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려한 웨딩홀과 고가의 스몰웨딩이 결혼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시대, 전통의 가치를 되살리는 새로운 흐름이 지역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전통혼례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결혼의 본질과 공동체 문화의 의미를 되짚는 상징적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양시는 2일 고양문화원이 주관하는 ‘2026년 전통혼례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0년 시작 이후 현재까지 총 42쌍이 참여하며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대표적인 생활문화 정책이다.
오늘날 결혼은 ‘인생의 출발’이라는 상징성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비용과 형식 경쟁에 시달리는 현실을 안고 있다. 예식장 대관료,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이른바 ‘스드메’ 비용은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혼례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전통혼례는 단순히 옛 방식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혼례의 본래 의미인 ‘두 집안의 결합’과 ‘공동체적 축복’을 중심에 둔 의례라는 점에서 현대 결혼문화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고양문화원이 운영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러한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전문가가 전통 예법에 따라 혼례를 집례하고, 해설을 곁들여 하객들이 의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 체험형 결혼식’으로,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특히 사회적 배려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국가유공자 및 유족 등을 대상으로 총 7쌍을 선정해 전통혼례를 지원한다.
선정된 예비부부에게는 혼례복, 미용, 집례 인력 등 전반적인 예식 비용이 지원되며 기념사진 액자도 제공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결혼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해석된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식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했던 계층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결혼식을 치르지 못할 뻔했는데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혼례는 고양문화원 한옥 안마당에서 야외 예식으로 진행되며, 우천 시에는 실내 대강당에서 열린다. 한옥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구조, 개방된 마당, 공동체 중심의 공간 구성은 전통혼례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특히 현대식 예식장이 ‘관람형’ 구조라면, 한옥 혼례는 하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교감하는 ‘참여형 의례’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 같은 공간적 특성은 결혼식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문화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양시 전통혼례 지원사업은 문화정책과 복지정책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된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문화기관인 고양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한다는 점에서 ‘지역 기반 문화 거버넌스’의 모델로도 주목된다.
이번 지원사업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전통혼례는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기본 비용은 약 250만 원 수준이며, 사진 촬영이나 피로연 등은 선택 사항이다.
이는 기존 웨딩 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가성비 결혼식’이나 ‘미니멀 웨딩’ 트렌드와 맞물려 전통혼례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전통혼례가 단순한 복고가 아닌 ‘지속가능한 결혼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비혼과 만혼이 증가하고, 결혼 자체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혼례 지원사업은 결혼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를 제공한다. 화려함 대신 의미를, 소비 대신 공동체를 강조하는 새로운 방향성이다. 이번 고양시의 시도는 단순한 지역사업을 넘어, 한국 사회 결혼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실험으로 읽힌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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