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에 나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아의 전용 목적기반차량(PBV)인 ‘PV5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를 특별교통수단으로 도입하고 6월 1일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도입은 단순한 차량 교체를 넘어 교통약자의 이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은 일반 승합차를 구매한 뒤 휠체어 슬로프를 장착하거나 내부 구조를 개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화성특례시는 처음부터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설계된 완성형 차량을 도입함으로써 이동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의료, 문화, 고용 등 사회 전반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권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장애인 단체와 복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이동권 보장을 사회적 과제로 지적해 왔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이동수단 부족으로 병원 진료나 직장 출퇴근, 문화활동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화성특례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교통수단 확충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으로 이용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대기시간 단축과 서비스 품질 향상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동탄과 병점, 향남, 봉담 등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생활권이 넓어졌고, 이에 따른 교통약자 이동 수요 역시 크게 증가했다.
이번 PV5 WAV 도입은 단순히 차량 숫자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전국 대부분의 특별교통수단은 일반 차량을 개조한 형태였다. 개조형 차량은 휠체어 탑승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 변경 과정에서 차량 무게중심이 달라지거나 승차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또한 차량 내부 공간 활용에도 제약이 있었다.
반면 화성특례시가 도입한 PV5 WAV는 제조 단계부터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구조로 설계된 완성형 차량이다.
별도의 차체 가공이나 구조 변경 없이 제작됐기 때문에 주행 안정성이 높고 승차감도 향상됐다. 특히 휠체어 고정장치와 탑승 공간이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돼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량을 ‘유니버설 모빌리티’ 개념이 적용된 대표 사례로 평가한다. 이용자의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동수단이라는 의미다.
이번 차량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측면 슬로프 방식이다. 기존 일부 차량은 후면 탑승 구조를 채택해 도로 쪽에서 승하차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에서는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PV5 WAV는 측면 슬로프를 적용해 보도 위에서도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휠체어 이용자는 차량 측면에서 곧바로 탑승할 수 있고, 운전자 역시 이용자의 탑승 과정을 보다 쉽게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휠체어 탑승석을 운전석 바로 뒤에 배치해 운전자와 이용자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향상을 넘어 이용자의 심리적 안정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특례시는 이번에 도입한 차량 9대를 지역 특성에 맞춰 배치했다. 신규 차량 5대와 교체 차량 4대로 구성된 이번 특별교통수단은 서부권인 향남·남양·봉담 지역에 5대, 동부권인 병점·동탄 지역에 4대가 각각 배치된다. 이는 급속한 도시 확장으로 생활권이 양분된 화성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서부권은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이 혼재돼 있고, 동부권은 신도시 중심의 대규모 주거지역이 형성돼 있어 교통약자 이동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균형 배치를 통해 특정 지역에 차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배차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차량 도입으로 화성특례시의 특별교통수단은 기존 63대에서 68대로 확대 운영된다. 교통약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해 온 불편은 긴 대기시간이었다. 출퇴근 시간이나 병원 예약 시간대에는 차량 부족으로 배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차량 증차와 함께 운전원 운영체계도 정비했다.
기존 운전원 9명을 대상으로 차종 전환 교육을 완료했으며, 차량별 운행 시간을 탄력적으로 편성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특례시는 이번 사업을 일회성 정책으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6월 1일 첫 운행 이후 이용자와 운전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운영 성과를 분석해 추가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인 ‘화성나래’의 서비스 품질 개선과 연계해 이용자 중심의 교통복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는 차량 확보뿐 아니라 예약 시스템, 배차 효율성, 운전원 교육, 이용자 만족도 등이 함께 개선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PV5 WAV 도입은 차량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동권 정책 전반을 고도화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화성특례시가 도입한 PV5 WAV가 이동복지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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