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용인시가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국제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미디어아트 거장 고(故)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중심으로 한국과 크로아티아가 연결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도시 외교와 정책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3월 19일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국제기획전 ‘불연속의 접점들’은 양국 문화기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용인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잇는 문화예술 협력의 연장선이자,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 교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이어지며, 크로아티아 작가 15명이 참여해 영상, 설치, 조각 등 총 2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기술과 인간,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흐름을 담고 있다. 특히 ‘불연속’이라는 개념을 통해 단절과 연결, 변화와 진화를 동시에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백남준의 예술 철학과 맞닿아 있다.
전시 기획 의도 역시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선다. 백남준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 아트’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가 간 문화적 접점을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다미르 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의 환담은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핵심 장면이다.
두 인사는 약 30분간 도시 간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문화 교류를 넘어 경제·도시 협력까지 확장 가능성을 모색했다.
특히 쿠센 대사는 크로아티아의 항구도시 자다르를 용인의 교류 협력 도시로 제안하며 상징 사진을 전달했다. 자다르는 고대 로마 시절부터 번영한 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과 국립공원을 보유한 관광 거점이다.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교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쿠센 대사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지방정부 간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상일 시장은 개막식에서 예술과 도시 발전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리고 “백남준 선생의 상상력과 실험·도전 정신을 기반으로 한국과 크로아티아가 문화예술로 연결되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며 “시정의 혁신과 발전은 예술가의 상상력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용인시가 추진 중인 ‘용인 르네상스’ 정책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 산업 중심 도시에서 문화예술을 결합한 복합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상일 시장은 환담 자리에서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와 함께 문화예술 장려 정책을 함께 설명하며, 산업과 문화의 균형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공동 전시의 연장선이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백남준은 생전 “예술은 국경을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디지털 시대를 넘어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는 국가 간 문화 장벽을 낮추고, 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그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브랜드 강화다. 둘째, 국제 교류를 통한 외교적 확장이다. 셋째, 산업 중심 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 신호다.
용인시는 반도체 산업이라는 경제 기반 위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이중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전략이 구체화된 사례다.
이어 이번 전시는 국가와 도시, 예술과 정책, 산업과 문화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실험이자 선언이다. 백남준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과 예술은 어디에서 만나는가.” 용인은 이제 그 질문에 도시 차원에서 답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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