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지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가족 돌봄 기능 약화, 의료서비스 이용 후 회복기 지원 부족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주거’와 ‘돌봄’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병원 퇴원 이후 집에서 회복해야 하지만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경제적 이유로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화성시가 새로운 형태의 주거복지 모델을 선보인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넘어 돌봄 서비스를 결합한 ‘지역사회 맞춤 통합돌봄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다. 이는 단순한 주택 제공을 넘어 주거와 복지, 의료, 공동체 기능을 통합하는 새로운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1일 화성시와 협력해 ‘지역사회 맞춤 통합돌봄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GH가 발표한 ‘GH 케어허브’ 사업의 첫 실행모델이다.
GH 케어허브는 기존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금까지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고령자와 돌봄 취약계층이 증가하면서 단순한 주택 공급만으로는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GH는 매입임대주택과 주민공동시설 등 보유 공간자원을 활용하고, 시·군 지방정부와 연계해 돌봄·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상했다. 즉, 주택은 GH가 공급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는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첫 번째 사업 대상지는 화성시 진안동에 위치한 24세대 규모의 매입임대주택이다. GH와 화성시는 역할을 분담해 사업을 추진한다. GH는 주택 공급과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화성시는 임대 운영과 입주자 관리, 돌봄 서비스 제공을 맡는다. 사업은 올해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일반적인 임대주택과 달리 입주자의 생활 회복과 자립 지원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단순히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며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화성시가 운영을 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복지기관과 보건소, 의료기관, 민간단체 등 다양한 자원을 연계해 입주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입주 유형을 단기형과 장기형으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단기형은 6개월, 장기형은 2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단기형은 병원 퇴원 후 회복이 필요한 시민이나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 공간에서 건강 회복과 생활 적응을 지원받은 뒤 자립을 목표로 한다.
반면 장기형은 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민들을 위한 형태다. 고령자, 취약계층, 사회적 고립 위험이 있는 주민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입주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이용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춘 탄력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률적인 복지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입주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단순 돌봄 수준을 넘어선다. 건강관리, 일상생활 훈련, 사회관계망 형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통합 돌봄 서비스가 지원될 예정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는 의료기관과 연계해 회복기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질환 관리 교육 등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 훈련은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이다. 최근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중장년층, 돌봄 취약계층의 경우 주거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단절이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주민 간 교류와 지역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를 넘어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공동체 공간 활용이다. 커뮤니티센터 내에는 북카페와 공유주방, 프로그램실 등이 마련돼 주민 교류와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주민공동시설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활용도가 낮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공동시설 자체를 돌봄과 자립 프로그램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북카페는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자 문화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공유주방은 공동 식사와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프로그램실에서는 건강관리 교육, 취미활동, 자립훈련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GH와 화성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업을 공동 추진해 왔다. 양 기관은 고령화와 가족 돌봄 기능 약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주거복지 모델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고 사업을 준비해 왔다.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담당했던 돌봄 기능은 약화되고 있으며, 독거노인과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복지체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와 주거복지, 돌봄 서비스를 각각 별개로 제공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퇴원 이후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와 돌봄을 통합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입주자들은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일상 복귀를 준비할 수 있다.
이번 화성시 사업은 규모 면에서는 24세대에 불과하지만 정책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이 단순한 주거 공급을 넘어 복지와 돌봄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사업 성과에 따라 GH 케어허브 모델이 다른 시·군으로 확대될 경우, 경기도형 통합돌봄 정책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고령화 시대에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돌봄과 자립, 공동체 회복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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