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혜 아닌 생존권” vs “난개발 우려” 논쟁
[이코노미세계] 경기 북부 도시들이 오랜 군사 규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를 이어가는 가운데, 강수현 양주시장이 군사시설보호구역 내 건폐율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핵심은 ‘건폐율 탄력 적용’이다. 고도제한으로 용적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에 한해 건폐율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토계획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강 시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로 못 올리면 옆으로라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규제의 현실적 모순을 지적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국가 안보 목적의 규제를 존중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강 시장의 문제 제기는 양주시 광적면 일대를 향한다. 해당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국가 안보와 군사 작전의 안전을 위해 건축 행위, 높이, 용도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규제 강도는 단순한 건축 제한을 넘어선다.
강 시장은 게시글에서 “우리시 광적면 일대는 국가 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수십 년간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늘은 고도제한, 땅은 건폐율이라는 현실 속에서 지역 발전과 생활 여건 개선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규제의 중첩이다. 고도제한은 건물의 높이를 제한한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의미한다. 건폐율은 대지 면적 대비 건축 면적 비율이다. 이론적으로는 서로 다른 규제 장치지만, 고도제한이 강하게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용적률 활용이 제한되고, 동시에 건폐율까지 엄격하면 건축의 물리적 여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강 시장의 표현대로라면, 위로도 못 올리고 옆으로도 못 넓히는 구조다. 강 시장은 해법으로 국토계획법 개정을 통한 ‘건폐율 탄력 적용’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국토계획법 내 건폐율 특례 조항 신설이다.
그러면서 “고도제한으로 용적률을 다 쓰지 못하는 지역에 한해 건폐율을 탄력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괄 완화가 아니라 조건부 적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정밀성을 강조한 주장이다.
강 시장은 건폐율 완화에 대한 난개발 우려를 의식한 듯 “건폐율 완화는 결코 난개발을 부추기는 특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층수를 높일 수 없는 환경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주차장과 생활 편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표현의 무게다. “땅의 합리적 이용은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이다.” 정책 요구를 재산권이나 개발 논리로만 접근하지 않고 생활권의 문제로 재구성한 것이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문제는 낯선 의제가 아니다. 접경 지역 도시 상당수가 유사한 제약을 안고 있다. 도시 확장, 산업 유치, 주거 환경 개선 등 거의 모든 정책 영역이 군사 규제와 교차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오랜 기간 규제 완화와 보완책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가 안보라는 절대적 가치와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제도 개선은 더디게 진행돼 왔다.
건폐율 완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쟁점은 난개발 우려다. 건폐율은 도시 밀도를 관리하는 핵심 지표다. 무분별한 완화는 도시 경관 훼손, 기반시설 과부하,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규제 완화 이후 계획 관리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특례 조항 신설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강 시장의 제안은 일괄 완화가 아닌 ‘조건부 탄력 적용’이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용적률 활용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지역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즉, 기존 규제로 인해 이미 밀도 상승이 억제된 지역에 대한 보완 장치라는 논리다.
강 시장의 발언에서 반복되는 표현은 ‘특별한 희생’이다. 이는 군사 규제 지역 주민들의 오랜 정서를 반영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은 국가 차원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 비용은 지역 주민이 장기간 부담한다는 인식이다. 재산권 제한, 개발 기회 상실, 생활 불편 등이 누적되며 형성된 구조적 불만이다.
강 시장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현실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도시계획 규제 논의를 넘어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된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생활권 회복의 문제이고,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자율성의 문제이며,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안보 정책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이어진다.
강 시장은 건폐율 완화 등 규제 해소를 위해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논의의 물꼬를 틀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논의의 핵심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적용 기준의 명확성. 둘째, 난개발 방지 장치. 셋째, 지역별 차등 설계다.
특례 조항은 ‘예외’를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자칫하면 형평성 논란과 정책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정밀하게 설계하면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완화 논의는 늘 조심스럽다. 국가 안보와 주민 생활권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맞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의 목적이 안전이라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강수현 양주시장의 문제 제기는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된다. “안보와 삶, 어디까지 조정 가능한가.” 건폐율 탄력 적용 논쟁은 도시계획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 철학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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