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동두천의 시계가 다시 국회를 향해 움직였다. 박형덕 동두천 시장은 최근 국회를 찾아 지역 핵심 사업과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2027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일정 소화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처한 현실과 도시의 생존 전략이 응축된 행보다.
이번 방문에서 제시된 사업 목록은 비교적 명확하다. 동두천 평화로 가로환경 개선, 보산동 소규모주택정비관리지역 기반시설 조성, 생연1 처리분구 하수관로 분류화, 폐철도부지 대형버스 주차장 조성. 표면적으로는 생활 인프라 정비 사업들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보면 도시 구조 재편과 기능 회복이라는 보다 큰 맥락이 드러난다.
박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통해 “한 푼의 국비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사업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단순한 의례적 표현이라기보다, 지방 재정 구조의 제약을 반영하는 현실 진술에 가깝다. 관련 내용은 시장의 공식 입장문에서도 확인된다.
지방도시에서 도로, 하수, 주차장 같은 사업은 종종 ‘눈에 띄지 않는 예산’으로 분류된다. 대형 개발사업에 비해 정치적 주목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경쟁력의 기초 체력은 이 영역에서 결정된다.
평화로는 동두천의 주요 축이다. 상업·생활 기능이 결합된 공간이지만, 노후화된 보행 환경과 경관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로환경 개선은 단순 미관 정비가 아니다. 보행 동선, 상권 활성화, 체류 시간 증가라는 경제적 변수와 직결된다.
보산동은 동두천 도시 구조의 복합성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과거 군사·상업 기능이 얽히며 형성된 공간적 특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주택정비관리지역 지정과 기반시설 확충은 주거 안정과 지역 재생을 동시에 겨냥한다.
이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지방도시에서 현실적인 재생 모델로 평가된다. ‘철거 중심’이 아니라 ‘환경 개선 중심’ 접근이다.
하수관로 분류화 사업은 가장 비정치적인 동시에 가장 필수적인 사업이다. 도시 위생, 환경 기준, 기후 대응 능력과 연결된다. 폭우 시 침수, 수질 관리, 유지 비용 절감 등 장기적 효과가 크다.
폐철도부지 대형버스 주차장 조성은 기능 전환 정책의 전형이다. 유휴 공간을 물류·교통 기능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이는 교통 혼잡 완화뿐 아니라 도시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동두천 정책의 핵심에는 언제나 공여지 문제가 자리한다. 장기 미반환 공여구역의 반환과 국가 주도 개발 요구는 단순 행정 이슈가 아니다. 도시의 역사적 구조와 경제 기반, 공간 활용의 문제를 동시에 내포한다.
공여지는 동두천 도시 형성의 배경이었지만, 동시에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토지 이용 제한, 개발 지연, 경제 구조 왜곡 등이 누적됐다.
박 시장은 이번 방문에서 공여지 조속 반환과 국가 주도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지방정부 단독 해결이 어려운 영역이다. 법률, 국방 정책, 국가 재정 전략이 맞물린다.
지방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법체계로는 구조적 문제 해결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재정·규제·절차 특례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정책 도구다.
동두천이 강조한 또 하나의 의제는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문제다. 이는 곧 재정과 직결된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여부에 따라 지원 정책, 국비 사업, 세제 혜택 등이 달라진다.
이어 지방도시에서 인구 문제는 단순 통계가 아니다. 주택 시장, 교육 인프라, 산업 유치, 지역 소비 구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인구 감소 ~ 소비 감소 ~ 상권 위축 ~ 일자리 감소 ~ 추가 인구 유출. 이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개입이 필수적이다.
박 시장이 국회에서 해당 문제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 정책은 지방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국가 전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국비 확보는 행정 절차 이상의 과정이다. 자료 준비, 논리 구성, 정책 명분, 정치적 협력 구조가 동시에 요구된다.
박 시장은 “국비 확보는 속도와 설득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방 행정 현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국비 확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예산 규모가 아니다. 사업의 국가 정책 연계성, 경제적 파급 효과, 정책 타당성이다.
지방정부는 자신들의 사업을 ‘지역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일부’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언어이자 전략이다. 동두천의 이번 행보는 도시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기다림의 행정이 아니라 적극적 협상의 행정이다.
아울러 지방도시의 미래는 더 이상 인구 증가나 대형 개발에만 기대기 어렵다. 생활 인프라 정비, 공간 재구성, 구조적 문제 해결, 정책 설득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동두천이 국회를 찾은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도시의 시간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 지방정부의 국비 확보 노력은 단기 예산 싸움이 아니다. 도시의 구조를 재설계하고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는 장기 전략의 일부다. 동두천의 정치가 지금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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