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조선 후기 실학의 집대성자 다산 정약용의 정신이 19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양주 조안면 다산 유적지에서 열리는 묘제 행사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현대적 계승’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4월 7일 열리는 다산 정약용 묘제는 그의 서세일을 기리는 대표적인 행사다. 1836년 2월 22일 세상을 떠난 그의 기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다. 2006년 서세 170주기를 계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이어지며, 올해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에 도달했다.
정약용은 조선 후기 사회의 부패와 혼란 속에서 개혁을 주장한 대표적인 실학자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저술을 통해 국가 운영과 민생 안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사상은 단순한 학문을 넘어 ‘현장 중심 행정’과 ‘실용적 정책’이라는 현대 행정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오늘날 지방자치와 행정 혁신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다산의 실학 정신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백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며, 공공 행정의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산연구소가 주관하는 묘제는 단순한 제례를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09년 실학박물관 개관 이후에는 양 기관이 협력해 행사를 공동 운영하며 규모와 내용이 확대됐다.
올해 묘제에서는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이 초헌관을 맡고, 정약용 7대 종손 정호영 씨가 아헌관, 지영환 남양주경찰서 조안파출소장이 종헌관으로 참여한다.
특히 지역 치안 책임자인 파출소장이 종헌관으로 참여하는 점은 눈길을 끈다. 이는 다산 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이 위치한 조안면 지역 공동체가 함께 다산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행사의 핵심은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과 K-문화예술’이라는 주제의 특별 강연이다.
초헌관을 맡은 임진택 원장은 국내 최초 마당극을 선보인 이후 50여 년간 전통연희의 현대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그는 다산의 사상을 공연예술로 재해석해온 대표적 예술가로 평가된다.
그가 총감독을 맡았던 이동형 마당극 '정약용 선생님과의 하루'는 다산의 고향 마재마을을 생생한 역사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도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재공연되며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다산의 철학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현대 문화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살아 있는 자산임을 보여준다.
행사를 주관하는 다산연구소와 실학박물관은 이번 묘제를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닌 ‘정신 계승의 플랫폼’으로 규정한다.
김태희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20년간 이어온 묘제가 다산 정신 계승의 뿌리가 됐다”고 평가했으며,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강연이 다산 사상을 K-문화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서울 강변역과 유적지를 오가는 전세버스도 운영된다. 이는 다산 정신을 특정 계층이 아닌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다.
다산 정약용의 사상은 2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K-문화 확산과 맞물려 다산의 사상을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산 묘제 20주년은 과거를 기리는 행사이자 미래를 향한 출발점이다.
190년 전 ‘백성을 위한 나라’를 고민했던 한 실학자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그 답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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