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안성맞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 표현에는 한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과거 상권 중심지였던 경기 안성에서 유기를 주문하면 원하는 크기·모양·품질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표현을 직접 언급했다. 그리고 “큰 장이 서던 안성은 무엇이든 ‘안성맞춤’으로 해내는 능력을 지닌 도시”라며 지역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 한 문장은 과거 상업 도시였던 안성이 지금 ‘미래 산업의 실험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성의 변화는 단순한 개발 단계나 계획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굵직한 산업 기업과 연구 거점들이 자리를 잡거나 입지를 확정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연구소 입지 결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시대, 배터리 기술은 곧 기업의 운명과 직결된다. 현대차가 전국이 아닌 ‘안성’을 택했다는 것은 ▲지리적 접근성 ▲부지 확장성 ▲기업-지자체 협력 기반 등이 검증됐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술 연구기관이 들어오면 학연·산업 생태계가 함께 들어온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단순 기업 유치가 아닌 지식 인프라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안성은 여기에 더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이미 용인·평택·이천·화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안성의 참여는 이 산업 벨트의 연결축 역할을 맡는다.
즉, “배터리-반도체 산업 이중축(dual-core) 성장 구조”가 지역 내 형성되는 셈이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안성은 수도권 남부 제조·혁신 산업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지역 발전의 최종 목표는 결국 ‘사람’이다.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 산업 기반이 생기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층은 청년층이다.
김동연 지사는 SNS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년이 모여들고 미래를 선도하는 도시, 안성의 퀀텀 점프를 기대한다.”
이 표현에는 단순한 낙관이 아닌 정책적 방향성이 담겨 있다. 내용을 본다면 △연구거점 기반 청년 R&D 일자리 창출 △산업형 캠퍼스 및 전문 과정 연계 △기업형 청년 주거·지원 정책 설계, 이러한 요소가 결합될 경우, 지방도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인구 유출’은 ‘전략적 인구 유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안성의 경쟁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변수도 따른다. 산업 활성화까지의 시간 지연, 기반 시설·교통 확충 속도 문제, 지역사회 개발 반대 및 환경 이슈, 투자 대비 지속성 검증의 필요성 등이다. 이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안성 발전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안성은 더 이상 ‘조용한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첨단산업 전환기 한복판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은 도시다.
과거 장날의 유기 솥과 농기구가 그랬듯, 이제 안성은 ‘정확하게 시대에 맞는 미래 산업도시’를 향해 다시 조형되고 있다. ‘안성맞춤’이라는 표현은 이제 전통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 산업 도시 정체성의 선언으로 읽힌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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