 문화의 문제를 시민 담론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임 시장의 강연 참석은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 바로 ‘경청’의 정치학이다. 정책 발표와 지시 중심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시민과 동일한 위치에서 듣고 배우는 행위는 행정 철학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힌다. 특히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이러한 태도는 더욱 강조된다.
지방정부 리더십은 점차 권위적 구조에서 참여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시민 설명회, 공론화, 타운홀 미팅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듣는 행정’은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도시는 학교 수나 입시 성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공공 강연, 시민 교육, 독서 문화, 세대 간 소통, 평생학습 시스템.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교육도시의 정체성이 구축된다.
최근 지방정부들이 ‘교육도시’, ‘인문도시’, ‘평생학습도시’를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와 지역 경쟁력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개발 중심 전략만으로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시흥시 시민아카데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번 강연은 교육 정책이 시설 투자나 제도 설계를 넘어 시민 문화의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시민 대상 강연은 종종 형식적 행사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도시의 지적 인프라 구축에 있다. 전문가의 지식이 시민의 삶과 연결되고, 개인의 고민이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는 공간. 시민 강연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번 강연 역시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도시가 어떤 방향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첨단 산업과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사고력, 문해력, 관계 역량이라는 메시지다.
임병택 시장의 SNS 문장은 결국 하나의 정책 언어로 귀결된다. “배우고 감동할 것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는 개인적 소회이면서 동시에 행정 철학에 가깝다. 배움의 과정은 정책으로 이어지고, 감동의 경험은 행정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어 도시는 예산과 계획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느냐가 도시의 성격을 규정한다. 국어, 독서, 청소년 소통. 이날 강연의 주제는 교육 프로그램의 범주를 넘어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강연장을 찾은 지방정부 수장의 모습은 그래서 단순한 참석 장면이 아니다. 교육도시, 학습도시, 그리고 관계 중심 도시를 향한 상징적 장면에 가깝다.
배움의 자리에 앉은 행정 책임자. 그 조용한 풍경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도시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